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그 무게는 어디까지인가 [영화]

사랑은 쉽다가도 어렵고 이해가 되다가도 정신 차려보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와 있다.
글 입력 2022.02.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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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처절하게.


 

인간은 태어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한 사랑은 스토르게, 필리아, 에로스, 아가페 등 다양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예술에는 영상, 문학, 음악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표현한다.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은 결말이 어찌 되었든 아름다웠고 나는 그러한 작품들을 좋아한다.

용기를 얻었고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고난을 이겨 내는 등 무엇이든 해냈다.

하지만 가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랑에 빠져 세상을 구하는가 하면 멸망시키기도 하고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가 하면 방해되는 존재들 죽였다.

 

최근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집착광공'.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무엇인가를 집착하는 사람을 가리켜 부른다. 이 단어는 로맨스에서 시작되었다.

사랑하는 상대를 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그들의 사랑은 상대를 마르게 했고 고립 시켜 벼랑 끝으로 밀었으며 그 끝에 매달려 겨우 붙잡고 있는 지푸라기 같은 존재로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게 했다. 사랑을 위해 범법 행위 또한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당당했고 그걸 보고 있는 나와 당하는 상대만 고통받았다. 그들의 배려 없는 사랑은 한없이 무거웠고 사랑이라기보다는 정말 단어 그대로 광기에 가까웠다. 누군가에게 사랑은 가볍고 포근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끈적하고 우중충하다. 오늘은 후자의 무거운 사랑을 담은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인도 합니다."

 

- 에르큘 포와로

 

 

우연히 생긴 예매 할인권을 사용하고자 오랜만에 영화관에 방문했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 게 아니었던지라 무엇을 볼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양한 팸플릿 들 중 화려한 색채가 인상 깊은 포스터가 나를 발권기로 이끌었다.

나일강의 죽음. 추리물이라는 것만 알고 들어갔던 영화는 재밌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머리를 붙잡았다. "아니, 진짜, 왜, 저렇게까지?" 영화관은 나온 나의 첫 마디였다.

1937년 영국, 어느 술집 같은 공간 재클린(에마 매키)은 자신의 부자 친구인 리넷(갤 가돗)에게 자신의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을 소개해주며 모습을 멀리서 탐정 에르큘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지켜본다.사이먼과 빠른 시일 내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정말 빠르게 결혼했다. 

신랑은 사이먼 신부는 리넷으로 말이다.

 

 

리넷.jpg


 

나는 눈을 의심했다. 사실 내가 사람을 착각했던 게 아닐까. 내가 잠시 잘못 본 것일 것이다. 왜 신부가 아니 왜 저 사람이지? 내가 안경을 안 끼고 나왔던가? 나만 당혹스러웠고 나만 비상이었다.

사이먼은 재클린이 아닌 리넷과 결혼했다. 아주 성대하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신혼부부는 손님들을 초대해 함께 신혼여행을 떠난다. 포와로 또한 자신의 친구 부크의 초대로 함께하게 된다.

여행은 즐거웠다. 모두가 만족스러워했다. 신혼부부를 따라다니는 재클린까지 말이다. 리넷은 그들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는 재클린에게 불안함을 보인다. 그가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불안에 떨던 리넷은 포와로에게 의뢰를 맡긴다. 재클린을 어떻게 해 달라고. 하지만 재클린과 따로 대화를 나눈 포와로는 사이먼을 향한 집착에 신혼여행을 그만두라고 한다. 불안함으로 가득 찬 리넷은 집으로 돌아가고싶어하고 사이먼은 그런 리넷을 보며 한 가지 묘수를 떠올린다.

재클린이 닿지 못하도록 손님들의 짐을 여객선으로 옮긴다. 땅을 떠나 강으로. 그들만을 위해 통째로 빌린 여객선. 뜻밖의 유람선 여행에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유적지 관람을 위해 배를 정박한 사이 재클린이 탑승한다.

티켓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내쫓을 수 없는 상황. 불편한 여행을 이어나가다 사건이 발생한다. 리넷은 일찍이 자러 들어가고 재클린과 사이먼은 말다툼을 하게 된다.

격해지는 싸움 속에서 재클린은 숨겨둔 총으로 사이먼을 쏴버리고 그 자리에 있던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와 부크(톰 베이트먼)이 도움을 줄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들을 진정시키며 사건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그게 시작일 줄은 몰랐지.

다음날 리넷을 깨우러 갔던 루이즈(로즈 레슬리)는 총에 맞아 죽어있는 리넷을 발견한다. 전날 술에 취해 일찍 잠들었던 포와로는 배의 모든 승객을 불러 심문하며 살인 사건의 진상을 추리해 나간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사랑은 위대했다. 얼마나 위대한지. 친구 약혼자도 뺏고 총도 쏘고 사람도 죽고.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사랑이란 감정이 그들을 어디까지 몰아간 것일까? 사랑이 무엇이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이 이렇게까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나.' 싶었다. 영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들이 등장하는 하는 동시에 모든 사랑은 저울 위에 올라있다.

사랑 반대편의 접시 위에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추가 있다. 인종, 일, 돈, 성별 등. 누군가의 저울은 사랑이 더 무거웠고 누군가의 사랑은 반대편 접시가 더 무거웠다.

전자라면 역경을 초월한 세기의 로맨스가 되어 작품화 되는 거고 후자라면 뭐 그런 일이 있었기 좋든 싫든 하나의 기억으로 남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역경이 있어야 사랑이 불타오른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곤 한다. 불타오르면 재가 되어 사라지지, 뭐가 남냐고 되묻고 싶다. 배려 없는 일방적인 사랑이 과연 사랑일까? 그것은 일방적인 폭력이 아닐까? 그런 작품을 보다 잠시 멈추고 한숨을 쉬며 외친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포스터.jpg

 

 

사랑에 미친 사람들의 살인극. 다양한 인물들 사이의 엮인 이야기들이 재밌었다. 원작은 영화와는 또 다르다고 해서 시간내어 한번 볼 생각이다. 무거운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추리물. 추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겐 글쎄? 나는 당분간 혼자서 지내고 싶어졌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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