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인입니다. [문화 전반]

사이즈에 따라 다른 시각, 다른 관점 그리고 다른 고민
글 입력 2022.03.2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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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적어도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브로콜리와 파슬리가 때로는 숲처럼 보이고, 물 표면에 떠있는 나뭇잎은 때때로 작은 보트처럼 보입니다.”

 

“소인의 관점에서 본 매일매일의 일상적인 것들은 우리에게 재밌는 생각을 많이 가져올 수 있습니다.” - Tanaka Tatsuya

 

 

 

타나카 타츠야, '소인'의 관점


 

앞의 작품들은 사진 작가이자 아트디렉터인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들이다. 타나카 타츠야는 익숙한 사물에 상상을 더해 2011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1일 1작품을 해오고 있다.

 

그의 미니어처 세상은 '어린 시절 순수한 발상을 다시 생각해 무언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 ‘훌륭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몇몇 작품들은 정말 한 번쯤 상상해본 이야기가 펼쳐져있다.

 

사용된 익숙한 사물과 작품 속 그 활용은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가 돼, 미소가 절로 난다.  그의 말대로 소인의 관점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면, 크로아상은 구름이 되고, 사과껍질은 레드카펫이, 빨랫줄은 놀이기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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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미니어처 캘린더’(1알 1작품) 다음으로 새롭게 도전한 프로젝트는 바로, 반대인 큼직한 것을 두기다. 즉, 실제 사람들이 미니어처를 즐기도록 (미니어처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작년,  최초 국내 전시회 [미니어처 라이프 서울 : 타나카 타츠야의 다시 보는 세상]에서 '김치'를 주제로 김치 단풍나무를 만들기도 했다.

  

 

 

'소인'을 상상케 하는 미니어처(mini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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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물을 작게 만든 조형물을 미니어처라 한다. 미니어처는 그 자체로 공예품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영화 장면을 촬영하거나, 건축물을 짓기 전 조감도, 요식업에서는 음식모형으로도 쓰이고 있다.

 

어릴 적, 동화에 나올 법하면서도 디테일한 미니어처 집들을 보며, '이만큼 작아져서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소인을 연상시켰던 유명한 위 사진도, 일본의 미니어처 작가들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마치 작은 사람이 몰래 콘센트 안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이렇게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미니어처 작품들은 우리에게 ‘소인’을 상상하케 한다.

 

 

 

몰래 우리의 물건을 빌려 쓰고 있는 '소인' - 마루 속 아리에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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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센트 속 집처럼, 소인이라는 판타지적 존재가 인간 가까이에 몰래 살고 있다는 이야기의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이 영화의 원작은 '마루 밑 바로워즈'라는 영국 아동문학인데, 'Borrowers'라는 말은 말 그대로 '빌려 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도 소인들은 자신들이 인간의 물건을 '빌려 쓴다'라는 표현을 한다.

 

10cm 키의 아리에티 가족은 각설탕 하나, 휴지 한 장으로 한 달가량 살아가는데, 그것을 빌리던 중 아리에티는 인간 쇼유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인간은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쇼우의 다정한 모습에 아리에티는 마음을 열고, 그렇게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된다는 소인 족의 규칙을 어기고 둘은 가까워진다.

 

작 중, 쇼우가 “작고 얼마 안 되는 너희들은 곧 멸망할 운명일지도 모른다”라고 하자, 아리에티는 “다들 열심히 사는 걸 너희가 모르는 것뿐이야!”라고 소리친다.

 

실제로 우리보다 작은 생명체들, 가령 개미나 꿀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인간만큼이나 열심히 생존 활동을 해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

 

 

 

냉동고 속 빙하시대, '소인'류의 시작? 러브, 데스 +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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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넷플릭스에서 시작한 옴니버스식의 성인 애니메이션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1에서 16회차로 방영한 ‘아이스 에이지’편 또한, 소인국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니어처와 같이, [마루 밑의 아리에티]와 같이, 아기자기하면서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가 아니라, 이 단편 영화는 '작은 인류'의 문명발달을 매우 강력하고, 소름 돋게 보여준다.


이사 온 집에 있던 냉장고에서 꺼낸 얼음에서 창이 찔린 매머드가 발견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에선 '소인류'의 문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명은 우리 인간과 같이, 중세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 시대로 발전하였고, 현대 도시 사회를 넘어 눈부신 기술 발전을 보여준다. 중간에 한 번 핵전쟁도 일어나며, 결국 냉동고 속 '작은 인류'는 빅뱅과 같은 대폭발로 인해 소멸하고 만다.

 

콘센트를 뽑은 다음 날, 그곳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고 영화는 끝이 난다. 이에 "역사는 반복된다.", "현대 인류에게 되풀이되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여러 평이 달리기도 했다.

 

1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는 '아이스 에이지'. 냉동고에서 (작은) 인류의 시작인 '빙하시대'가 시작된다는 이 흥미로운 발상의 스토리는 [러브, 데스 + 로봇]의 베스트화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소인'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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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폭풍우로 만나 소인국과 대인국에 도착하게 되는 소설 [걸리버 여행기]. 이런 스토리는 정말 실제로 '소인'이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 따르면, 2005년 이란에서 25cm의 미라가 발견되었는데, 인류학자 수잔 마르티네즈 박사는 미라의 정체가 전설 속 마크후니크 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마크후니크족의 후손이라 알려진 이들은 위장술이 뛰어나며 키가 1m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그 이전에는 마치 소인 족이 사용했던 것처럼 보이는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유적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80cm를 넘지 않으며, 그곳에서 불을 피운 흔적과 용광로를 사용해 그릇을 만든 흔적 등이 발견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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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처럼 매우 작은 크기는 아니지만, 현재 유난히 작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부족과 마을이 있긴 하다.

 

아프리카의 밤부티 부족은 평균 남자 144cm, 여자 137cm로, 이들은 일찍부터 몸집이 큰 흑인들에게 쫓겨 깊은 열대우림에서 살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의 쓰촨성 네이장시 쯔중현의 한 산촌에는 난쟁이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의 주민들은 위 사진처럼, 평균 신장이 80cm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난쟁이 마을과 관련해 놀라운 사실 하나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농작물 또한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연관성을 찾기 위해 조사한 결과, 그들이 먹는 식수와 농작물에 주는 물에, 성장에 필수 영양소인 칼슘과 인과 같은 성분이 함유돼 있지 않았던 것.

 

실제로 이들은 5살 무렵 무릎과 같은 관절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우주 속 인간, 아주 작은 '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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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규모’라는 게임을 아는가? 이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는 것은 아니고, 우주의 규모를 말해주는 교육용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 시작해서 인간보다 작은 세계와 큰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그 크기를 비교하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결국 우주의 규모를 실감하게 된다.

 

미미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끼며, 원자부터 관측 가능한 우주까지 여행하고 나면, 뭔가 겸손해지는가? 동시에, 한편으론 지금껏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느꼈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불행 피하기 기술] 책에서 ‘세상은 당신의 감정에 관심 없다’, ‘세상은 당신의 의견 없이도 잘 돌아간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정말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객관적으로, 우린 우주의 규모를 생각하면 영화 속 '소인'들보다 훨씬 작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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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엔) 간단하고 사소한 문제도 진지하게 생각하며, 결국 그걸로 갈등을 빚어 전쟁까지 하는 [걸리버 여행기]서의 소인들.

 

사이즈만이 아니라, 그것에 따른 다른 시각과 관점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지금 '달걀을 어느 쪽으로 깨야 하는지', '신발 높이는 어떠해야 하는지'만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수 있다.

 

[불행 피하기 기술]에서처럼, 우리가 혼자 그렇게 특정 일에 화를 내고, 힘들어 해봤자, 극단적으로 이 넓은 세상은 그것을 알아주고 기억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또 우리가 그런다 해서 이 커다란 세상엔 각설탕만큼의 영향도 없을 거라는 걸 생각해보자.

 

만약 또다시 세상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주의 규모를, 아님, 지나가는 개미를 한번 쳐다봐라. 나름 당신은 진정될 수도 있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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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 개미
    • 저도 어렸을 때 좋아하는 과자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몸이 작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네요. 소인이 되면 평소에 흔히 보던 물건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반대로 마지막 글처럼 커보이는 문제도 우주의 규모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공감됩니다.

      평소에 내가 사물, 사람, 문제 등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보려고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 0 0
  •  
  • 머루
    • 잠시 잊고 있었던 어릴적 내가 소인이 돼서
      작은구멍속은 어떨까 상상했던때가 떠오르네요. .
      큰 우주를 보면  한낱 작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늘 내 기준엔 뭐가 그리 바쁘고 오늘 할일 하루쯤 지난간데도
      이 세상은 아무 문제없는데..
      한번쯤 일부러라도 쉬어가며 실아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유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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