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너는 이제 너의 세계를 가지고 있구나

'진짜 나의 인생'을 위한 여정
글 입력 2022.04.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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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제 너의 세계를 가지고 있구나"


 

'유퀴즈온더블럭' 프로그램에서 박완서 작가님의 딸을 인터뷰한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다.

 

"너는 이제 너의 세계를 가지고 있구나."

 

박완서 작가님이 딸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이 말이 너무 인상깊어 매일 보는 다이어리 페이지에 적어두었다. 특히 인상깊게 다가온 이유는, 현재 '진짜 나'를 찾아가는 매일을 보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나를 설명하는 수식어들


 

대학에 온 이후 자기소개를 더 많이 하게 된다. 다른 나이, 다른 전공, 다른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만날 일이 훨씬 많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늘었다. 소속된 곳도 많아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느 고등학교 몇 학년으로 소개가 마무리되었는데, 이제는 다르다. 설명할 것들이 참 많다.

 

요즘 특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더욱 많은 만큼,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비슷비슷하다. '이름,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에서 시작해 전공, 취미, 사는 지역, mbti, 주량, 동아리 등등을 물어본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생활, 코로나, 공부 등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헤어질 때가 된다.

 

 

 

속 깊은 이야기


 

평소 '친하다'의 기준이 꽤 높은 편이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편이라고 해두자.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 마음을 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기준은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다. '친한' 사람이 꼭 '오래 본' 사람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처음 본 지 몇 년이 지났어도 아직은 속 얘기를 편히 털어놓지 못하겠는 친구도 있고, 처음 봤는데도 생각과 고민들이 매우 비슷해 서로의 속 얘기를 하며 바로 마음을 열어버린 경우도 있다.

 

대학 사람들과 친해지기 유독 어려운 이유가 속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위에서 언급했듯 전공, 코로나, 주량 등 가벼운 이야기만 나누는 느낌이랄까.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친해지려면 직접 연락하고 약속을 꾸준히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 또한 큰 원인인 듯하다.

 

서로가 내면에 가지고 있는 고민, 가치관, 생각들을 꺼내 표현해야 비로소 서로를 진정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평소 하는 생각들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지 않고 진정한 나와 나의 가치관을 꺼내놓을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소개는 정말 마음을 연 사람들에게 하는, 속 깊은 이야기들로 꾸려보려 한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어려워한다. mbti 검사 첫 질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항상 매우 동의를 눌렀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두려워서도 그렇지만, 단 몇 마디 또는 몇 수식어로 설명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아서 그렇다. 아직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단 몇 마디로 정의해버리는 것을 오래전부터 싫어했던 것 같다. 날 쉽게 평가하거나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예로 많은 친구들이 대학 합격증을 올리고 SNS 소개란에 대학 이름을 적어 놓을 때, 직접 내게 물어본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아 걔? 그 00대생?' 지극히 개인적인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하나의 단체로 내 전부가 설명되는 듯한 상황이 싫어서 그랬던 것 같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이 길어지면 좋겠다. 긍정적인 수식어라 할지라도, 하나의 단어로 치부되기보다는 나를 다양한 각도에서 봐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스스로도 그만큼 다채롭고 더 알아가고 싶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나는 누구인가


 

어릴 때부터 철학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다. 나는 누구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의 시작은 어디쯤일까, 같은 물음들.

 

이름, 00의 딸, 00대학교 학생... 그 무엇도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설명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나를 알아간다는 건 어렵고, 나도 모르는 나를 표현하는 건 더 어렵다. 정말로, 나는 누구인가?

 

 

 

내가 걸어온 길


 

 

"정말 내가 이 길을 왜 걸어왔는지, 내 인생의 철학에 빗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천인우가 한 영상에서 했던 말이다. 이 말에 매우 공감한다. 인생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 철학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그 노력으로 닦아온 길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설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인생의 철학


 

그렇다면 또, 내 인생의 철학은 무엇인가. 원래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요즘 <인생의 태도>라는 책을 읽으며 가치관이 많이 변하고 있다.

 

 

"행복은 삶의 목표나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닙니다. 다만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좋은 관점과 애정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 <인생의 태도>, 웨인 다이어

 

 

행복은 하나의 목적지나 목표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외부의 어떤 대상, 사람에게서 찾는 게 아니라는 것.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더라도, 언젠가는 그 순간이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임을 깨닫는 순간이 많았으면 좋겠고, 삶을 지나는 걸음 걸음이 행복임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항상 말이 많아진다. 인스타그램 영감 계정이 하나 있는데, 그 계정의 소개란에 좋아하는 것들을 쭉 적어놓았다. 그걸 바탕으로 나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여행> - 어릴 때부터 가족과 여행을 많이 다녔다. 특히 중학생 때 간 유럽 여행이 아직도 마음속에 크게 자리해 있다. 삶에서 단 한 순간만 기억할 수 있다면 간직하고픈 순간에 대해 가족들이 입을 모아 유럽 여행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그 여행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건축과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고, 프랑스 교환학생이라는 버킷 리스트가 생겼다. 여행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건축> -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인테리어 블로그를 많이 봤던 것 같다. 그 어린 나이에 방 벽지 페인트칠을 하겠다며 부모님께 조르기도 했고, 소품샵 가는 것도 좋아해 여러 인테리어 소품들도 꾸준히 모아왔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의 건축, 문화 등을 소개한 책들도 어릴 때 참 좋아했다. 유현준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감명 받아 건축학에도 관심이 생겼고 교수님께서 쓰신 책들도 읽고 북토크에도 다녀왔다.

 

<음악> - 한국 노래 중에는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 김광석, 이문세, 김현식, 015B, 유재하, 박정운의 앨범들을 좋아한다. 8090 노래들은 전주부터 아련해지는 분위기와 어딘가 서툰 듯하면서도 마음 깊숙이를 찌르는 가사가 참 좋다.

 

브릿팝, 올드팝, 락 등의 장르도 좋아한다. 밴드 사운드가 꽉 차있는 듯한 분위기의 노래를 좋아하고, coldplay, oasis, cigarettes after sex, Bruno Major, Elton John, Radiohead, Travis, My chemical romance, keane, Green Day의 노래들을 많이 듣는다. 내 삶은 거의 모든 순간 음악과 함께 한다.

 

<영화> - 로맨스, 성장,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좋아한다. 영화관 가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관에서 재개봉한 명작 영화들을 보러 가는 것이 취미이다.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 순간만큼은 100% 행복하고 설레며, 내가 생각하는 이상에 닿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기록> - '기록'이라는 행위는 나의 참 많은 부분들을 설명해주는 것 같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이 참 많은데, 그 수없는 생각들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과 감정들이 휘발되는 게 싫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는 재밌게 보았던 영화인데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게 봤었다는 기억만 남아있을 뿐, 줄거리는 어땠고 어느 장면이 좋았는지 세세히 기억하기 힘들다. 내가 의미 있게 기억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내가 겪지 않은 순간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최대한 많은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기억하고 싶다.

 

참 다양한 곳에 기록하는 중이다. 먼저 플래너, 다이어리, 노트에는 손글씨로 기록한다. 플래너에는 매일의 계획과 일정을 정리하고 다이어리에는 그날 했던 것들, 갔던 장소, 느꼈던 감정 등을 적는다. 노트에는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 전부 기록한다. 인상깊은 영화 포스터 스크랩과 감상평을 적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 가사와 책 구절을 필사하고, 그림도 그리고, 화나는 날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기도 한다.

 

노션, 인스타그램, 메모앱, PL@Y2 앱 등으로도 기록한다. PL@Y2앱으로는 본 영화나 드라마, 책을 시각적으로 기억하기에 좋다. 인스타그램은 영화 계정을 따로 만들어 영화 포스터/스틸컷과 감상평을 함께 올리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감상평은 영화 엔딩 크레딧까지 다 보고 난 후 바로 ost를 들으며 적는 편이다. 아이폰 기본 메모앱에는 대학/생각/영화/음악/패션 등 정말 모든 것을 적는다. 노션에는 올해 초 세운 만다라트 계획표를 하나의 템플릿으로 구현해놓고, 자주 보며 의지를 다지려 한다. 대학 수업 템플릿에는 수업 내용과 수업 들으면서 느꼈던 생각,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다.

 

원래는 영화 감상평이든 일기든 기록에 압박감을 느꼈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기록하는 순간이 참 행복하다. 새벽에 일기 쓰는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낸 적도 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스스로 남긴 기록들을 들춰 보는 재미도 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참 다름을 항상 느끼며, 별 거 아닌데 이때는 왜 그렇게 힘들어 했나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무슨 생각을 하나요?


 

요즘은 '갓생 살기'가 뇌구조의 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잘' 놀고 싶고, '잘' 공부하고 싶고, 이 시기를 '잘' 보내고 싶다. 과연 그 '잘'이라는 건 무엇일까. 남들이 정해놓은 삶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 아직 잘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삶에서 의미 있는 것, 내가 행복한 것들을 해나간다면 그것이 '잘'하고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나요?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나중에 지금 이 순간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 나는 그 어떤 감정보다 '후회'라는 감정을 가장 무서워한다. 어떨 때는 이 마음이 현재의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해,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그래서 항상 무언가를 하면서도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중요한 시기를 그냥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같은 강박적인 생각들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걱정하느라 청춘을 좀 재미없게 보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모순적인 생각도 든다.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님의 말이 있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더이상 내가 어쩔 수 없는 먼 미래에 있는 것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건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거다. 그러나 열린 그 길대로 가면 생각지도 못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으로 사소한 것에 마음 쓰지 말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해도 훌훌 털고 주어진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 할 일들을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매 순간 꿈꾸던 순간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믿어본다.

 

 

[최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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