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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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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해가 시작될 즈음에 휴대폰 메모장에 그 해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놓는다. 처음엔 이것을 버킷리스트라고 칭했는데,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투 두 리스트(to-do list)라고 부르고 있다. 내가 그 해에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일단 다 적어두는 것이다. 소소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해볼까?’하고 적어 두는 일부터 어쩌면 1년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까지. 오늘은 나의 2022년의 투두리스트 중에서 몇 가지를 꺼내어 볼까 한다.


  


1. 악기배우기



 

 

재작년부턴가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나우에서 방영했던 적재의 <야간작업실>이라는 프로그램의 코너 중에 하나였던 ‘야간합주실’ 덕분에 밴드의 맛을 알아버렸다. 그 코너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적재와 그와 함께하는 밴드 멤버들(베이시스트 구본암, 드러머 김승호, 키보디스트 윤준현)이 청취자들의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합주하듯이 연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 코너였다.


각기 다른 악기들을 다루는 멤버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게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각 잡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과 연주에 빠져 즐거워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며, 큰 행복과 위로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다룰 수 있는 악기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줬을 때는 연습하기 싫어서 한 번 연습하고 체크리스트에 사과 세 개 칠하던 불량 학생이었던 내가 자발적으로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하게 되다니! 얼른 열심히 배워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2. 20대에 고전문학책 100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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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모임을 참여하며 몇 개월간 일주일에 한 권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던 때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책들은 각각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고전문학이 나에게 주는 울림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고전문학을 통해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삶에 대한 해석력을 키워 나갈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만난 인물들은 유독 입체적이고도 강렬하게 나에게 남아 크고 작은 용기를 건네주고 나의 아주 깊은 곳에 숨어있던 상처를 끄집어내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뒤늦게 고전 문학의 가치를 알게 된 나는 20대가 되기 전에 100권의 고전 문학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두기로 했다. 얼마 전 동네에 새로 생긴 공공도서관에 방문했을 때 모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이 새것의 상태로 책장 가득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두 권을 집어왔다. 손이 많이 타지 않은 책을 잡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더 부지런히 읽고 기록하고 나누어야겠다.

 

 


3. 자전거 배우기


 

 


나는 이십 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두발자전거를 못 탄다. 보통 빠르면 유치원 때, 늦어도 초등학교 때는 네발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에 입문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겁이 많은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기에 두발자전거 타기는 그렇게 나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몸이 더 자라고 나서 다시 도전했을 때는 겁이 더 많아져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왜 두발자전거를 이렇게나 무서워하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두발 자전거를 타려고 시도할 때, 중심을 잃고 크게 넘어져 본 적도 없었다. 넘어질 거라는 생각에 무서워 몇 미터 가보지도 못하고 한 쪽 발을 땅에 디뎌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새로운 일들 앞에서 실패할 것이 두려워 주저하게 될 때마다 나는 종종 두발자전거 타기에 실패하는 나를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올해에는 더 미루지 말고 이 숙원 사업을 꼭 성공시켜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몸의 감각으로 얻은 용기와 믿음은 나의 마음의 근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내 성공해서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


나 혼자 보는 휴대폰 메모장에만 살포시 적어두었던 리스트를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내가 뱉은 말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도전에 용기와 힘을 조금 더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참여한 온라인 스터디 모임에서도 ‘저 드럼 학원 등록할 거예요. 연습해서 단톡에 연습영상 올릴게요!’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그랬더니 많은 현실적인 조언과 응원을 받았고, 나는 이에 힘입어 어제 드디어 드럼 레슨을 등록하고 왔다.

 

'언젠간 해야지.' 하고 마음 한 편에 제쳐둔 일들을 일단 그럴듯한 리스트로 만들어놓고 되든 안 되든 일단 떠벌려보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다. 이렇게 나의 버킷리스트 세 개를 꺼내어 놓았으니 나는 이것들을 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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