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스타그램 말고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 : SNS유목민

OTT유목민 다음은 SNS유목민?
글 입력 2022.02.28 16: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는 선택권이 많아졌다. 쇼핑, 영화, 취미 뿐만 아니라 SNS도 그렇다. 모두 다같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즐기던 시절에서 각자 성향에 맞게 SNS도 쇼핑하는 시대가 왔다.


당신이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지가 당신의 성격을 규정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트위터를 주로 하는 사람은 한 가지에 몰입하는 사람으로,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이용하면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식이다.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이 생기는 이유는 SNS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SNS끼리도 서로 획을 그어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더 SNS가 분화됨에 따라 성격을 바꿔버리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기존의 사용자들이 이탈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가거나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편집샵이 되어가면서 본래 기능이었던 일상을 기록하는 성격을 강화한 새로운 플랫폼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등의 블로그 형식의 SNS가 성장 가도세를 달리고 있다.


SNS는 기본적으로 시간을 전시하는 도구이다. 글 또는 사진 등의 미디어로 순간을 포착하고 회상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기록한다. ‘공유’와 ‘기록’, 그 사이에서 어느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을까?


인스타그램은 공식적으로 커머스의 자리를 대폭 늘렸고 틱톡, 유튜브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늘리며 확실히 기록의 성격을 감소시키고 있다. ‘기록’의 빈자리를 메꾸는 SNS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수요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블로그는 쭉 있어왔다. 블로그 형식 SNS의 부활을 이해하고, 왜 나조차도 블로그로 끌리기 시작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이프로깅’이라는 트렌드를 살펴봐야 한다.


 

라이프로깅: 삶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이며, 사용자가 직접 기록한 정보와 최근 빠질 수 없는 웨어러블 기기가 측정하는 생체정보를 포함한다. 즉 모든 사람은 사용자이면서 동시에 크리에이터이다.

 

- 세계미래보고서2022(박영숙, 제롬 글렌)

 

 

311941_212067_5428.png

 

 

‘라이프로깅’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데에 기여한 것은 유튜브의 브이로그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삶이 흘러가는 것이 비디오의 형식을 갖추어 눈과 귀를 한꺼번에 채워주기 때문에 큰 흐름을 탈 수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블로그 시장의 확장에서 관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라이프로깅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일상, 특별하지 않은 데서 오는 편안함이다. 한편 선택권이 많아진 우리답게 모두가 나의 하루와는 다르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 자극점이 된다. 적당한 익숙함 속에서 적당한 차이가 진입장벽을 낮추어 준다. 큰 차이는 큰 자극이 되고 결국 거부감 혹은 혐오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콘텐츠 전쟁 속에서 피어난 제 n차 자극전쟁에 질린 사람들이 수용가능한 자극을 찾은 분야가 라이프로깅 콘텐츠이다.


길거리에 개성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임에도 결국 24시간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는 모두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또는 공평하게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오는 조금의 차이점에 흥미가 생기기 쉽다.


수많은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하면서 인기가 차츰 줄어든 모습과 대조된다. 그렇다고 라이프로깅 콘텐츠가 박탈감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의 다른 이들의 행동을 보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압축적으로 간접 경험해볼 수도 있다.(모든 삶을 살아보기엔 선택의 갈래가 너무나도 많은 세상이다!)


라이프로깅은 최근 엄청난 투자를 받고 있는 메타버스와도 연결된다. (메타버스의 정의는 언제나 신기술이 그렇듯 애매모호하지만)디지털 세계와 일상이 연결되는 것을 메타버스 세상이라고 한다면, 라이프로깅 또한 그러한 면에서 메타버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SNS와 일상 사이에 연결 강도가 높아지며 ‘디지털 시대’의 정의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세계미래보고서2022에서는 이렇듯 삶의 기록을 공개하는 이유를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느낄 수 있는 위로-격려-공감 등의 일종의 감정적 피드백, 불특정 다수와의 비대면 소통을 통한 행복감-만족감, 새로운 소통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가고 싶은 욕구라고 제시하고 있다.

 

 

팀블공지_1_추가.pn.png

 

 

네이버 블로그팀에서 2021년 12월에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블로그 콘텐츠 수는 2021년 한 해에만 3억개가 생산되었으며, 블로그는 200만 개가 추가로 생성되었다. 라이프로깅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한 뒤로 엄청난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이 라이프로깅 트렌드에 발맞춰 ‘오늘일기’ 챌린지를 서비스했다. 매일매일 글을 하나씩 작성하는 챌린지로 성공 후에는 네이버 포인트를 제공하여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페이를 한꺼번에 잡은 전략이다. 한꺼번에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올드하다’라고 치부되었던 네이버 블로그의 사용자가 이 전략 이후 전체 사용자의 80%가 MZ세대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앞서 언급했듯 상업화되는 다른 SNS로부터의 탈피라고 말하기도, 일상을 기록하는 욕구를 되찾으려는 수요이기도 하다고 매체들은 말한다. 2030의 인간관계 특성을 분석하기도 하는데 이 점이 매우 흥미롭다. ‘살코기 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의무적 관계에서 한 발짝 멀어져가는 것이 젊은 층의 특성으로 손꼽힌지 오래다. 그러나 마이크로 소사이어티가 번져가는 것에서 엿볼 수 있듯 그것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느슨한 유대감’은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살코기 세대’의 요지이다.


따라서 초연결사회는 접점을 많이 생성한 대신 그 접점에 이를지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어느 정도 맡긴다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피로감이 높아져 가나, 이제는 그 피로감마저도 조절할 수 있는 포노사피엔스로 한발짝 더 진화한 것이다. 적당한 일상의 공유와 적당한 유대감을 표출하는 라이프로깅이 어떻게 변모할 지는 더 지켜봐야할 지 모른다.

 

 

 

Tag.jpg

 

 

[박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