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10년 지기 S양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껴

우리가 이렇게나 닮았음을, 또 이렇게나 다름을
글 입력 2022.02.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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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를 인터뷰하다


 

나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는 진행해본 적 있어도 친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매일같이 연락하는 친구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는 건 굉장히 색다르고도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인터뷰 대상은 초등학교 때부터 만나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친구, S양이었다. 지인 인터뷰를 하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대상이었고, 그만큼 친밀감이 깊기에 인터뷰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 직감했다. 그녀는 나와 가장 오래된 친구로,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렇기에 평소 나누지 않았던 소재들로 가득 찬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 몰랐던 걸 새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었다.

 

우리가 10년이란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알지 못했던 것들, 잠깐 떨어져 지냈던 시절의 추억들에 대해 알아가며 더욱 끈끈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다룬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글의 형태로 간직한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의미 있게 느껴졌다. 오롯이 애정하는 사람의 언어를 녹여낼 수 있음에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며칠 동안 그녀에 대해 곰곰이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질문하고 싶은 게 떠오를 때마다 틈틈이 메모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간단한 질문 반 조금 까다로운 질문 반이 적혀진 질문 리스트가 완성되었다. 인터뷰 진행 시 그녀에게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들을 적고 싶었기에 미리 보내주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들은 답변들을 곧바로 적어 내려갔다.

 

둘이서 비공식적인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평소 대화하듯 하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답변이 끝나면, 나 역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나갔다. 지금부터 MBTI가 하나만 다른(나 ENFP, S양 ESFP), 사소한 의견 차이 외에는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S양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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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의 목표나 꿈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줘.


 

"평범하게 살기"

무언가 너무 많아도 힘들고, 너무 없어도 힘들 것 같아.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아.

 

사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 나는 평범의 기준이 생각보다 높다고 느끼거든. 그러면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행복은 뭐야?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행복은 4대 보험에 가입된 것? (웃음) 일단 사회에서 대출이 가능한 위치에 있고 싶어. 이렇게 안정된 상태에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남은 날들을 보내고 싶어.

 

 

2. 만약 초능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어?


 

"순간이동 그리고 시간 되돌리기"

은연중에 초능력을 얻는다면 둘 중 어떤 게 더 좋을지 생각해봤던 것 같아. 순간이동은 급박하거나 무기력한 상황에 있을 때. 그리고 시간 되돌리기는 원체 뒤돌아보면 후회하는 성격이기에 다시 돌아가면 새로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다시 돌아가도 후회할 것 같아.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그럼에도 이러한 능력이 생긴다면 한 번쯤은 사용해보지 않을까 싶네.

 

무언가 현실에서 사용하기 좋은 능력들이네. 나는 모든 능력을 흡수하거나 정신을 조종하는 등 특수 임무에 사용될 것 같은 능력들을 생각했거든.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른 결의 답변이 나오니까 신기해.

  

 

3.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해결하는 편이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잊는 척을 해"

그 일에 대해 기억하기 싫어서 스스로 기억이 안 나는 척을 하는 거야.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힘든 걸 빨리 잊기도 하고.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무뎌지겠지 했던 것 같아.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일이 계속 생각나. 거기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가 마지막에는 내 잘못은 없었단 식으로 스스로 위로했던 것 같아. 너는 잊는 척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 힘든 일을 잊을 수 있다는 게 좀 부럽기도 하네. 혹시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행동도 있을까?

 

보통은 우는 편이야. 모든 감정을 토해내듯 울다 지쳐서 자고 일어나면 멀쩡해져. 사실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스트레스 때문에 운 적도 손에 꼽는 것 같아.

 

 

4. 인간관계에서 적극적인 편 아니면 소극적인 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애매한데... 중간이라고 할게"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친구가 전부라고 느껴서 집착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러다가 고등학교 와서는 인간관계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됐어. 친구한테 서운한 일이 생겨도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 요즘에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 것 같아. 모든 쉽게 쉽게 받아들이는 거지.

 

이건 추가 질문인데, 익숙한 사람들과 노는 게 더 즐거워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과 노는 게 더 즐거워?

 

난 익숙한 사람들과 노는 게 더 편한 것 같아. 재미도 있고.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처음에 마주하는 순간이 조금 두려운 것 같아.

 

 

5. 가장 좋아하는 영화와 그 이유?


 

"위대한 쇼맨"

원래 뮤지컬 영화를 좋아해. 영화에 노래와 춤이 나오니까 흥이 난달까. 물론 그래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 자체도 감명 깊었어. 서커스단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외면과 무시를 당하지만, 그들이 모여서 차별의 시선을 당당히 극복하는 게 멋지게 느껴졌달까. 그렇기에 힘들 때 위대한 쇼맨을 보며 위로를 얻었던 것 같아.

 

와! 내 인생 영화가 위대한 쇼맨이거든. 비주류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은 물론, 한 인물에 집중하지 않고 모든 인물을 다루는 이야기가 맘에 들었던 것 같아. 물론 넘버들도 다 좋았고. 혹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뭐야?

 

사실 거기 나오는 모든 넘버가 내게 힘을 주는 것 같아. 그중에서도 서커스 단원들이 다 같이 걸어 나오는? 아 맞아 This is me! 전주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해야 하나. 그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

 

 

6. 사람들에게 듣고 싶은 칭찬은?


 

"너 이거 되게 잘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눈빛이야.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눈빛과 함께 칭찬을 해야 해. 그러면 내가 쓸 만한 사람처럼 느껴져서인지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 같아.

 

실제로 이런 칭찬을 들어본 적 있어? 기분은 어땠어?

 

내가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들어본 것 같아.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타입이라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방방 뛰었던 것 같아. 워낙 칭찬에 약한 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7. 코로나 19가 괜찮아지면 가고 싶은 나라와 그 이유?


 

"일본 만화나 애니를 좋아해서 그런지 일본에 가고 싶어"

짱구와 같은 애니에서는 대체로 높은 건물이 없는 아담한 동네가 등장하고, 따뜻하고 선선한 날씨에 노을빛 지는 하늘이 펼쳐지거든. 물론 똑같지는 않겠지만 가게 되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일본만의 정겨운 풍경도 좋을 것 같아. 왠지 이웃들끼리도 친할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몇 년간 애니로 독학한 일본어를 얼마나 잘 쓰는지 알아보고 싶어.

 

그중에서도 가보고 싶은 특정 장소가 있을까?

 

특정 장소라기보다는 한국인이 없는 장소로 가고 싶어. 한국인이 많으면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니까 여행 온 기분이 안 들 것 같아.


  

8.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뭐야?


 

"주변 사람들"

평소에 사람한테 목매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해. 혼자 있는 게 외롭고, 그러다 보면 우울해지거든. 그래서 내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게 좋아. 사람과의 교류가 없으면 오래 못 살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이지 않을까 싶어. 너는?

 

나는 자유라고 생각했어.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막는 걸 가장 싫어하거든. 세상에 내 흔적을 맘껏 남기고 가고 싶달까. 누구한테 한 번도 입 밖으로 말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부끄럽네.

    

  

9.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껴?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껴"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있을 때 항상 행복한 것 같아.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심지어 각자 핸드폰을 하고 있어도 옆에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 그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 더욱 큰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나도 너와 비슷한 것 같아. 무언가를 성취해냈을 때 행복도 크지만,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10. 죽을 때 남기고 싶은 묘비명은?


 

"잘 놀다 갑니다"

나는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든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 뭐든지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사는 것도 하나의 놀이라고 느껴져. 이런 묘비명을 남긴다면 주변 사람들도 슬퍼하지 않고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아.

 

역시 너답다. 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자' 같은 거창한 문구를 생각했거든. 물론 죽음 앞에서 울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유쾌한 묘비명 덕분에 남은 사람들의 마음은 편안할 것 같아.

 

 

끝으로, 인터뷰에 응한 이유와 소감은?


 

"인터뷰를 수락한 이유는 나에 대한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우리는 앞으로 더 알아가야 할 사이라고 생각해. 물론 10년이나 함께 보냈지만, 살면서 변하는 것도 많으니까 말이야. 이번 기회를 통해 22년의 나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어.

 

그러게. 나도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그래서 해보니까 어땠어?

 

정말 생각해보면 간단한 질문인데 생각한 적이 없다 보니 답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이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즐거웠어. 보통 친구랑 있을 때 이렇게 많은 질문을 주고받지는 않잖아. 그래서 더욱 재밌는 경험이었어. 나중에 친구들 만나서 심심할 때 한 번 물어볼까 봐.

 

 *

 

 S양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에 대한 인터뷰도 동시에 진행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의 답변을 들으며 우리는 이런 면에서 닮았고, 이런 면에서 다르단 걸 깨달았다. 일찍이 좋은 친구를 만나서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그 덕분에 평생 남을 인터뷰를 기록하게 되어 뿌듯했다. 먼 훗날 다시 이 글을 돌아봤을 때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벌써 궁금해진다. 그때도 행복하게 웃고 있을, 소중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S양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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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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