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탄생에 대한 마음가짐 [사람]

매년 맞이하는 4월 25일
글 입력 2022.04.25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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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은 4월 25일.

 

마침 기고 일이 생일날이라, 여러 말들을 끄적여 놓고 그중에 어떤 것을 지우고 쓸지 당일이 돼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글을 쓰는 일은 당시 나의 마음가짐을 새기는 일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읽힐 때 혹여나 오해를 받을까 온갖 변호를 더하는 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신중을 기한다.

 

특히나 오늘같은 날이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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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보내는 데에는 갖가지 방식이 있을 테지만, 어쩌다 보니 수많은 인연 간에 축하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관행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기에 나도 모르는 새에 기대가 싹튼다.

 

그러나 학생에게는 중간고사 기간인 데다, 오늘은 직장인에게 월요일이기까지. 한국에서 4월 25일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항상 바쁨에 허덕여 정신이 없는 날짜다. 이 시기가 그렇다는 것을 인지하고부터는 괜히 미안함에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먼저였다.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리 잡는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 시작하는 12시부터 끝나는 12시까지, 온갖 신경이 몰리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의 안전 장치를 장착하곤 한다. 머쓱하고 무안한 감정이 싫어 초조해지다가 막상 축하를 받으면 감사함에 안도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생일은 내가 쉽사리 솔직해지기에는 어려운 날이기도 하다.

 

소중한 사람들의 관심과 축복을 받는 ‘Happy’ Birthday라기엔 어쩐지 머쓱하다. 분명 한없이 기쁘고 감사해야 할 텐데, 얄팍하게도 힘든 날이면 부담감부터 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관성으로 작용해 선뜻 죄책감부터 가지게 된다.

 

‘생일 축하’에는 순수함만이 깃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지만, 지금까지 쌓인 경험으로 보건대 생일이란 여태껏 살아온 삶을 증명하는 양 가끔 사람 마음을 재는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양가감정이 드는 것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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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으로 인해 책임져야 하는 삶들은 나에게 버거웠다. 조금 삐뚤은 심정을 고백하자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태어남에 감사하는 날보다 많았다.

 

게다가 첫 탄생일은 사실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날이다. 일단 스스로의 결정도 아니었거니와, 내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부터 누군가 내 생일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일력에 따라 내 생일이 4월 25일이 된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나는 생일날의 진위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오늘 많은 축하를 받았다. 아직 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이 어색하다. 탄생과 동시에 세상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숨 쉬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듯, 여태까지 얽매여 있던 의미들에서 벗어나 얻는 자유로움이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생일이 나에게 조금만 더 가벼운 의미로 다가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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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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