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인생은 내가 구워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도서]

나의 반죽으로, 나의 오븐으로.
글 입력 2022.04.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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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회사 생활을 관두고 전업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쉽지 않은 선택지이고, 특히나 취업 준비를 앞둔 막 학기 대학생 나에게는 다른 세계의 일처럼 느껴진다. 퇴사하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고? 제목만 봐도 작가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인지 느껴졌고, 동시에 궁금해졌다.

 

책에는 퇴사부터 시작해 빵집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작가의 일상 등이 글과 웹툰의 형태로 실려있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띠랑 작가가 SNS에 업로드 해온 짤막한 만화, 일명 인스타툰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후루룩 읽었다.

 

 

 

빵집과 알바, 웃픈 공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웃픈 (웃기면서도 슬픈) 감정을 느낄 것이다. 꼭 빵집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모든 알바생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가 많아 자주 웃었다. 어떤 일화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야 했지만 말이다. 손님들은 항상 몰려온다는 것, 맡겨놨다는 듯 서비스를 요구하시는 손님, 진상 손님을 만나면 하루가 끝날 때까지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 반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에 피곤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빨라지는 손발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하루에도 열 번씩 인류애를 얻었다가 잃는 것 등 알바생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일들을 유쾌하게 풀었다.

 

빵집 알바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공감 되는 부분이 더욱 많았다. 일을 마치고 오면 걸어 다니는 빵이 되어 온몸에서 빵 냄새가 폴폴 나는 것, 수수께끼 같은 손님들의 빵 묘사를 듣고 알맞은 빵을 찾아 드려야 하는 것, 다이어트를 결심했으나 고소한 빵 냄새의 유혹에 넘어가 꼭 한입을 먹게 되는 것 등등 오직 빵집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귀여운 일화들이 작가의 시선으로 가득 담겨있어 반가웠다. 힘들거나 화나는 일화도 많이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빵집 일을 즐겁게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가 누구보다 빵에 '진심'이었던 것이다.

 

원래 빵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빵집 알바를 하며 빵을 사랑하게 되었을 정도로 빵의 매력은 어마 무시하다. 그럼 이미 빵에 진심이었던 사람은 오죽할까. 실제로 책 곳곳에 빵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녹아있다. 현재 개띠랑 작가는 빵집 일을 그만두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빵집 알바 사연을 받아 만화를 그려 업로드하고 있으며, 유튜브에서 빵 맛집을 찾아다니는 '백빵투어' 콘텐츠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빵집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의 삶은 빵과 함께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책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에 부드러운 빵의 향이 벤 듯하다.

 

 

 

빵집에서 배운 진리, 결국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


 

책의 초반에서 작가는 '알바는 회사와 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알바를 돌파구 삼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후반부, 알바 경력이 쌓이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알바도 회사 생활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으로 힘이 들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매일 아침마다 그만두고 싶고, 손님들이 미울 때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깨닫는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회사 생활과 빵집 알바를 비교하며 알바 생활의 행복한 모습을 그린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물론 알바의 좋은 점들을 많이 다루긴 하지만, 작가는 알바의 힘든 점과 불안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인생사를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듯, 회사와 빵집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알바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고민하기에,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빵 냄새도!)

 

 

알바 초기에는 누군가 나에게 "지금 뭐 하세요?"라고 물으면 "빵집 알바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바생이든 직장인이든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을 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내 인생의 반죽'을 어떻게 하고, '내 인생의 오븐'에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내가 만드는 빵 모양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中

 

 

혹자들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행복을 찾아 도착한 곳에도 필연적으로 불행과 고난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다시 도망가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빵집 알바를 열심히 해나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행한다.

 

책을 읽고 작가의 근황을 찾아보니 현재는 빵집 알바를 그만두고 '그림'을 본업으로 삼아 여러 도전을 하고 있었다. 그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반죽하고, '나'라는 오븐으로 맛있게 구워내고 있던 것이다. 회사에서 빵집, 그리고 이제는 그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 작가를, 또 앞으로 수많은 스테이지를 마주할 작가를 응원하게 된다.


이 책의 표지에는 제목과 함께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해온 말이고, 너무나 빠른 실제 사회와는 정반대의 말이기에 어쭙잖은 위로라며 딱히 좋아하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의 속도를 직접 정해온 작가가 그렇게 말하니 이번에는 왠지 믿고 싶어진다.

 

믿음과 용기를 주는 그의 이야기가 빵 냄새와 함께 솔솔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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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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