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비는 기도' [문화 전반]

가슴 속에 평생 품고 갈 기도문
글 입력 2022.03.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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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제5도살장>은 커트 보니것이라는 미국 작가가 자전적인 경험을 각색하여 탄생시킨 SF 소설이다.

 

‘드레스덴 폭격’이 있었던 1945년의 주요 사건을 모티프로 하지만, 화자는 시간 여행을 하며 전지적 관점에서 주인공을 관찰하여 묘사한다는 특이한 구조를 띠고 있다. 커트 보니것은 이러한 장치를 통해 블랙 유머의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반전 소설의 한계점을 극복했다.


<제5도살장>을 읽으면서 인상 깊다고 느꼈던 문장은 아래와 같다.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 라인홀드 니버 <평온을 비는 기도> 中

 

 

위 기도문은 20세기의 저명한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가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트 보니것의 대표적인 반전 소설 중 하나인 <제5도살장>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나는 <제5도살장>을 읽으면서 위 기도문을 처음 발견하였다. 처음 기도문을 읽었을 때, 기도문의 메시지가 가진 힘에 강하게 이끌렸었다.


라인홀드 니버의 이력을 간략히 소개하면, 그는 미국 미주리주의 독일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23년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상황에 실망하게 되었고, 이후 평화주의자의 입장을 확고하게 굳혔다. <평온을 비는 기도>는 라인홀드 니버가 1934년 설교에서 사용하려고 작성한 기도문의 일부분이다.


한 사람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기도 하는 기도문은 ‘평정심’과 ‘용기’보다도 ‘지혜’에 방점이 찍혀있다. 논리 구조상 ‘지혜’가 없이는 ‘평정심’이나 ‘용기’가 발휘될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지혜를 갈구하는 신학자의 기도문은 현실적이다.

 

반면 기도문을 인용한 커트 보니것은 냉소적인 휴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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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트 보니것 (Kurt Vonnegut)

 

 

냉소적인 휴머니스트? 잘난체하는 이상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는 커트 보니것은 사실 현실적이며 따스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또한 '지혜'라는 단어의 의미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작가였다.

 

지식의 힘을 과신하여 자멸을 초래하고 마는 이들에게 라인홀드 니버의 지혜는 생경하게 다가온다. 그들 대부분은 모든 것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많은 무고한 이들에게 위해를 가하여도 상관이 없다는, 오히려 그것을 용기있는 일이라고 자찬할지도 모른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지도자가 품을 수 있는 용기의 파급력에 대하여 얼마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한 사회 안에서 공감을 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싸이코패스’로 분류하여 격리한다. 그들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외부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싸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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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극단의 상황에 몰렸을 경우가 되어야 할 터이다.

 

그 규모가 커질수록, 집단적인 폭력에 의해 개인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며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때로 어떤 집단의 리더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며 자신의 목표 달성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듯하다.


오늘은 5년마다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다.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분명 엄청난 책임감이 뒤따른다. 시민은 한 개인으로서 집단을 이끌어나갈 현명하고 지혜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상황에 맞는 ‘평정심’과 ‘용기’를 구분할 지도자를 자리에 앉힐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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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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