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만 없어, 명품...", 명품전쟁 속에서 동떨어진 사람 또 없나?

IMF 때도, 세계금융위기 때도 명품시장은 성장했다, 코로나도 그렇다!
글 입력 2022.03.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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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는 것 같은 명품가방, 그리고 재난지원금 필요를 외치던 최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 연예인들이 광고하기 시작한 명품 집중판매 플랫폼에 눈길이 가는 것은 내 탓이 아니라 실제로 그 숫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명품 구매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그 역시도 단순히 내 탓이 아니라 사회가 그렇기 때문이다. 한 가지 말해두고 갈 점이 있다면, 1997년 IMF,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고가에 상응하는 제품들의 매출이 늘었다는 부분이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손에 꼽히는 장점은 정보접근에 대한 평등성과 지구 반대편에 선 사람과도-생면부지의 사람과도 친해질 기회를 준 초연결성을 언급할 수 있다. 이제 준거집단에 혼란이 시작되었다. 모든 관용구는 반대되는 뜻을 가진 다른 관용구와 짝을 이룬다. “맹모삼천지교”와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가 이 세상에는 공존한다. 자신과 경제적 환경이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것이 시점(時點)에 따라서 발전적 동기가 되기도, 상대적 박탈감으로 전환될 수 있다. 명품 시장의 기이한 성장은 후자에 가깝다.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받은 현재 경제 시장의 회복세를 K자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말이다. 되돌아보면 이번 팬데믹 초기에도 두드러졌었다. 배달업계 종사자는 전염가능성-건강을 담보로 생계를 이어 나갔고, 할리우드 배우들은 광활한 저택에서 마스크 없이 뛰어노는 모습을 SNS에 공유했으며, 재계인사들은 인구밀도가 극히 낮은 섬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단적인 생활 모습에서 보이던 차이가 이제 소비패턴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괜히 성횡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제력이 더 좋은 쪽은 50~60대이나, 소비패턴이 일정하기 때문에 설득비용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다. 반면 젊은 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다. 사회적 소외감을 자극하면 지갑을 연다. 이 때, SNS는 아주 효과적이다. 명품 브랜드 역시 이런 경제적 이점에 따라 각자의 SNS를 통해 MZ세대를 설득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면서 브랜딩이 중요해졌다는 점은 이미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력이 우수한 고가 브랜드 층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관을 서비스 해 소비자들을 더욱 몰입시키고 있고, 언택트시대가 소비자들을 디지털 매체에 매달리게 하면서 럭셔리 브랜드 시장의 성장에 완벽한 발판을 마련했다.

 

명품 sns.png

 

 

 

명품 직구 또는 중고 명품


 

마케팅이 성장한 만큼 소비자들도 성장했다. 일명 ‘스마트 컨슈머(smart consumer)’.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Z세대와 그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는 M세대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된다. 2030이 명품의 주 소비자층으로 부상한 것도 맞으나, 이들은 명품도 최저가를 검색하고 리셀에 익숙해 중고의류플랫폼까지 샅샅이 살펴보는 디지털 원주민이다.


최저가의 명품을 구할 수 있는 플랫폼은 대표적으로 ‘글로벌 직구’와 ‘중고 거래’의 두 가지 모습이다. 직구 플랫폼이 내세우는 강점은 ‘저가’+‘신뢰도’ 모델이다. 고급 브랜드 측은 넘쳐나는 수요에 공급을 늘리지 않는다.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제시한 개념인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품이라면 가격이 상승할 때 수요가 감소하는 것이 맞다. 반면에 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특정 물품에 한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보이면 수요 역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회인 것이다.


따라서 에루샤(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은 물론 디올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명품 브랜드는 가격 상승 전략을 채택했다. 그렇다면, 동시에 가품시장이 성장하는 것도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정·가품에 예민해졌다. 예전에는 백화점이 그 신뢰도를 보장했으나, 온라인 거래에서는 훨씬 좋은 가격을 가진 구입 창구가 너무나도 많다.


천정부지로 솟는 명품 가격에 특이하게 저렴한 가격을 보인다면 이 역시도 의심점이 된다. 해당 상품 Q&A 게시판에는 “정품 맞나요?”라는 질문이 가득하다. 꺾일 기세가 보이지 않는 명품 시장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이 많아질수록 그 차별점은 ‘최저가’와 동시에 ‘정품보장’일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시 비용, 직원 비용 등을 없애면서 최저가를 제공할 수 있게 된 해외직접구입 서비스들이 이러한 모델을 채택한 점이 놀랍지 않다.

 

 

국내 서비스되고 있는 명품 특화 플랫폼.png

 

 

중고거래 플랫폼이 내세우는 강점은 ‘저가’+’트렌드’ 모델이다. 트렌드 부분 역시 신뢰도와 유사하다.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이라는 점이 이미 트렌디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업계에서도 트렌드를 보려면 중고 플랫폼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트렌드’라는 단어를 한 문장에 한 번 사용한 이 문단에서 ‘트렌드’를 빼면 문단이 무너질 수 밖에 없듯, 이전에 ‘정리’를 위한 중고 거래에서 ‘디깅(원하는 물건을 찾기 위한 노력 투자)’을 위한 중고거래로 양상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번개장터는 제품군별 카테고라이징(코트, 청바지 등)에서 브랜드별 카테고라이징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이어나갔다. 일반 쇼핑 어플리케이션과 다를 바 없이 브랜드 별 순위를 제공한다. 언뜻보면 대표적인 버티컬 플랫폼인 무신사와 차이를 찾지 못할 정도다. 큰 하자만 없다면 새상품과 다르게 보지 않는 소비자층이 생겨났다고 짐작해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고의류시장(SHC, Second-hand Clothes)이 성장하는 것에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환경적 가치관도 투영되었다. 헌 제품보다 새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누구나에게 있는 욕구일 것이다. 하지만 중고시장에서 디깅에 성공한다면 가치관-경제적 이익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짜릿함(mindfulness thrilling, Watson et al., 2016; Lang & Zhang, 2019)에 득템력(Gotcha Power,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인지적 권력, 트렌드코리아2022)까지 획득함으로써 자존심에 매우 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명품 N차거래에 한해서는 결코 ‘자존감’이나, ‘긍정적’인 효과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

 

 

조현경 디자이너.png
출처 조현경 디자이너, 시사저널e

 

 

 

나는 정말 스마트할까?


 

경제적 불안정성은 사치를 종용한다. 작은 범위에서 보면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맞다. 같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 정보를 끌어모아 이성적으로 ‘어느 곳에서’ 구매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하지만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적 지출을 하겠다”는 무의식은 반이성적으로 ‘구매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디지털 시대의 최대 단점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천분의 1초(millisecond, ms)의 심리를 누군가 분석하여 가지고 놀 수 있다는 점이다. 글 또는 댓글 작성 권한이 주어져 SNS는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라면 모두의 평등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평등성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행인 부분은 '평등성'이란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안에서 전시되는 경제적 과시를 모두 따라갈 필요성은 전혀 없다. '과시'란 말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 욕구, 그에 따라 대우받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 즉,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경제적 불안정성에서 기인한 결핍이 반영된 '과시사회'가 단적으로 보이는 곳이다.

 

 

online shopping.jpg
출처 Gemius

 

 

메타인지(Meta Cognition, 고차원적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기술)가 주요능력으로 떠올라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대 흐름은 지엽적으로 필터버블(Filter Bubble, 알고리즘 등으로 인해 관심있는 분야 내에 갇히게 되는 모습)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스마트 컨슈머’라는 6글자의 단어가 주는 자부심에 취해 거짓 자존감(=자존심)을 채우기보다 진짜 스마트함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 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게 할 힘을 달라고 나지막이 빌었다.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느긋함과 이 두가지를 구분할 지혜를 달라고."

- 명살인2(카르스텐 드세)

 

 

사실 이 글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형식을 꾀하고 있으나, 어쩔 수 없이 이 사회 안에서 무분별한 마케팅에 노출되고 있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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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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