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것은 컵이 아니다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글 입력 2022.04.1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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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전시가 개최된다.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b.1941)의 전시가 오는 4월 8일부터 8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세계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개념미술의 1세대 작가로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 사라 루카스, 게리 흄,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의 젊은 예술가'(yBa)들을 양성한 스승이자 현대 미술의 대부로 칭송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1년 최신작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들로 채워지며 개념미술의 상징적인 작품인 '참나무(An Oak Tree, 1973)'가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어 관심을 모을 예정이다. -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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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을 정의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이라 했을 때 거대한 캔버스에 점 하나 찍어 놓고 <무제> 라고 하거나 알 수 없는 난해한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해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혹은 마르셀 뒤샹과 그의 작품 <샘>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뒤샹이 현대미술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으며, 뒤샹과 현대미술이 왜 관련있는지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변기 하나가 무슨 예술일까. 그냥, 보기에 예쁜 그림을 가져다놓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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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한 경향인 개념미술에서는,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나 '아이디어'만으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개념미술을 난해하게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관에 갔더니 웬 쌩뚱맞은 물건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이해할 수 없는 글씨가 쓰여있으면서 예술품이라고 한다. 이게 대체 뭘까. 머리 식힐 겸 기분전환으로 찾은 미술관에서 우리는 또 다시 고뇌에 빠진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해야하는 것은 '작품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작품을 보는 사람이 생각하고 해석함으로써 개념미술은 완성된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마르셀 뒤샹의 바톤을 이어받아 당시 미술계에 파격적인 이슈를 일으킨 인물로, 영국 개념미술의 선구자이자 1세대 작가이기도 하다. 붓칠의 기술보다는 작품 속 작가의 철학과 의도를 강조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는 사과를 보고 '사과'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을 '사과'라고 하지않고 'りんご' 라고 하거나 Apple, pomme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결국 <우리가 보는 물체의 이름은 교육과 사회화에 의해 '약속된 언어'일 뿐, 보는 이의 언어, 기억, 경험, 창의력 등을 통해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식의 개념 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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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가지로 변화한다. 어떤 이는 동그란 무언가를 공이라고 할 수도, 어떤 이는 과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체의 이름은 그저 약속된 언어로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작품의 제목을 특정한 사물로 짓는 것이 아니라, '무제'(untitled)로 남겨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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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테이크 아웃 컵으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적인 물건이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이런 평범한 오브제의 검은색 라인으로 정확하게 표현해 물체를 가능한 정확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인공적인 색으로 바꾸며 컵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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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카메라, 의자 등 오브제의 크기 역시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에 의해 바뀌며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형태를 단순하고 정확하게 표현한 뒤 물건의 일부분을 자르는데 일부분이 잘렸음에도 우리는 잘린 부분을 상상하고, 오브제의 일부만을 보고 전체를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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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함께 사용하지 않거나, 관련 없는 오브제들끼리 서로 모으는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과연 이 물건들이 무슨 관련이 있나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친숙하고 일상적인 물체에 인공적인 색을 더하거나 물체를 자르거나 확대하고 나열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묻는다.


이 물건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물건을 보고 뭘 상상할 수 있는가,

이 잘려진 물건은 원래 무엇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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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이 전시가 최근에 본 전시 중 손꼽히게 좋았는데, 일단 작품 원화의 개수가 많았다는 점과 함께 작품 설명을 여러 캡션과 함께 알기 쉽게 풀어낸 게 좋았다. 전시를 선보이고, 캡션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념미술이 무엇인지 관람자가 최대한 이해할 수 있게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역시 평면 작품뿐만 아니라 영상, 디지털 작업, 판화까지 다양한 장르가 함께 있어 하나의 전시로 여러 전시를 본 기분이었다. 총 6개로 나눠지는 섹션 역시 작품의 소주제와 함께 적절하게 배분해서 지루하지도 않았고, 동선이나 조명도 좋았다. 작가뿐만 아니라 전시를 들여오고, 준비한 사람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전시라고 생각됐다.


개념미술이 어렵게 생각된다면 꼭 한 번쯤은 가야하는 전시라고 생각하고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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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석은 관람하는 당신의 몫이니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유쾌하게 움직여보라.

 

 

[김예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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