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K-POP의 땅에서 교환학생들과 춤을 추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국같은 'K-POP의 땅'에서 함께 춤추다
글 입력 2022.04.0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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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이렇게 재미있는 나라였구나.'

 

1년 간의 휴학을 마치고 돌아간 학교에서 새로운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깨달은 바랄까. 타국에서 우리 학교에 교환학생을 온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액티비티를 즐기는 클럽에 입부했다. 이곳에서는 한국인-교환학생 간 버디를 매칭하여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소모임을 열어 스포츠와 댄스, 피크닉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한다. 형식적인 모임 외에도 언제든 자유롭게 교환학생들과 교류하고 만나며 한국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교환학생들과 추억을 쌓는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영어 회화를 유창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화상영어나 온라인 영어회화 어플을 꽤 성실히(하지만 짧게) 활용하기도 했지만 대면으로 만나는 현장감과 재미까지 느끼긴 어려웠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꼭 외국인 친구들과 직접 만나 소통을 하고 싶었다. 그 다음으로는 역설적으로 내가 교환학생에 가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나라에 가고 싶은지, 혹은 어떤 문화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스스로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한국에서 먼저 교환학생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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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한국으로 온 교환학생들과 처음 만난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때는 3월 말. 아직 벚꽃조차 무르익기 전의 주말이었다. 바람이 쌀쌀한 날씨에 우리는 그저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댄스연습실에 집합했다. 미국, 싱가포르, 네델란드, 폴란드, 일본에서 온 5명의 외국친구와 4명의 한국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이, 아임 지예. 아이 라이크 댄싱 앤 러닝...(Hi, I'm jiye, I like dancing and running...etc)."

 

어색하면서도 수줍은,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는 확실히 이야기했던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드디어 차가운 공기 속 연습실 거울을 바라보는 3초간의 정적을 느낀다. 원체 어색한 공기를 싫어하는 나는, 모두가 어색함과 경직됨의 근육을 떨쳐버리도록 아이스브레이킹 댄스 타임을 주도했다. 그리고 외쳤다. "We should be natural when we dance!(우리는 춤을 출 때 자유로워야 해!)" 초중고를 아울러 학창시절 내내 친구들과 케이팝 댄스를 추며 장기자랑에 올랐던 경험이 결국 케이팝을 좋아해 먼 땅에서 한국에 찾아온 외국친구들과의 댄스 파티로 이어지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댄스 소모임 첫 날 이들과 함께 췄던 노래는 2곡이었다.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Permission to Dance(PTD)'와 한국을 빛내고 있는 ITZY의 'Wanna be'였다.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교환학생 친구들에게 있어 BTS와 ITZY는 마치 동네 언니오빠 또는 동생처럼 친숙하고 익숙한 존재였다.


상상 그 이상으로 K-POP 노래와 춤을 익히 알고 있었고, 춤을 추는 숙련도는 모두 달랐지만 '열정'만큼은 도무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리더인 나는 0.N배속으로 목청껏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되도록 디테일하게 안무를 티칭하고자 혼신을 다했다. 친구들과 원본 댄스영상을 다시금 살펴보며 안무를 세심하게 체크했고, 큰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위해서는 다른 이가 직접 자원하여 아낌없는 포인트 강의를 해주기도 했다.

 

참 신기했다. 이 드넓은 세계에서 이들과 만나, 우리나라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춤을 춘다는 사실이.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는 찰나의 세상 속에서 성장 배경도, 국가도,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로 몇천 킬로미터를 넘는 거리를 너머 자석처럼 딱-붙게 된 것이다. 춤을 설명할 때 완벽하게 그들만의 언어로 티칭할 수 없어도, 최대한 만국의 언어인 바디랭귀지와 비언어적 표현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고맙게도 교환학생 친구들은 서로 돕고 또 격려하며 끝까지 목표한 바를 완주하도록 나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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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무사히 첫 연습을 마치고 우리는 학교 근처의 계란찜과 돌솥비빔밥이 맛있는 한식점에서 푸짐한 식사를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하늘에 감사하게도 아주 멋지도록 화창한 날씨에, 캠퍼스 한 가운데에서 shorts 영상을 찍으며 열심히 연습한 댄스를 프레임과 추억 속에 담았다.

 

춤 연습과 shorts 영상 촬영까지 마친 후, 우리는 3차로 카페에 이동하여 또다시 케이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 음료를 시켜놓고 한 테이블에 주르르 앉아 케이팝 댄스 릴레이 영상을 감상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특별히 응원하는 가수가 있으면 손가락을 가리켜 포인트 안무를 감탄하거나, 꽤 오래된 케이팝 노래(ex: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들이 나오면 "클래식 케이팝(Classic K-POP)"이라며 전문가 수준의 분석력을 뽐내기도 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를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던 세계 각지의 이산가족, 아니 이산프렌즈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만 나오면 댄스본능이 발동되어 언제 어디서나 흥의 템포를 온 몸으로 표현한 나이기에, 외국인 친구들과 처음 만난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내내 케이팝을 추고-이야기하고-분석하는 그 시간은 거의 천국이었다. 이들에게 한국이란 흥과 끼가 넘치는 K-POP의 주역이 가득한 곳, 춤추고 노래하고 즐기는 스테이지 그 자체였던 것일까. 지극히 단조롭다고 여겨지던 일상 속에서 이들과 새롭게 만난 '한국'은 완전히 또다른 세계였다.

 

앞으로 우리는 2주에 한번씩, 케이팝 댄스와 피크닉을 같이하는 소모임으로 꾸준히 만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국같은 '케이팝의 땅'에서 후회없이 즐기고, 땀흘리고, 춤추는 시간이 가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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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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