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없다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도서/문학]

수많은 평행우주를 경험하며 깨우치는 건
글 입력 2022.03.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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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국내 주요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2021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이 책은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이란 창의적인 소재로 SNS를 뜨겁게 달구던 때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영국의 소설작가이자 동화작가인 매트 헤이그의 소설로, 기발한 상상력에 유머와 위트가 더해진 작품이 독자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준다고 소개된다.

 

처음에는 SNS로 접하게 된 책이다 보니 과연 그 가치를 할까 하는 염려가 있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라는 메시지가 주인공의 수많은 삶을 통해 전달되어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주인공 '노라'의 죽기 전 기억들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반려묘의 죽음, 전 밴드 멤버와의 다툼, 직장에서의 해고, 일손이 필요 없어진 옆집 이웃 등에 노라는 삶의 목적을 잃었고 심지어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편이 모두에게 좋겠다고 여겼다. 그렇게 유서를 쓴 뒤 항우울제를 먹고 자살하려 했던 노라. 그러나 그 순간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에 가게 되며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다.

 

노라의 은인 중 한 명인 엘름 부인은 이곳에서 사서로 등장한다. 그녀는 여기 있는 모든 책이 전부 노라의 삶이며 진정으로 살고 싶은 책을 찾게 되면 죽을 때까지 그 삶을 살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그녀는 수영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빙하학자 등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평행우주를 경험한다. 다시 말해 후회했던 선택을 되돌리고 다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녀가 바라던 삶을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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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라는 어떤 삶에서도 행복할 수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한 삶이란 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삶에서의 아픔은 그녀를 더욱 깊은 수렁으로 끌고 갔다. 엄마를 죽음으로 이끈 아빠의 불륜, 자기밖에 모르는 배우자, 우울증약을 달고 살았던 또 다른 자신 등 어딜 가도 쓰린 상처가 존재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삶이 암울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책에서는 죽기 전에 자신을 챙겨주었던 애쉬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가장 만족스러운 삶을 맞이한 그녀 역시 이 삶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스스로 이루어낸 삶은 아니었기에 다시 도서관으로 되돌아갔다.

 

노라는 숱하게 많은 삶을 체험하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꼈다. 그러다가 자신이 불행해서가 아닌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삶을 끝내려고 했음을 알아차린다. 그녀가 살고 싶다는 의지를 느낀 순간, 도서관에 불이 붙으며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이때 노라는 아직 쓰이지 않은 책 한 권을 발견해 "나는 살아있다"라는 문장을 적으며 현실로 돌아가게 된다.

    

 

노라는 죽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삶은 엉망진창에 고군분투일지라도 그녀의 것이었다. 그조차 아름다웠다.

 

-p.381

 

  

죽을 뻔했던 몸에서 깨어난 노라는 SNS에 '내가 배운 것들(한때 온갖 삶을 살았으나 지금은 보잘것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쓰는 글)'을 업로드한다. 사이가 안 좋았던 인연들과도 다시 만나며 오랫동안 쌓아둔 오해를 차근차근 풀어간다. 이윽고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이 가고 싶었던 곳이 바로 도망치고 싶었던 곳임을 깨달으며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간다.

 

처음에는 자기혐오에 빠져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노라가 이해되지 않았다. 과거를 후회하며 무언가 도전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는 그녀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행동이 하나둘 이해되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 상황 속, 끝없이 추락하는 그녀를 챙겨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에는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하게 된 그녀가 삶을 사랑할 이유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노라가 불행에 맞닥친 건 모순적이게도 원하는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굉장히 다재다능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전국 순위에 들 정도로 수영 실력이 좋았고, 대형 기획사와 계약을 앞둘 정도로 보컬적인 재능이 있었고, 평생을 함께 걸어갈 연인도 있었고, 그렇게 따기 어렵다는 철학 학위도 있었다.

 

다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기 밴드 가수의 길을 접고, 결혼을 앞두고 도망치고, 친한 친구와의 중요한 약속을 깨는 등 주어진 것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돌아온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평생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멀어지며 절망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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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내린 선택들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길임이 분명했음에도 말이다. "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어. 빙하학자가 되지 못했어. 댄의 아내가 되지 못했어. 엄마가 되지 못했어. 라비린스의 리드 보컬도 되지 못했어. 볼테르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어."이외에도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까지 포함한 후회를 수없이 반복하며 이루지 못한 것들을 아쉬워했다.

 

평소 후회를 일삼았던 그녀기에 자신의 바람이 이뤄진 삶을 겪으면서도 결핍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분명 행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세상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실망이 커졌을 듯하다. 후회를 지운 삶에서도 또 다른 후회가 드러남에 그녀도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후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삶이 아니다. 후회 그 자체다. 바로 이 후회가 우리를 쪼글쪼글 시들게 하고,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원수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p.390

 

  

나 역시 과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 시작된 후회는 계속해서 꼬리를 물고 이어져 머릿속을 괴롭힌다. 한창 스트레스를 받았던 때 이 책을 만났는데, 숨 가쁘게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을 주며 소란스럽던 마음을 진정시켜주었다. 산다는 것 자체로 가치 있음을, 포기하지 않기에 더욱 아름답다는 걸 일깨워주어서 참으로 고맙다.

 

만약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면, 우리가 선택하는 순간마다 수많은 삶이 생기고 없어지면서 저마다의 새롭고 무한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은 다른 세계의 내가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미 일어난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당장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노라가 엘름 부인을 만나서 체스를 두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패배를 직감한 노라에게 엘름 부인은 "그게 체스의 미덕 아니니?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거"라고 말한다. 체스에서 폰은 앞으로 한 칸씩만 전진할 수 있지만, 끝까지 가면 킹을 제외한 그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다.

 

노라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한 치 앞을 모르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졌음은 틀림없다. 앞으로의 인생은 체스판 위의 폰처럼 미래의 결과를 위해 현재의 과정에 집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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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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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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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 읽으면서 눈물 쏟아내서 후련해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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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young0011
    • 글이란게 책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 얘기해보자면, 저도 책을 읽다 보니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라구요. 안쓰러운 노라에게 몰입해서인지 후회를 반복하는 저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선지 모르겠지만요. 그 과정에서 후련함을 느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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