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왜 한쪽으로 기울어질까? [음악]

음악을 서핑하는 자, 가사(歌詞) ①
글 입력 2022.03.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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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list Timeline


 

 

00 : 00 - 03 : 50 딘, D (half moon)

03 : 51 - 07 : 21 러블리즈, 삼각형

07 : 22 - 07 : 52 샤이니, Chemistry

 


* 대제목 ‘사랑은 왜 한쪽으로 기울어질까?’는 데이식스의 [The Book of Us : The Demon] 프로모션 문구를 차용했습니다.

 

 

 

딘, D (half moon)

“저 반 쪽 짜리 달이 딱 지금 나의 모습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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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의 ‘D (half moon)’는 2016년 3월 발매 후 역주행으로 차트에 오르면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곡이다. 딘이 작사하고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랩 메이킹과 랩 피처링에 참여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에 근거하면 이 곡은 2016년과 2017년의 연간 차트에서 각각 14위와 45위를 기록했고, 곡이 수록된 앨범 [130 Mood : TRBL]에는 멜론의 자체적인 기준에 따른 명반 딱지가 붙어 있다. 무엇보다 이 곡이 R&B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딘을 대중에게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곡이 당시의 대중들을 사로잡으며 역주행하는 쾌거를 이루고 나아가 ‘반달 연금’, ‘좀비 딘’과 같은 수식어를 얻으면서 롱런할 수 있었던 행보엔, 오로지 좋은 음악이 있었을 뿐이라는 평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사는, 유니크한 트랙과 앞뒤로 구르며 들어도 좋은 멜로디에 신이 얹은 센스 한 스푼이다.


 

너 없는 밤도 달은 떴다는데

보이지 않아 네 생각에 가려진 채 Yeah

마음이 기운 채로 판단이 설 리가

너 하나 없다고 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 자꾸 그 때로 또 되감기 돼

 

네가 있던 자리

그 자리 위 밤하늘까지 (보여)

저 반 쪽 짜리 달이

딱 지금 나의 모습 같지

 

다 너의 반 반 반의 반의 반도 채워주질 못 하네

채워지지가 않네 Yeah

딱 너의 반 반 반의 반이라도

내게 남았더라면

이렇게 붕 떠있진 않을 텐데

 

 

‘D (half moon)’는 연인과 이별한 후 느끼는 아픔을 달의 모양에 빗대어 표현한 곡이다. 1절의 벌스(verse)와 프리코러스(pre-chorus)를 통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을 묘사해 나열한다. 칸예의 새 앨범을 듣고 침대에 누워 종일 TV 채널을 돌려보아도 ‘별 이유 없이 공허’ 하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러하다. 2절에 들어서면 ‘달’이라는 소재를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마음이 기운 채로’와 같이 달을 연상케하는 관용적인 표현을 활용하며 곡을 생기 있게 전개하기도 한다.

 

이 곡의 가사를 이야기함에 있어 후렴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알파벳 ‘D’와 ‘half moon’으로 표현되는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며 재미가 발생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특히 내용과 운율이 균형을 맞추면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 ‘반’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이어지며 만들어지는 구조는 운율을 형성함과 동시에 ‘절반(half)’의 이미지를 반복해 쌓는다. 또 ‘너’가 ‘나’에게 반의, 반의, 반이라도 남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강조의 표현으로 미련 젖은 감정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효과도 갖는다.

 

이른바 ‘라임’이 노랫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음악의 실질적인 행위인 ‘부르는 것(sing)’과 ‘듣는 것(listen)’과 관련이 있다. 운율은 곡의 통일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가창자에게는 속된 말로 ‘입에 착 붙는 가사’가 되고 리스너는 보다 정확하게 가사를 전달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곡을 예로 들면,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은 공기’와 ‘왜 별 이유 없이 공허한 건지’라는 두 구절에서는 ‘별다를’과  ‘별 이유’가,  ‘공기’와  ‘공허’와  ‘건지’가 라임이 된다. 특히 이처럼 동일한 멜로디로 불릴 때엔 많은 경우 운율을 갖게 된다. 1절 프리코러스의 ‘No way no way no way’와 ‘뻔해 뻔해 뻔해’, ‘But bae’, ‘없네’ 또한 모두 유사한 발음(ㅗ/ㅓ + ㅞ/ㅐ/ㅔ)으로 불린다.

 

 

 

러블리즈, 삼각형

“깨닫게 된 순간부터 모서리에 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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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즈의 ‘삼각형’은 [Lovelyz 3rd Mini Album (Fall in Lovelyz)]의 세 번째 트랙으로, ‘종소리’의 커플링곡이기도 했다. 러블리즈 멤버 지수가 밝힌 비하인드에 의하면, 멤버 지애가 트랙을 듣고 삼각형이라는 소재를 떠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사는 울림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 다수를 작사·작곡한 Razer가 맡았다.

 

이 곡은 스토리 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곡의 화자는 삼각관계에 놓여있다. 친구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자는, 친구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마음 사이에서 갈등한다.


 

솔직히 말하고 싶었었어

내가 먼저 그 앨 좋아했다고

단지 말할 수 없던 건

그 사람을 네가 좋아하고 있단 걸

 

깨닫게 된 순간부터

모서리에 선 것만 같아

그 사람 얘길 내게 꺼낼 때면

쿡 찔려 내 맘이 자꾸

다 들킬 것만 같아

 

비밀인데 사실은 내가 그 앨 좋아해

오랫동안 혼자서 좋아했어

말도 못 꺼낼 만큼 계속 바라봤어

콕콕 찔려 내 맘이 너랑 날 볼 때마다

뾰족해진 내 마음 달래볼게

닳아질 그때까지

 

 

삼각관계에 놓인 화자의 마음은 삼각형을 닮았다. 친구의 마음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모서리에 선 것만 같’고, ‘뾰족해진 내 마음’에 ‘콕콕 찔’린다. 곡에서 비중 있게 사용되는 ‘콕콕’, ‘쿵쿵’, ‘쿡’ 세 부사는 거센소리의 ‘ㅋ’을 통해 마음을 찌르는 모양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자연스럽게 운율을 형성함으로써 따라 부르고 싶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여담으로, 삼각형의 꼭짓점과 날 선 모서리를 재치 있게 표현하는 안무 또한 ‘삼각형’ 감상의 묘미다.

 

가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글이기보다 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써 트랙과 멜로디와 보컬과 어우러져야 하는 역할이 강한 글의 종류다. 이 곡은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경쾌한 사운드와 러블리즈의 전매특허 아련함이 깃든 오케스트레이션을 결합한 트랙으로, 가사 또한 결을 함께했다. 가령 삼각형의 꼭짓점에 찔리는 정도의 아픔으로 무게감을 덜어내거나, ‘콕콕 찔려 쿵쿵거려’처럼 양가적인 감정을 연이어 배치하는 점이 그러하다. 다만 브릿지 파트에서는 슬픈 라인의 멜로디와 보컬이 강조되는 형태를 보이는데, 해당 파트와 이후의 마지막 후렴에서는 화자의 중요한 고백이 이어진다.

 

화자는 ‘소중했던 너와의 추억까지 슬퍼지지 않게 내가 다 잊’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화자는 앞선 여러 구절로 우정만큼이나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크기 또한 작지 않다는 것을 표현해왔다. 그래서인지 ‘내가 다 잊을게’, ‘내가 다 이해할게’, ‘내가 널 위해 잊을게’라는 결말과 앞선 감정선은 완벽히 엮이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갈등의 마음을 그대로 남겨두는 건 어땠을지 아쉬움을 적어본다.

 

 

 

샤이니, Chemistry

“흠뻑 빠지도록 너의 오감을 모두 자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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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의 ‘Chemistry’는, 세 개의 EP와 트리플 타이틀 (‘데리러 가 (Good Evening)’, ‘I Want You’, ‘네가 남겨둔 말 (Our Page)’)의 형태로 발매되었던 정규 6집 [The Story of Light]의 두 번째 EP에 수록된 곡이다. 조윤경 작사가가 작사하고 멤버 민호가 랩 메이킹을 맡았다.

 

멤버 종현이 작사한 ‘View’의 가사가 국어 수업의 공감각적 심상의 예시로 쓰이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익히 알려졌듯 샤이니는 감각적인 노랫말의 음악이 강점인 그룹이다. 샤이니의 음악은 위 첨부한 [The Story of Light]의 앨범 아트처럼 여러 도형이 몸을 겹친 듯 다채로운 이미지를 그린다.

 

 

절대 얌전히 널 놓아둘 생각 없어 난

멈춘 그림같이 앉아 있을 생각은 말아

우린 마주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해

네게 달리고 좀 더 흔들어 넘나들어

 

네 피부에 닿게 실감 나게 더 느껴봐

두 팔을 벌린 날 잡아봐 넌

 

깊이 더 빠지도록 쉬지 않고 난 계속 자극해

전부 보여주고 아낌없이 더 퍼붓는 Impact

이제 조금 실감 나니 넌 같은 감정에 몰입할수록

멈출 수도 없어 우릴 쥐고 흔들 사랑에 맡겨

 

 

‘Chemistry’는 서로에게 격렬하게 빠져드는 두 사람을 노래한다. 가사에 앞서 트랙의 전개가 흥미롭다. 당연한 말이지만 트랙에도 기승전결이 있다. 이 곡의 경우 무게감 있는 비트와 청량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곡의 강약을 세련되게 조절한다. 수준급의 디제잉을 선보이는 DJ와 같다고 생각했다. 리스너를 밀고 또 당기면서 곡에 몰입 시킨다.

 

벌스와 프리코러스를 지나며 긴장감 있게 고조된 음악은 후렴을 통해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을 보여준다. 가사는 서핑하듯 트랙 위에 올라타 음악의 진행을 완벽히 표현한다.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는 서로를 밀어주고 또 끌어주며 이윽고 한 몸이 된다.

 

‘멈춘 그림’, ‘얌전히’, ‘앉아 있을’, ‘방어적 태도’처럼 정적인 이미지를 쌓아 올리던 화자는, 앉아 있는 ‘너’에게 ‘좀 더 흔들어 넘나들’자고 말한다. 그의 손에 이끌려 온 프리코러스에서는 오감이 보다 구체적으로 활용된다. ‘향기’, ‘촉감’, ‘눈부심’, ‘네 피부에 닿게’와 같은 표현들이 그러하다. 마침내 다다른 후렴은 네 멤버의 티키타카와 케미스트리가 ‘계속 몰아치는 순간’이다. ‘깊이 더 빠지도록’으로 시작해 ‘전부 보여주고 아낌없이 더 퍼붓’고 ‘자극’하며 속도감을 배가하여 터뜨린다. 또 마지막 후렴에는 새로운 노랫말을 입혔는데, 끝까지 폭죽이 터지고 격정적으로 흔들리는 이미지를 표현해냄으로써 가사를 완성도 있게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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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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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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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준
    •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에디터 겸 러블리너스입니다!
      우선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 삼각형 리뷰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ㅎㅎ

      저는 이 곡을 감상할 때 항상 두 번씩 듣고는 해요
      노래에서 말하고 있는 ‘너’를
      한 번은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리고 한 번은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있는 친구로요!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에 대해 결말을 내린 것이 저도 아쉽긴 하나,
      한편으로는 ‘포기’라는 결말을 내렸기 때문에 신나는 사운드에 더욱 역설적으로 다가가
      화자가 더욱 비참해지는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해요, 사실 러블리즈 음악의 주된 컨셉이죠!
      그래서 저는 마지막 파트인 류수정님의 ‘내가 널 위해 잊을게’에 곡의 모든 감정이 함축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곡의 진행과 상반된 분위기로 마무리짓는 편곡 기법도 놀라웠지만,

      이 마지막 파트가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사랑을 위해 우정을 선택한 것인지 해석하는 것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게 참 묘하더군요.. 그렇더라면 전자는 ‘너’가 친구일테고 후자는 좋아하는 사람이 되겠죠…

      많은 분들이 알아줬음 하던 곡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정성스러운 글을 보아 너무 반가워서 그만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이처럼 이야기 할 요소가 상당히 많은 명곡인데 이렇게 글로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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