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양 미술로 읽는 정원의 역사, 예술의 정원 [도서]

글 입력 2022.03.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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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평면] 예술의 정원.jpg



<예술의 정원>은 현재 그림과 문학 작품의 구절 속에 남아있는, 과거 서양의 정원에 관해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시대별 정원의 변화와 주제별 정원의 모습, 그리고 정원 속 요소들까지 꼼꼼하게 조사하여 책에 담아냈으며 미술 및 문학 작품을 풍부하게 제공하여 흥미를 유발함은 물론 독자의 이해도 도왔다.

 

‘정원’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그러나 현대의 정원과 과거의 정원은 물론 서양의 정원과 동양의 정원은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독자들은 <예술의 정원>에서 과거, 서양의 정원을 보며 시대와 지역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시대마다, 정원 주인의 사회적 지위마다 상이했던 정원의 개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정원이라는 대상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깨게 하고, 상황에 따라 정원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파악하며 상상할 기회를 열어준다.

   

 

 

인간과 자연



정원은 인공과 자연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자연의 요소들을 활용하지만, 인간이 그것들을 배치하고 공간을 계획하기에 정원에는 나름의 인공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경계에서 정원은, 역사적으로 조성한 주체의 이상을 표상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이상은 순전히 그 주체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정원에는 위엄있는 종교적 세계의 구현부터 행복한 전원생활의 상징 등 아주 넓은 범위의 주제로 조성되어 각각의 개성이 드러난다.

 

각 정원이 갖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그것들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당시 정원의 주인이 생각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을 과감하게 가공하여 인공물과 함께 제3의 세계를 만들어 낸 정원의 경우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여겼으리라 추측할 수 있으며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려고 한 정원에서는 자연이 정원 주인에게 안정을 주는 존재였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당시 정원을 조성하고 이에 관한 기록을 남길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한 시대를 풍미할 만큼의 부와 권력을 지녔을 것이기에 그들이 표상하고 의도했던 세계와 그들의 자연관은 당시의 시대적 사고를 조성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실제로 <예술의 정원>을 읽다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각 시대의 이미지와 당시 정원의 모습이 대체로 잘 들어맞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기의 정원에는 고대 그리스의 미감을 반영하고 있으며 로코코의 정원에는 궁궐이나 회화에서 나타났던 귀족들의 취향이 나타나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정원이 단순히 여유의 상장으로만 치부될 것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로 주목받아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정원 속의 요소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정원


 

정원 속 요소들은 나무 혹은 화분과 같이 작고 흔한 작은 것부터 정원 무대나 모조 건축처럼 규모가 크고 상당한 비용을 요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예술의 정원>에서는 이러한 요소들 중 대표적인 것을 하나하나 짚어주는데,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폐허’였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정원에 일부러 가짜 폐허를 정교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부서진 과거의 역사’라는 폐허의 상징성 때문이다. 르네상스 사람들은 폐허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며 느끼는 멜랑콜리의 감정을 유발하고, 정원에서 유희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정원을 고요한 명상의 장소로 활용하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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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를 보고 놀랐던 점은 단순히 미나 긍정적인 감정의 범주에 속하는 것만이 정원의 요소가 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물론, 르네상스인들은 고대 그리스의 흔적인 폐허를 보고 감명을 받았겠지만 폐허 그 자체가 아닌 과거의 영광을 아름답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래서 폐허는 아름다운 것이라기보다는 위대한 과거에 대한 흔적이며, 복원과 가공 등의 2차 작업을 거쳐 다시 예전으로 되돌려놓아야 할 대상이었을 텐데 폐허의 모습 그대로를 옮겨놓았다는 것이 새로웠다.


 

 

인간이 향유한 정원


 

아마 내가 ‘폐허’에 충격을 받았던 것은, 과거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정원을 휴식 혹은 유희 등의 가벼운 활동을 즐길 목적으로 조성하며, 격무에서 벗어나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겼을 것이라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폐허가 보여주듯 내 전제는 완전히 틀렸다.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과거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원의 역할은 더 다양했고, 때로는 심오했으며 정원은 조성 주체 각자에게 의미 있는 사색과 활동을 유발할 수 있는 장소로 설정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통찰을 이 책의 ‘정원 속 생활’과 ‘상징의 정원들’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축제를 위한 정원, 약용 식물 재배를 위한 정원, 명상의 정원 등 다양한 종류의 정원을 책으로 접하며, 각 요소의 사용이 정원의 분위기 형성에 어떠한 효과를 나타냈는지, 해당 정원이 조성될 당시 시대 분위기에 어떠한 영향을 받았을지 생각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의 첫머리부터 읽고 있는 부분까지의 내용이 서로 연결되며 정원을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김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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