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 [드라마/예능]

이효리의 2박 3일 서울 상경기
글 입력 2022.02.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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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이효리와 김태호 PD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체크인]이 공개됐다.

 

[서울 체크인]은 음악 시상식 '2021 MAMA'의 호스트로 나서며 2박 3일간 서울을 찾은 이효리의 서울 상경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서울에서 스케줄을 마친 이효리가 어디서 자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에게 이효리 특유의 꾸밈없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공개 당일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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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 우먼 파이터' 리더들과 MAMA의 무대 리허설을 하는 이효리는,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부드럽게 무대를 소화해 냈다. 그러나 홀로 남은 무대에서도 끊임없이 무대를 복기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대기실로 돌아온 그녀는 함께 있는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세상은 다 바뀌었는데

다 바뀐 세상에 나 혼자 턱 와있는 느낌 있지?

그 바글바글한 풍경에서 다 없고 나만 있는 기분이야"


시대의 아이콘이자 트렌드 세터였던 이효리에게 '변화'란 숙명과도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모두가 변한 세상에 자신만 변하지 않고 홀로 있는 것 같다는 그녀의 고백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공감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전히 대중들이 이토록 그녀를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만큼 그녀가 그녀의 속도에 맞게 그녀만의 방식대로 잘 변화해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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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배낭 하나만을 들고 서울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엄정화 덕분이었다.

 

그녀들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이효리가 거주지를 제주도로 옮기고부터는 서울에 스케줄이 있을 때마다 유독 엄정화의 집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역시 엄정화를 찾은 이효리는 그 어느 곳에서 보다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 편안함 속에서 리허설에서 느꼈던 감정을 토로하며 한층 더 깊은 속내를 내보인 이효리는 자신을 다독이는 엄정화에게 마음껏 어리광 부리고 보살핌 받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문득, "언니는 언니 없이 어떻게 버텼어요?" 하고 엄정화에게 묻는다.

그리고 엄정화는 대답한다. "몰라, 술 마셨어"

 

그 말에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이효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길고 긴 시간을,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오롯이 버텨낸 선배에 대한 안쓰러움과 존경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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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맥락으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멋진 언니들'을 보며 동경과 존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릿 댄스라는 불모지에서 때로는 없는 길도 만들어가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녀들에게서 느껴지는 내공과 단단함에 우리들은 매료되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들에 대한 갈망이 깊어짐을 느낀다. 물론 예술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택했고,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결정한 순간부터 어쩌면 외로움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그것이 기꺼이 감당해 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었지만, 엄정화의 품에 안겨 우는 이효리를 보는 순간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외로움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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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까지 무대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던 도중 엄정화와 이효리는 즉흥적으로 선후배 댄스가수들과의 브런치를 계획했다.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남달랐다.


그녀들은 처음 모인 자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소소한 일상부터 네일케어, 춤, 노래까지 가수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 시대를 대표했던 연예인들이라기 보다 그저 평범한 동네 언니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이효리는 오랜만에 신곡을 발표한 김완선에게 '사람들의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냐'라고 물었고, 김완선은 '이제는 별로 시선이 없다'라고 말하며 시선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자연스럽게 웃으며 반응할 수 있다는 건 마치 시간이 그녀들에게 주는 선물 같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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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서울 체크인]은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써 도약을 앞두고 있다. 특히 방송 말미 브런치 모임에서 이효리가 기획한 '여가수 유랑단'이 정말 현실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작은 이효리의 서울 상경기가 궁금해서 시청하기 시작했지만,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더욱더 기다려지는 이유는 아마도 솔로 가수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이효리와 그녀들이 서로 의지하고 보듬으며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다.


부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효리뿐만 아니라 다른 여가수들 그리고 나아가 이 세상에 언니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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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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