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연이 주는 특별함을 찾아다니는 여행자 [공연]

글 입력 2022.04.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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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공연을 보기 위한 돈을 따로 모은 통장이 있다.

 

매월 버는 돈 일부를 모아가며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최근 통장 잔액을 보니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왜 이렇게 돈이 없지? 앞으로도 볼 공연이 많은데….’ 이렇게 생각하며 내 일정을 확인해보니 이해가 되는 잔액이었다. 이미 공연을 많이 보고 있었고, 앞으로도 많이 볼 예정이었다.


내가 보러 다니는 공연의 가격은 굉장히 다양하다. 때로는 감사하게도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는 때도 있고, 적으면 몇만 원, 많으면 십 몇만 원까지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은 이 질문을 꽤 많이 듣는 듯하다. ‘왜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공연을 보러 다녀?’


물론 이 질문도 이해가 간다. 공연은 물건처럼 형태가 확실하고 손에 잡히는 존재도 아니고, 따로 영상화가 진행되지 않는 한 영화나 드라마처럼 소장해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연을 보는 그 순간에만 확인할 수 있는 소비재다. 그 이후에는 오롯이 내 기억에만 간직되어 있기에,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큰돈을 내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순간에만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라면 얼마나 희소가치가 높은 것인가? 우리가 짧은 기간 동안 벚꽃이 피었을 때 열심히 사진을 찍고, 순식간에 떨어지는 별똥별에 소원을 빌 정도로 특별하게 여기듯이, 찰나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굉장히 귀한 것이다.


나는 부모님과 뮤지컬을 자주 보러 다닌다. 부모님이 내가 여기저기 공연을 보러 다니고 큰돈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크게 상관을 하지 않으신다.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공연을 놓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니까, 볼 수 있을 때 보러 다녀. 그리고 기왕이면 그 배우가 가장 젊을 때 그 공연을 볼 수 있는 게 좋지.”


아이러니하게도 무한한 시간 속에서 무한한 것은 없다. 우리의 삶조차도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당장 우리의 눈앞에 있는 것들도 나의 죽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고, 우리가 열심히 모으는 돈조차도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후회 없이 내가 원하는 가치에 돈을 쓰고 싶었고, 손에 잡히는 물체 대신 특별한 감정과 기억을 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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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특별한 감정과 기억’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우선 감정은 심장으로 강렬하게 와닿는 것이다. 그것이 행복이 될 수도, 슬픔이 될 수도, 감동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종류의 공연을 보느냐, 어떤 내용의 공연을 보느냐에 따라 감정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와닿는다’라는 느낌이 생겨나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기억은 머리로 선명하게 남는 것이다. 우리에게 인상 깊게, 혹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일은 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하게 된다. 굳이 어느 기기에 저장하지 않아도, 우리의 뇌라는 훌륭한 저장 공간에 저장할 수 있다. 그것이 영상 혹은 사진으로 남겨두는 것과 또 다른 점은 객관적인 공연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나의 주관까지도 섞인 나만의 저장물이 된다는 것이다.


오직 그 순간에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형체가 없는 것이 내 몸으로 직접 와닿고 남는다는 것. 그리고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는 것. 그 세 가지가 모여 공연의 특별함을 만들어내고, 나는 그 특별함에 빠지게 된 것 같다. 마치 보물을 찾는 여행자처럼, 그 특별함을 수집하러 돌아다니게 되었다.


물론 공연이 가지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느끼는 이 특별함이 누군가에게는 미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내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가치로 느껴지기에, 그렇게 나는 오늘도 공연을 보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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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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