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가장 편안한 너에게

여태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담아 보내는 편지
글 입력 2022.04.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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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편지를 이렇게 시작하는 건 어쩌면 안녕, 잘 지내니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어색해서일 거야.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시험이 끝나면 같이 한강 가서 놀자고, 파이팅하라고 나에게 카톡을 했으니까. 맘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각자 학기를 보내며 못 본 지 벌써 4달이나 되어가는데,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네.

 

하기사 어느덧 우리 함께 한 지 13년이래. 난 가끔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벌써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사실 우리가 처음 봤을 땐 그렇게 서로 친하지도 않았고, 이렇게까지 오랜 인연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잖아. 초등학교 땐 서로 경쟁심이 심해 말도 잘 걸지 않았으니 말이야.

 

우린 중학교 때부터 급속도로 친해져서 그제서야 추억을 많이 쌓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방과후학교 과학 수업을 듣기 전에 편의점 가서 간식 먹고 오던 기억, 점심시간에 벤치에서 수다 떤 기억, 내 생일날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었던 기억, 그리고 시간 되는 날엔 집에서 학교까지 같이 걸어왔던 기억까지.

 

그땐 주어진 상황에 툴툴대기도 했는데 가끔 이야기하며 돌아보면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 별거 아닌 기억인데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지금 보면 그래도 한번쯤은 돌아가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

 

고등학교 때는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서 연락할 시간도, 만날 시간도 적어졌더랬지. 그때 우리의 아지트는 코엑스였던 거 기억해? 지금은 없어진 공간이지만 아티움에 가서 팬사인회 멀리서라도 봐보겠다고 까치발 들고 함께 보던 순간도 엄청 기억에 남아있네. 한창 아이돌을 좋아하던 때여서 놀기에 최적의 장소였는데.

 

또 하필 그날은 눈이 펑펑 오기도 했던 날이라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같이 쓰고 집 가는 버스를 기다리기도 했었어. 우산 뒤집혀서 둘다 큰일났다고 막 뛰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웃음나는 추억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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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몸은 많이 멀어져 있었지만, 우린 언제 만나도 이상하지 않았어. 그게 되게 신기했던 것 같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우린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전혀 어색한 게 없었으니까. 심지어 못 보는 동안 카톡이나 메시지 등으로 활발히 연락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때 함께 놀던 친구이랑은 다 연락도 안 되거든. 물론 너도 그렇다 했었고.

 

근데 이건 지금도 그렇더라. 거기다 더 좋은 건 너랑은 항상 만나면 편했고, 많은 대화가 없이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는 거야. 나 원래 낯도 많이 가리고 대화 사이의 침묵을 잘 못 견디잖아. 근데 너랑 만나면 그런 게 진짜 없어. 그냥 팔짱 끼고 말없이 거리를 걸어가도 안정되더라고. 이걸 깨닫고 나선 나한테 있어 진짜 편한 관계가 아닐까 싶었어.

 

그래서 그냥 너란 존재가 참 고맙게 느껴지는 거 있지. 물론 난 너한테 받은 게 진짜 많아. 여러 문제로 힘들어서 새벽에 전화했었는데도 오히려 날 걱정해줬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하거든. 그날 내가 의지할 수 있었던 대상이 없었더라면 버틸 수 있었을까 싶어서 정말 어렵게 SOS를 쳤는데, 당황하지 않고 받아줘서 너무 고마워. 난 항상 이 기억이 약간 마음의 빚 같이 남아있는데, 넌 상관없다고, 오히려 너가 힘들었던 기억이니까 애써 꺼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줘서 더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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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20대에 들어선 같이 여행도 가고 휴가도 보내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다. 일상 속에서 행복함을 잘 느끼지도 못하고, 걱정도 많은 나에게 너랑 만나는 시간은 그나마 걱정 없이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었어. 인생에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1명만이라도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덕분에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 같네.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우리는 어느새 20대 중반이 되어 각자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네. 우리 둘다 원하는 삶을 살며 행복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해서 너를 못 보게 되는 순간은 상상이 잘 안 가기도 하지만 말야.

 

요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거 아는데, 언제나 그렇듯 잘해왔으니까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너랑 이야기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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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렇게 길게 고마움을 전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분명 너가 보면 오글거리다고 할 것 같지만 그간 못 다한 말을 담아 적어봤어. 우리 함께,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자.

 

조만간 시험 끝나면 바로 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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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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