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사람의 글을 통한 변화들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글 입력 2022.02.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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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내가 무조건적으로 경탄을 바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일한 예술이다.” 란 말을 남긴 작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헤르만 헤세'였다. 어린 시절 그런 일이 있었다. 책을 꽤나 읽는다는 것에 있어서 자부심에 가득 찬 내게 엄마께서는 말씀하셨다.

 

"데미안은 읽어 보았니?"

 

엄마의 말에 괜히 읽지 못했다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 날로 서점으로 뛰어가 데미안을 집어왔다. 하지만 그때 읽었던 데미안은 스르르 책장이 넘어갈 뿐이었다. 엄마가 왜 내게 데미안을 읽어보았는지 질문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 조금 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때, 데미안에서 말하는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똑같은 글자와 문장이었지만, 그것을 읽는 내가 달라졌을 때 나는 헤르만 헤세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나는 내가 달라질 때마다 그의 책을 읽을 것이고, 그를 통해 변화한 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가 했던 말로 되돌아가보았을 때, 과연 헤르만 헤세란 이름 위에 음악이란 음률을 입혀본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라고 말은 했으나, 아직도 그를 알아가야 할 부분이 남았다는 것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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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는 헤세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를 세상에 공개하는 책이다. 이 책을 기획한 헤르만 헤세 전문 편집자 폴커 미헬스는 헤세가 젊은 시절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쓴 모든 글 가운데 음악을 대상으로 한 글을 가려 뽑아 ‘완전한 현재 안에서 숨쉬기’와 ‘이성과 마법이 하나 되는 곳’ 등 두 개의 장(章)으로 나누어 실었다고 한다.

 

그 글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문학작품으로 재탄생 된다. 마치 내가 나이가 달라질 때마다 '데미안'이라는 한 권의 책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새로움을 갖고 헤세의 많은 시와 소설에 은은하게 일렁이는 음악의 그림자를 또렷한 시적 형체로 책은 드러낸다.


'데미안' 속 주인공 에밀은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으면서 음울하면서도 그를 감싸는 공기에 사로잡힌다.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책 '수레바퀴 아래서' 속 주인공 한스의 마지막 순간에는 그가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황야의 이리'를 생각해 보았을 때도 그 책의 곳곳에는 재즈음악 연주자가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헤르만 헤세의 최후의 작품인 '유리알 유희'에서조차 모든 현상을 하나의 음악으로 형상화되는 미래 세계가 그 책의 배경이 된다.


이렇게 정리된 책을 읽어보았을 때야 깨달았다는 게 너무 놀라울 정도로 헤르만 헤세의 책에는 음악이 깊게 배어져 있다. 시각적으로 읽는 텍스트지만, 음악을 배경으로 제시하면서 청각적인 힘까지 갖게 만든다. 그의 연필 끝에는 음악과 음악가들이 담겨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그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악에 대한 이해도까지 있어야 함을 책은 이야기한다. 헤세를 사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다.


해당 책은 헤세를 사랑하는 과정을 잘 엮어 둔 책이다. 1부에서는 음악에 대한 시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산문 그리고 소설, 시 등으로 구성해 두었다. 2부는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 편지, 메모, 일기 등을 작가가 집필한 시간에 맞추어 배치되어 있다. 마치 헤르만 헤세의 배경을 이해하고 난 이후, 헤세를 더 사랑하게 된 나의 시간을 알아차린 느낌이었다. 헤세의 글을 통해 변화한 나를 깨달을 수 있듯이, 헤세의 글에서는 변화된 헤세의 생각을 볼 수 있다.


이는 음악에 대한 그의 자세에서도 보인다. 그는 음악이 갖고 있는 힘을 경외하였으나 경계하였다. 연주자와 음악이 관객을 하나의 균질한 덩어리가 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사라지고 하나의 집단 충동으로 수렴될 수 있는 음악이 청중을 모든 생각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그의 견해는 사회적 현실을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헤세의 글은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하는 견해를 포착하는 것은 책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또한 작가가 겪은 시대에 대한 이해를 함으로써 그러한 변화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헤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었다. 책을 읽을수록 사람이 갖고 있는 변화의 힘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사회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게 고민하고 향유하게 된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내게 변화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점을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헤세에 대한 새로운 측면을 보는 것에 대한 변화 하나. 그의 작품에 숨겨져 있던 음악적 장치를 발견하는 변화 하나. 마지막으로 헤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흐름을 따르며 나의 변화는 어떠하였는가 고민하게 되는 변화 하나. 이처럼 이 책은 결국 변화에 대한 생각의 끝을 만들어준다. 그러한 생각의 끝을 많은 독자분들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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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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