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을 사랑했던 사람들 - 빛이 매혹이 될 때

과학적 시선으로 예술 작품 감상하기
글 입력 2022.03.1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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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아 작가는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다. <빛이 매혹이 될 때> 이 책에서는 빛을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본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존재, 빛의 움직임, 세상 물질론, 빛의 파동설 입자설, 빛의 시간 등의 큰 여섯 가지의 과학적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주제를 함께 고민했던 화가들의 시선에서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과학자와 화가가 맞닿는 부분에서 만난 이야기다. 이과와 예체능, 서로 접점이 없을 것만 같았던 두 시선은 자연을 바라보는 애정에서 닿았다.

 

 

 

빛을 사랑했던 사람들


 

서민아 작가는 빛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에 새로운 발견을 했다.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빛을 오롯이 캔버스에 담아내는 화가들이 많이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 자연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꾸준한 관찰과 계속되는 실험 그리고 직관을 통해 자연을 표현하려고 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특히 본다는 것은 하염없이 빛을 쫓고 빛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었다. 우리가 무엇인가 보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을 통해 물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것이다.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빛이 눈의 망막으로만 닿는 것이 보는 것이 아니다. 망막의 세포들은 빛이 보낸 신호를 시신경을 통해 뇌로 보낸다.

 

이때 뇌에선 인지적 과정이 일어나고 빛이 보낸 신호를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고 결합해 보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본다는 것'의 과정이다.

 

빛이 본격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그 시작에는 색채가 있다. 색채는 빛의 본질 중 하나다. 과학자들은 이 비밀을 풀어내기 위해 수백 년간 연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색채 공방은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빛을 연구했던 이들은 과학자들뿐만 아니었다. 색채에 대한 관심을 갖는 미술가들도 있었다. 과학자들이 빛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면 미술가들은 빛에 의해 드러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색의 대비가 감각을 자극한다고 생각했고, 색의 온도감각을 표현하고자 했다.

 

미술가들의 노력으로 유화물감이 튜브에 담겨 개발되었고, 야외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캔버스 위에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색들은 미술가의 손에서 아름답게 재창조되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한다.


-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는 '본다는 것'은 대상 속에 숨어있는 것을 알아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했다. 자연의 재현과 묘사라는 미술의 영역을 내면으로까지 넓혀본다는 것의 의미를 확장시켰다.

 

 

 

과학적 시선으로 작품 감상하기


 

<빛이 매혹이 될 때>의 가장 큰 매력은 작품을 과학적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풍, 소재, 시대 상황에 대한 해석과 분석은 많이 봐왔지만, 어떠한 과학적 현상이 숨어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색채의 착시에 대해서 착실하게 설명한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 요인은 색과 거리에 대한 지각이다. 상대적 거리는 사물의 형태와 크기를 식별하게 해주며 색채가 입혀지면 좀 더 완전한 정보를 갖추게 된다.

 

우리가 색을 지각할 수 있는 것은 망막의 빛수용체 세포 덕분이다. 빛수용체 세포는 색의 차이를 지각하는 원추세포와 명암의 차이를 지각하는 간상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포 글은 망막에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고, 망막에 물체가 보이는 것을 '상이 맺힌다'하고 표현한다.

 

모든 인간의 망막에는 세 가지 원추세포가 있지만 색을 지각하는 능력과 민감도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 뇌는 색채 정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주변 배경, 색의 배치와 같은 다양한 무의식적 추론을 추가해 종합적 판단을 내린다. 색을 보는 과정에서 개인들이 다른 색을 인식하고, 인지적 착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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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색채로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빛의 화가'였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네>작품을 보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그네를 타고 있다. 이 작품을 보면 흰색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따스한 오후의 햇볕이 나무 틈새로 내리쬐는 숲속 공원에 있다고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드레스를 확대해서 살펴보면 흰색이 아니라 파란색과 황동색의 점들이 칠해져 있다. 인상주의 특유 기법인 거친 붓질로 파란색과 노란색 계열의 물감이 번갈아 칠해져 있어 드레스가 밝은 햇볕에 비친 흰색으로 착시하게 되는 것이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면 눈부신 빛이 반짝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빛과 그림자의 조화는 아름다움과 더불어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화가의 눈을 통해 본 색채들의 향연은 실제 모습의 묘사뿐만 아니라 다른 감정까지 담는다. 화가들에게 '보는 것'의 의미는 '대상을 인지한다'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정교하면서도 신비로운 색의 조합으로 표현된 빛의 아름다움을 붙잡아 두고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의 눈길에 담긴 호기심과 열정 덕분이다.

 

- <빛이 매혹이 될 때>, 40p

  

 

<빛이 매혹이 될 때>라는 매혹적인 책으로 빛을 사랑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예술적으로 음미하며 빛의 이름다움을 한눈에 담아 가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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