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나의 경험들을 이야기로 그린다면: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 [전시]

의도와 경험이 더해지는 순간
글 입력 2022.04.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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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색으로 개념을 그리다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 포스터.jpg

 

 

이번 전시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1970년대 초기부터 최신 작품까지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전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원화 작품전이다. 특히, 아시아 최초로 전시되는 그의 초기작 ‘참나무 (An Oak Tree, 1973)’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60년대 등장한 개념미술에 앞서 우리는 먼저 한 인물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레디 메이드:Ready-made》이라는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선보인 마르셀 뒤샹이다.

 

그는 1917년, <샘(Fountain)>을 뉴욕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출품하였고 곧 그의 작품은 개념미술의 토대가 된다. 많은 이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마르셀 뒤샹의 이름은 ‘미술’이라는 과목의 마지막 장, 이른바 현대 미술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이어진 1973년, 갤러리 벽면에 ‘선반과 물 한 잔’을 올려놓고 <참나무((An Oak Tree, 1973)>라고 일컫는 이 작품은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개념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서 개념미술은 물리적인 대상을 넘어서 하나의 개념,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관람자의 반응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롭게 상상하라. 그리고 작품을 통해서 개인의 경험을 떠올려라. 

 

이것만큼 다소 낯설고 어렵다고 느껴졌던 현대 미술과 친해질 방법이 또 있을까?


 

Here and Now

"제 작품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경험하는 일상생활의 즐거움, 아름다움,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Untitled (desire), 2008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desire), 2008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은 강렬한 색감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과 색의 조합은 때때로 간결하게, 또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대변하듯 Untitled(desire)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틴의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뽑을 수 있는 선과 색 & 오브제를 모두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하나의 오브제로 사용된 알파벳과 중첩된 이미지들이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된 언어와 컵, 서랍, 신발 등의 오브제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요소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와 각각의 요소를 개별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추가로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작품의 해설은 관람자의 눈, 그리고 상상을 통한 재해석으로 이어진다.

 

그의 작품에서 제목을 '무제(untitled)'로 남겨두는 이유 또한 이와 비슷하게 유추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관람자는 색이 입혀진 알파벳을 통해 작품의 이름을 'Untitled(desire)' 또는 다른 무언가로 정의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오늘 아침 물을 마시고 온 컵, 또는 어제 치킨과 함께 먹은 콜라 캔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그저 하나로 정의된 언어와 사물이 개인의 기억과 경험으로 그 영역이 확장된다면, 이것이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한 해석이 아닐까 싶다.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속 사물은 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리고 Untitled(with tennis ball)을 통해서 앞서 보았던 Untitled(wireless)가 연상되었다.

 

비단 이러한 '연관성'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에서 한 가지의 모습으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Untitled(wireless)는 컨버스를 가득 담은 무선의 헤드셋으로 Untitled(with tennis ball) 속 헤드셋과는 다른 크기와 색, 구도를 띈다. 또 다른 점은 위 작품에서는 노트북과 헤드셋, 그리고 테니스공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앞서 보았던 Untitled(wireless)는 컨버스를 가득 채울 만큼 확대된 것처럼 느껴졌는데 위 작품은 테니스공을 제외하고는 사물의 특정 부분만을 확대했다.

 

이처럼 무언가 반복되는 형태의 변칙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상상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을 더 해줄 또 다른 장치는 바로 작품과 함께 볼 수 있는 해설이다.

 

- 여러 개의 오브제는 사실 함께 사용하지 않는 물건입니다.

- 보는 이의 기억과 연상에 따라 여러 관계가 생겨납니다.

 

이를 적용해보면 첫 번째 가정은 여러 개의 오브제는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순서대로 개인이 구매하고 싶은 목록이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여러분의 '연관성'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요?

 

*

 

 

"그림에 숨겨놓은 상징이나 이야기 따위는 없다. 내 작품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아쇠!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라!"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를 볼수록 더해지는 상상은 끝내 이러한 생각에 이르렀다.

 

Q. 이것 또한 작가의 의도와 전시의 기획에 포함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내 작가가 숨겨놓은 단서 하나를 발견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발견했다. 그의 말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속에는 작품을 보며 상상하고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이 존재하고, 어쩌면 작가의 의도와 간격을 좁힐 수 있는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이 원리를 적용하면 오늘날 미술이 사람들의 취미생활로 자리 잡고, 더 많은 사람이 사유의 공간으로 전시회를 방문하는 배경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날 미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무궁무진한 방법 중에서 아마도 가장 위 칸에 자리할 것이다. 본인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가장 특별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채로.

 

 

 

안지영(컬쳐리스트).jpg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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