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하여 - 당신이 살았던 날들

글 입력 2022.03.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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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에 갖고 있는 질문


 

기억에 남는 날이 있나요? 라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런 질문은 꽤나 많이 받아본 것도 같은데 막상 깊게, 뚜렷하게 표현할 순간을 아직 정해두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새로운 가정 하나를 더해보고자 한다. 만약 오늘이 당신의 죽음이 목도한 날이라면, 어떤 날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그러면 나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하게 될지 진지하게 그 자리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게는 새로운 두려움이 찾아왔다. 정말 나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건지, 또한 내가 기억날만한 날을 하나 꼽지 못할 만큼 강렬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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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가 쓴 애도의 방식


 

프랑스의 세 번째 여자 랍비이자 철학자인 델핀 오르빌뢰르가 쓴 애도의 방식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자신뿐 만 아니라, 타인의 죽음까지 모두 아우른 죽음을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이러한 책의 말들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된다. 프랑스 전국 봉쇄 조치 시기에 받은 한 통의 전화는 조문객 한 명 없는 쓸쓸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들은 도움을 청한다. 그에 답하여, 전화로 기도의 말을 하게 된다. 가족들은 그 말을 반복하며 평범한 공간이었을 아파트 거실을 장례를 위한 애도의 공간으로 보낸다.


이러한 장례 절차를 전화로 도운 그녀는 랍니다. 랍비는 '나의 스승'이라는 히브리어이다.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달하고 의례를 집행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그 역할에 대해 델핀 오르빌뢰르는 '이야기꾼'에 더 가까움을 이야기한다. 삶의 전환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말을 해야 할지를 돕는 순간에 자신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을 살려 해당 책은 탄생하였다 랍비로서, 이야기꾼으로서, 자신이 함께했던 애도와 죽음의 순간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의 이야기에서 풀어지는 죽음들은 묘한 힘이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며, 오히려 살아갈 힘을 안겨준다.

 

 

 

죽음은 과연 어떤 것인가?


 

모두에게 죽음이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죽음이 공동의 죽음에 대해서 풀어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사례 중 하나는 히브리어로 '쇼아'의 생존자였던 이의 죽음에서 그렇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흘리고 있는 전쟁이 발발한 지금, 해당 이야기는 우리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동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먼 훗날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항상 조심하고 주의해야 함을 그는 말한다.

 

죽음은 거대한 상실이다. 그러한 죽음이 더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상황 자체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다시끔 상기시켜준다. 이렇게 찾아올 빈자리,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우리는 대처해야할지 이 책은 말한다. 애도 의식은 고인과 함께하기 위한 것 뿐 만 아니라, 죽음을 겪고 살아갈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남겨진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는 순간들을 이 책은 끝없이 던진다.


이 책을 읽고 앞선 질문의 답변을 다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질문을 답하는 것에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니, 질문을 바꿔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죽음이 목도한 날, 어떻게 우리는 받아들여야 할까? 이것이 삶에 있어서 계속되어야 하는 질문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 우리는 한 질문을 이 책을 통해 풀었고, 또 다른 질문을 얻었다.

 

그럼에도 그 질문이 의미 있는 것은 앞서 말아갈 살아가야 할 힘을 얻게 될 질문 자체가 해답이기도 하다.

 

 

[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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