[Review] 신은 어쩌다 평범한 인간이 되었나 - 연극 Is God Is

닿지 못할 질문을 던지며
글 입력 2022.04.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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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오기 전까지 엄마는 그들에게 없는 존재였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 부모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쌍둥이 라신과 아나이아. 아나이아는 얼굴과 눈에 잘 띄는 곳에, 라신은 목과 눈에 덜 띄는 곳에 깊게 새겨진 흉터가 있다. 세상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만큼 그들도 세상에 기대가 없다.

 

편지를 쓴 엄마는 요양원에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라니, 자신들에게도 엄마가 있다니. 라신과 아나이아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안고 엄마에게 간다. 연극 와 질문들은 그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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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매정하고도 절대적이다.

 

엄마는 그들에게 ‘신’이다. 자신들을 세상에 나오게 한 존재이니까, 신이 없었다면 땅에 발을 딛고 서 있지 못했을 테니까. 신은 그들에게 왜 집에 불이 났는지, 왜 자신이 속수무책으로 침대에 누워있는지 설명한다.

 

모두 전남편의 문제다. 신은 라신과 아나이아에게 자신의 손이 되어 달라고 한다. 바라는 건 간단하다. 전남편과 현재 그와 관련된 이들의 시체 살점이다. 쌍둥이는 신의 계명을 받아 들고 손을 더럽히게 될 여행을 떠난다.

 

신이 집이 불이 난 날을 설명할 때, 아나이아는 엄마가 되고 엄마는 아나이아가 된다. 극의 연출자인 ‘절대적 신’은 아나이아와 엄마가 서로의 몸을 빌려 말하게 한다. 어린 아나이아가 읊은 말을 엄마의 입에서 나오게 하고, 전남편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아나이아가 목을 움켜잡고 괴로워한다.

 

이 교환은 연대의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분절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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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이 아나이아(신의 대리)의 목을 움켜잡을 때, 실제로 접촉이 이뤄지진 않는다. 피카소 작품이나 다른 큐비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신을 대리하며 맞닥뜨리는 폭력은 허공을 향하는 발길질만큼이나 공허하다. 공허함 속에서 쌍둥이는 신이 아니라는 사실만 명확해질 뿐이다. 분노는 나눌 수 있지만 복수심은 나눌 수 없고 대리할 수도 없다.

 

Is God Is는 로드 무비 구성을 띄고 있기도 하다. 복수 여행을 떠난 쌍둥이가 만나는 인물들은 빵 부스러기를 흘린다. 쌍둥이는 부스러기를 주워 담고 퀘스트를 깨듯 다음 인물로 향한다. 그들이 마주한 첫 번째 죽음은 그들이 행한 것은 아니었다.

 

아내 살해 혐의를 받는 신의 전남편을 변호한 인물은 이미 여러 겹의 죄책감에 파묻혀 살고 있었고, 술을 마시고 약물을 복용한 상태였다. 그는 추궁당한 끝에 자기 집 마룻바닥에 쓰러지고, 쌍둥이는 처음 맞이하는 죽음에 경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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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는 쌍둥이를 만난다. 신의 전남편은 다른 지역에서 평행세계를 창조했다. 라신과 아나이아와 성별만 다른 쌍둥이를 태어나게 한 것이다.

 

쌍둥이들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한 세계는 몹시 불행하지만, 다른 한쪽은 부족함 없이 행복하니까, 불행과 행복은 치열하게 싸우고 행복은 힘을 잃고 사그라든다. 라신과 아나이아는 신을 위해 신이 되어 남자 쌍둥이와 쌍둥이를 만든 또 다른 신을 제거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엘리샤 해리스가 창조한 Is God Is는 재밌는 연극이다. 원래 연극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뮤지컬보다 정적이고 감각 자극이 덜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Is God Is는 음악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구성이 쫀쫀했다.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도 인물들은 빛났고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납득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극에 완전히 설득당했다. 그렇기에 수업 시간에 집중한 학생처럼 열렬히 질문하게 된다. 답하지 못한, 어쩌면 정답을 찾는 게 의미가 없을 질문들로 글을 마친다.

 

신은 정말 ‘신’인가, 절대적인 존재인가, 그의 모든 지시를 받들어야 하는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방향성 없는 질문은 극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신은 왜 악을 행하게 하는가? 잔인하고 난폭한 복수를 단순히 쌍둥이가 ‘착해서’ 벌였다고 해도 되는가? 십수 년 동안 죽은 줄 알았던 신은 어떻게 한순간에 지위를 되찾았는가?

 

우리에게 신은 누구인가? God is. Is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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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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