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울리는 색과 좋아하는 색의 차이 [패션]

'퍼스널 컬러' 열풍에서 느끼는 단상
글 입력 2022.03.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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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는 단순한 시각요소가 아닌 문화적 기호다. 색채심리학 등의 학문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색 이면에 여러 층위의 상징과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드는 영역이라면 어디서든지 색깔은 고도의 계산 하에 이용된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은 가장 활발히 색채심리학을 적용하는 분야다.


이렇게 색깔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강력한 만큼 색은 취향의 영역과도 긴밀히 연관된다. 그중에서도 미용 분야에서 색채는 유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소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나와 어울리는 색’을 찾는 것이 트렌드다.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발랐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브랜드, 특정 호수의 립스틱이 유행을 끌던 2000년대는 지난 지 오래다.


이 유행의 중심에는 수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퍼스널 컬러’가 있다. 퍼스널 컬러란 이름 그대로 사람의 피부색에 어울리는 색상을 찾아내는 이론이다. 명도와 채도를 기준으로 컬러 팔레트를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며 이중에서도 봄, 가을 유형은 웜톤으로, 여름, 겨울 유형은 쿨톤으로 분류된다. 더 세밀하게 명도와 채도차를 따질 경우 브라이트나 소프트 등의 명칭을 붙여 2차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른바 뷰티 강국인 우리나라답게 퍼스널 컬러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업장이 생겨난 것은 물론 수많은 메이크업 브랜드들도 톤별로 색상을 구분한 메이크업 제품을 우후죽순 출시하기 시작했다. 톤별로 잘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설명하거나 유명인을 예시로 퍼스널 컬러를 분석하는 컨텐츠도 인기를 끌었다.

 

유행을 발빠르게 쫓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퍼스널 컬러 열풍이 쉽게 식지 않자 호기심에 컬러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예약된 시간에 장소를 방문하자 색색깔의 드레이핑 천을 얼굴에 대어 보는 테스트가 진행됐다. 어떤 색이 무슨 이유로 잘 어울리고 덜 어울리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른 속도로 휙휙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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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회색기 섞인 탁한 색감이 잘 어울린다는 가을 뮤트 톤으로 결론이 났다. 평소 즐겨 입던 옷은 명도가 높은 검은색이나 원색 계열이었기에 내 퍼스널컬러와는 정반대로 스타일링해 왔다는 평과 함께, 태블릿 pc의 화면을 넘기며 뮤트톤에 어울리는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진단이 끝났다.


더 나은 스타일링보다는 궁금증 해소를 목적으로 받은 진단이었다. 퍼스널 컬러의 과학적 근거 자체가 탄탄하지 않은데다 진단사의 주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참고 정도로만 여기는 게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내 사고방식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 염색을 고민하거나 머플러 색깔을 고를 때 같은 상황에 놓이면 무의식적으로 진단 결과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결론 지어진 것은 안색이 어두워 보이거나, 혹은 반대로 창백하게 떠 보인다거나, 눈밑의 푸른기나 얼굴의 잡티가 두드러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특정한 색깔을 좋아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내 낯빛을 밝혀주는지의 여부는 지금까지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검은색 옷은 튀는 색깔의 운동화를 즐겨 신는 내게 언제나 최적의 선택이었다. 어릴 적 미술 시간마다 채색 단계에서 늘 그림을 망쳤던 나는 여러 색깔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데는 재주가 없었다. 눈에 띄는 색을 무채색과 조합하는 게 더 편안하고 쉬운 데다, 또 검은색이 주는 차분한 무게감이 다른 색깔들을 부각시켜 주는 게 좋았다.


몇 벌 없는 겉옷 탓에 다양한 색을 시도하기 어려운 겨울을 지나보낸 뒤에는 밝은 원색이나 깔끔한 흰색을 즐겨 찾았다. 특히 날씨 좋은 날에 입는 쨍한 녹색은 새파란 하늘과 잘 어우러졌다. 또 햇볕이 뜨겁게 타오르는 더운 날씨에는 노르스름한 미색보다는 약간 푸른기를 띠는 백색 셔츠가 상쾌하고 청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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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컬러를 따져 봤을 때 검은색과 차가운 흰색, 선명한 원색은 내 낯빛과는 맞지 않는 색일 거다. 하지만 이 색깔들은 그 이상의 다양한 이유들로 내게 기분 좋은 감정을 전달해 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색깔들은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색이자 나에게 충분히 어울리는 색일 것이다.

 

퍼스널 컬러는 1:1 맞춤형 진단이기에 획일화된 기준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사회의 풍토를 반영한다고도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오로지 얼굴빛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과연 개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모두가 하나같이 특정 등산복 브랜드의 패딩 점퍼를 입었다. 또 여학생 열의 여섯은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색깔의 틴트로 입술을 물들였다. 아무런 맥락 없이 한 가지 유행으로 모두의 취향이 수렴됐던 패션의 암흑기는 지나갔지만, 2020년대의 퍼스널 컬러 역시 마찬가지로 우리를 획일화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유형이 네 가지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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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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