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과 예술 [미술/전시]

글 입력 2022.03.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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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예술을 다룬 기사면에서 고가에 거래된 작품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또한, 유명인이 수집한 작품 가격이나 가치에 대해 궁금해한다. 대체 왜 비싼 것인지, 그만한 소장 가치가 있는지. 현재 하나의 투자 방식으로 미술품 수집과 경매 거래가 젊은 세대에게까지 떠오르고 있으며 아트 페어 등 미술품 거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는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란 제목으로 알려진 나다니엘 칸(Nathaniel Kahn)감독의 다큐멘터리 〈모든 것의 가격 (The Price of Everything)〉(2018)은 돈과 예술, 미술품 수집과 경매, 거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트 딜러 제프리 디치(Jeffrey Deitch), 예일대 교수이자 미술사학자 알렉스 나메로프(Alex Nemerov), 저널리스트이자 수집가 홀리 피터슨(Holly Peterson), 미술사학자 바바라 로즈(Barbara Rose), 예술가 마릴린 민터(Marilyn Minter), 제프 쿤스(Jeff Koons), 조지 콘도(George Condo), 엔지데카 아쿠니일리 크로스비(Njideka Akunyili Crosby), 뉴욕 매리 분 갤러리 오너 매리 분(Mary Boone), 소더비 유럽의 회장 올리버 바커(Oliver Barker), 로스앤젤레스 해버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코니 버틀러(Connie Butler), 전위 예술가이자 딜러 개빈 브라운(Gavin Brown), 예술 투자 국제 전문가 세르주 티로쉬(Tiroshe) 등 예술계와 얽힌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발언할 수 있는 돈과 예술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저마다의 견해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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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에서 수십억을 호가하는 미술품의 가격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일단 유명해지라는 말처럼 현재 많은 예술가들은 본인을 노출하기 바쁘다. 유명해져야 작품을 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맥락으로 이미 미디어에 노출이 잦은 유명인사들이 쉽게 그림을 그리고 쉽게 전시를 개최하며 미술계에 진입하는 것을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작품을 논하기 이전에 일단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미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의 경우 비싼 값을 한다기보다 예술가의 인지도와 저명도가 작가나 작품의 본질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일부 수집가들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기보다 귀로 듣고 작품을 구매한다. 일종의 브랜드처럼 굳어져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혹은 미술사적 가치가 존재하는 작품인지보다 '잘 모르는데 일단 유명한 사람이니까, 비싸게 거래되니까, 차익을 남길 수 있으니까'가 통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이 저렴한 것보다 높은 가격일수록 일단 비싸니까 상품의 질이 좋을 것이란 판단하에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시중에서 고가의 물건이 더 잘 팔리는 방식을 이용한 상업 전략처럼 미술 시장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통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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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살펴볼 점은 미술관(Art Museum)과 갤러리(Art Gallery)의 차이점이다. 이 두 기관의 목적은 다르다. 박물관 혹은 미술관의 특징은 공공을 위해 예술을 제공하는 목적이 있지만 갤러리의 경우 미술품 판매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한 예술가는 미술관은 민주주의적이며 누구에게나 평등해 본인의 작품을 개인 컬렉션이 아닌 미술관에 걸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다른 예술가는 미술관은 문화의 보루이며 언젠가 나의 후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내 작품이 미술관의 소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한 옥션 관계자는 이 작품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는지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저 판매되면 끝이라는 식의 언급은 다소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에 가깝다. 경매장에서 거래된 미술품이 어떤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는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Jerry Saltz)는 "경매장에서 작품 보는 것이 구역질이 난다. 기관에서 구매하기에 터무니없이 비싸진 작품은 수집가들의 런던, 상하이, 뉴욕 아파트 안에 걸릴 테고 나는 평생 죽을 때까지 못 볼 것"이라고 언급한다. 개인 수집가가 경매를 통해 구입한 작품은 일반적으로 개인 소유지에 보관되기 때문에 살츠의 언급은 무척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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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트 딜러는 미술과 상업의 세계가 복잡하지 않았으나 현재 분리될 수 없으며 미술의 목적이 변질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술 시장에서 작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인위적인 현상이며 일부 집단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손을 떠나 거래된 작품은 갤러리 혹은 개인 소유주의 '되팔기'에 의해 경매장에 등장하게 된다. 이때 경매의 과정을 거쳐 작가의 의지와 관계없이 작품의 가격이 오르기도 한다. 물론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현존하는 작가의 경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고려될 수 있고, 이미 사망한 예술가의 작품은 소장 가치와 유일성 등이 거론될 수 있기도 하며 간혹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를 때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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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상 예술이 돈과 얽혀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취지는 예술과 돈의 양면적인 관계를 시사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미술품 수집과 작가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두 인물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먼저, 수집가 스테판 애들리스(Stefan Edlis)와 가엘 니슨(Gael Neeson) 부부의 이야기이다. 70년대부터 미술품 구매를 시작한 애들리스는 영향력 있고 중요한 수집가 리스트에 언급된 수집가이다. 애들리스는 앤디 워홀(Andy Warhol),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제프 쿤스(Jeff Koons)등  4억 달러 이상의 영향력 있는 42점의 예술 작품을 시카코 미술관(Chicago Institutions)에 기증했다.

 

크리스티 회장인 마크 포터(Marc Porter)는 그의 행보를 높이 사며 투자 목적을 둔 상인에 불과했다면 그가 갖고 있는 귀중한 작품을 공립 박물관에 기증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를 한다. 애들리스 역시 차익을 남겨 좋은 미술품을 수집할 수 있었으나 일부 작품을 공공 기관에 기증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공성의 목적과 대중이 함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목적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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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사례는 바로 예술가 래리 푼스(Larry Poons)의 이야기이다.

 

푼스는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등의 작품이 거래되었던 스컬(Scull) 경매에서 옵 아트 그림으로 유명세를 알린 추상화가였다. 스컬 경매는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의 열렬한 컬렉터였던 로버트 스컬(Robert Scull)이 1973년 개최한 경매로 당시 유일한 경매장이었던 소더비 경매장에서 진행되었다. 이 스컬 경매는 현대미술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상업화'된 예술의 도화선이 라고 보는 경우가 있다.

 

래리 푼스는 당시 잘 팔리는 단조로운 옵 아트 그림을 그만두고 싶었고 푼스가 그림의 화풍을 옮겨가면서 일종의 상품성이 하락한다는 이유로 주류 미술계에서 배제되었다. 조용한 숲에서 지내던 푼스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미술계에서 자신의 새로운 그림을 알릴 수 없던 푼스는 아트 딜러 데니스 야레서(Dennis Yares)의 후원으로 개인전을 개최할 수 있었고 덕분에 다시 미술계에 본인의 작품을 선보였다. 대중들 또한 푼스의 새로운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애들리스와 푼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부를 누리며 소모품을 구매하듯 쉽게 고가 예술품을 살 수 있는 환경의 사람들이 본인의 소장고, 혹은 과시의 목적으로 그들의 아파트에 걸린 채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좋은 작품을 볼 기회를 영영 잃게 된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려는 예술가들 역시 소위 잘 팔리는 작품이라는 그늘 아래 발목이 잡혀있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에 근무했던 관계자에게서 듣게 된 이야기 중 하나는 갤러리를 통해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전시를 여는 작가 중 일부가 특정한 화풍이 수월하게 판매되는 경향을 알기 때문에 쉽게 새로운 시도를 못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 이력에서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것은 잘 팔리는 작품과 거래를 시도하는 갤러리와의 관계를 애매하게 만들기 때문에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도가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한다.

 

예술은 돈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을 정하는 규칙이나 체제는 없다. 예술은 자유롭고 그 모든 것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을 향유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고이지 않고 순환되어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예술가를 향한 재정적인 서포트는 이들이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한, 의무는 아니지만 하나의 권리로써 좋은 작품을 소장한 수집가들의 기증이나 기부 문화는 예술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는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손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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