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왜 쓰세요? [사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 입력 2022.03.18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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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지 삼 주차, 지원할 때 쓴 글을 포함하여 총 여섯 개의 글이 올라갔다. 그리고 이게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썼다'고 말할 수 있는 글의 전부다.


생각을 짤막하게 쓴 글은 꽤 많지만 제대로 결심하고 쓰기 시작한 글은 이제 겨우 두 달을 넘겼다. 좋은 기회로 에디터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막막한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또 읽는다. 다른 사람들은 글을 왜 쓰는지, 글을 어떤 존재로 여기고 있는지. 이렇게 끊임없이 글을 읽는 와중에 내 글을 다 본 동생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언니는 자기계발서 안 좋아하잖아, 근데 언니 글은 좀 자기계발서 같아."


동생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이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사지도, 읽지도 않는 사람이기에 동생의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 말을 곱씹으며 우선 개발과 계발, 어떤 단어가 맞는 건지 헷갈려 의미를 찾아보았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계발'은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다는 뜻이고, '개발'은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한다는 뜻이다. 보통 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깨달음을 얻기 때문에 자기'계발'서인가 보다. 그럼 내 글의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깨달음을 주는 거지?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쓸 뿐인데. 바로 그게 이유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쓰는 행위 자체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좋아하는 걸 표현하는 수단으로 글을 이용한다. 사람은 어떤 작품이든 본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감상하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아도 다른 감상이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경험에서 비롯된 애정이기에 글에도 자연스럽게 내 생각이 담긴다.

 


노트.jpg

사진을 아무것도 안 넣기가 뭐해서 넣어보는 아이디어 노트

 

 

좋아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걸 나의 관점과 언어로 정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나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을 보고 특정 예술 혹은 공간을 좋아하는 이유를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글쓴이가 생각한 답을 제시하면서 읽는 사람만의 답을 끌어내는 게 '글'이 하는 역할이라면, 앞으로 자기계발서가 그리 싫지만은 않을 것 같다.

 

자기계발서라곤 읽어 보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글을 쓰는 게 좀 웃기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글도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 뭐든 좋지 않을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나에게 글은 자기만족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 정리해가며 그걸 애정하는 '나'를 더 알아가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떤 경험에 기반하여 지금의 취향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한 달 전, 에디터를 지원할 때까지만 해도 나만의 글을 알아가고 싶은 게 다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단지 나만의 언어, 나만의 글을 위한 여정은 아닌 것 같다. 나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문장이 이렇게 추측형인 이유는 한 달 만에 바뀐 생각이 활동 중에 또 바뀌지 않으리란 확신이 없어서다.


뭐가 되든 좋다. 나를 위한 일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정예지.jpg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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