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모장을 이끄는 여성, 제니퍼 로페즈 [음악]

그녀의 가정은 남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글 입력 2022.02.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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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헐리웃의 만능 엔터테이너

2. 2000~2010년대 스타의 현재는?

3. 나 니 엄마 아니라고! [Ain't Your Mama]

4. 그들의 보스가 된 여성, [Pa' Ti]

5. 가장家長 제니퍼 로페즈

 

(필요에 따라 그녀를 그의 닉네임 ‘제이로(JLO)’로 부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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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헐리웃의 만능 엔터테이너


 

‘만능 엔터테이너’란 말이 가장 완벽히 들어맞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제니퍼 로페즈일 것이다. 가수, 배우, 사업가, 디자이너.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그 성공을 부인할 수 없는 커리어를 기록하고 있다.

 

#가수 #퍼포머 - 제니퍼 로페즈를 흔히 2000년대 스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전 세계에 유행시킨 그 모습을 떠올리며 말이다. 이젠 촌스럽지만 묘한 매력이 있던 그 시절 걸스힙합 무드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스타였다. 실제 그녀의 대표곡 [Get Right]이나 [Jenny from the Block], [On the Floor],  [Dance Again] 등은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발매된 것들이다.

 

#배우 - 한국의 수많은 여스타(특히 이효리)가 벤치마킹했던 가수 제이로는 연기자로서도 충분한 인정을 받는다. <웨딩 플래너>2001나 <러브 인 맨하탄>2002, <퍼펙트 웨딩>2005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헐리웃의 ‘로코퀸(로맨스 코미디의 여왕)’으로 입지를 굳히기도 했다.

 

#사업가 #향수 - ‘J.Lo by Jennifer Lopez’ 라는 패션 브랜드를 창출한 그녀의 탁월한 사업적 감각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국에서만 약 2억 달러의 판매 수익을 올렸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가장 익숙한 건 역시 향수. 비누향 향수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글로우 바이 제이로(Glow by J.Lo)’는 이미 향수계 기본템으로 자리 잡은 상품이다. 제니퍼 로페즈를 잘 모르는 이들도 이 향수만큼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셀럽 #엉덩이 - 셀러브리티(이하 셀럽)으로서의 영향력 또한 대단하다. 한때 헐리웃은 모든 여성의 엉덩이를 ‘제이로의 그것’에 비유했다. 유난히 엉덩이가 컸던 그녀의 몸매는 제이로가 섹스 심벌로 부상함과 동시에 전 세계 미의 척도를 바꿔 놓았다. ‘남성들의 여성을 보는 시선이 (상반신 가슴에서) 점점 아래(엉덩이)로 내려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킴 카다시안과 니키 미나즈로 인해 ‘엉덩이 보형물’이란 괴기한 문화가 한창 유행했을 때도 일부는 진짜 ‘자연산 엉덩이’ 제이로를 그리워할 정도였다. (물론 성적대상화 됐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기막히게 대상화 될수록 명성과 부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히스패닉 - 그의 정체성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제이로는 히스패닉계 미국인이다.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부모가 미국 본토로 이주해 로페즈 세 자매를 키웠다. 히스패닉에 대한 차별이 팽배한 미국 시장에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는 것은 드물고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녀는 헐리웃 스타임과 동시에 라틴 스타이며, 스페인어로 된 라틴팝 앨범도 자주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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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0~2010년대 스타의 현재는?


 

여기까지가 헐리웃 스타 제이퍼 로페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이주민족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했고, 음악·연기·패션·사업 분야에서 고루 성공했으며, 데뷔 36년 차에도 여전히 파파라치를 끌고 다니는 화제성 있는 셀럽이다.


그럼 52세 제이로의 요즘은 어떨까? 섹스 심벌이자 패션 아이콘, 각종 가십거리의 주인공이었던 2000~2010년대를 지나 기준치 이상의 부와 권력을 얻은 지금은?


이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시는 그녀의 최근 앨범이다. 가수로서의 욕심을 버리지 않은 제이로는 여전히 양질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전처럼 빌보드 차트를 겨냥한 메가 히트곡이 만들어지진 않지만 대신 그의 인생관이 더 깊이 있게 담겨있다.


오늘은 제니퍼 로페즈의 최근 앨범 몇 가지를 짚어보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모한 그의 정체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3. 나 니 엄마 아니라고! [Ain't Your Mama]


 

 


지난 몇 년 간 그가 즐겨 쓰는 이미지는 ‘일터에서 성공한 유능한 여성’이다.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오피스를 주로 하고 제니퍼는 수트를 착용한다. 이는 그 스스로 일궈낸 세 가지 정체성―가수 + 배우 + 사업가―을 잘 응축하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시작은 2016년 싱글 [Ain't Your Mama]다. 이는 직설적인(누군가에겐 노골적일) 페미니즘곡이다. 기품 있게 타일렀던 다른 페미니즘곡들과 달리 대놓고 남성들의 얄미움을 지적하는 게 매력이다. 뮤비에선 1980~90년대 여성인권의 현실을 재현하며 당시 여성에게 부여됐던 ‘사회적 역할’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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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녀는 다섯 가지 역을 연기한다. 첫 번째는 남성의 ‘와이프.’ 꽃무늬 앞치마를 입고 남편에게 식사를 대령하며 그의 셔츠를 다린다. 두 번째는 남성상사의 ‘여비서.’ 실상 실무를 보는 건 그녀뿐이며, 상사는 비서의 가슴이나 훔쳐볼 뿐이다. 세 번째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직공.’ 여성노동자들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기계처럼 손을 움직인다.


그리고 남초 사무실에서 일하는 ‘여사원’이 나온다. 그녀는 탁월한 아이디어로 기획서를 완성하지만 정작 그것을 발표하는 순간 사무실에서 퇴출당한다.


이런 부당함을 겪고도 어찌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던 ‘보편적인 여성들.’ 그들을 일깨워주는 건 뉴스 캐스터로 분한 제니퍼다. 뮤비는 힐러리 클린턴의 1995년 제4회 세계여성회의 연설 음성으로 시작한다. “여성의 권리도 인권입니다.(Let it be that human rights are women's rights and women's rights are human rights once and for all.)”


곧 뉴스 생중계가 시작되고 제니퍼는 넌더리 난 표정으로 대본을 집어던진다. 그리고 카메라를 향해 외친다. “Ladies,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세요. 그리고 고함치세요! (and YELL!)”


이 설파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여성들―아내, 여비서, 여직공, 여사원―은 당장 손에 있던 걸 내팽개치고 남성들에게 사소한 복수를 한다. 남자들은 자아를 표출하는 여자들의 행동에 당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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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니 엄마 아니라고!(Ain’t Your Mama!)”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직설적으로 호통치는 가사가 잔뜩이다.


“나 이제 밥 안 차려. 니 엄마 아니니깐.”

“나 빨래도 안한다? 니 엄마 아니니까.”

“게임 좀 그만하고 제시간에 좀 일어나라 으휴.”

“운 좋게 남자로 태어났으면 짜증나게 하지나 마.”


그리고 "나 너보다 훨씬 잘하거든! 기억하라고!"로 끝을 낸다.


제이로표 ‘일하는 여성’의 시작은 남성들보다 유능한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들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여성이다. 그럼에도 지지 않고 사무실을 깽판으로 만들며 ‘고함치는 여성’이다.


뮤비 속 다섯 개의 역할 중에서 오피스씬은 유독 비중이 크다. 다인원을 배치했고 다른 곳보다 넓은 세트장을 사용했다. 제니퍼는 긴 사무실 복도를 걸어오며 남사원들에게 복수하는(그래봤자 서류뭉치를 날리는 정도의 귀여운 장난이다) 동선을 보여준다. 앙상블과 호흡을 맞추며 뮤지컬과 같은 퍼포먼스를 갖춘 이 씬은 훗날 다른 뮤비에서 더 큰 스케일로 재현된다.

 

 

 

4. 그들의 보스가 된 여성, [Pa' Ti]


 

 

 

라틴팝계 슈퍼아이돌 말루마(Maluma)와 콜라보한 2020년 싱글 [Pa' Ti](For You)에서 이 ‘일하는 여성’은 ‘성공한 자본가’로 등장한다.


가사에 따르면 “해변이 보이는 발코니, 디올로 가득 찬 옷장, 내가 수집한 피카소와 반 고흐의 그림, 넘치는 자동차와 다이아몬드, 내 이름으로 된 전용기”를 자랑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벌이다.


많은 남랩퍼들이 돈 자랑을 할 때 현금다발과 금 목걸이, 헐벗은 여자를 옆에 두는 것과 달리, 제니퍼가 묘사한 돈 자랑은 무엇보다 ‘회사’다. 그녀의 오피스는 미국 대도시에 우뚝 솟은 웅장한 빌딩이며, 넓은 사무실엔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제니퍼는 명실상부 이곳의 최고 리더이며 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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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오피스씬이 남성들을 가볍게 놀리는 정도였다면, [Pa' Ti]에선 수십 명의 앙상블이 등장하는 대규모 군무씬을 보여준다. 보스 제니퍼는 사무실 소품과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안무하며, 역시 넓은 오피스를 런웨이처럼 걸어 다니는 동선을 보여준다.


[Ain't Your Mama]에서 남성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그녀였다면, 이젠 수십 수백 명의 남성들이 그녀 아래 복종하는 위치에 있다. 제니퍼를 보좌하며 춤추는 댄서들이 모두 남자이고, 그녀의 손짓 하나에도 기계처럼 따르는 장면을 연출한 게 마냥 보기 좋아서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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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장家長 제니퍼 로페즈


 

제니퍼 로페즈의 뮤비 속 ‘일하는 여성’엔 그 스스로 정의하고 추구한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유능한 실력을 가진, 그래서 결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이자 보스, 컨셉에 맞춰 세심한 표정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고퀄리티의 댄스 퍼포먼스를 창작하는 뮤지션이 바로 그것이다.


엉덩이가 큰 섹스 심벌이나 유명인들의 스캔들 상대, 해괴망측한 루머에 시달리는 셀럽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한때 그녀는 사망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공을 가로채는 남성들 사이에서 버텨내 결국 부와 권력을 쟁취한 ‘능력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녀를 두고 ‘가모장’을 언급한 것은 그 자체가 진정 ‘일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제니퍼 로페즈는 이제껏 3번의 이혼을 했고 여러 차례 열애와 이별을 반복했으며, 두 아이의 엄마다. 남편과 이혼하거나 남자친구가 머무르고 간다고 해서 그녀의 가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제니퍼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며 충분히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또 ‘헌신적인 엄마’라는 모성애 타이틀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몇 번의 이혼·이별을 거쳤든 그녀는 본인이 원할 때 다른 사람과 연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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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이끌고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그녀라는 점에서 제이로는 완벽한 가모장이다. 남자가 있고 없고는 그녀 가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가장이 중심을 버티고 있는 한 무너질 일은 없다.


제이로의 모습은 이 시대 ‘일하는 여성’이 응당 가졌어야 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한 후 경제적 독립까지를 자연스레 이뤄냈을 때, 남성이 없어도 살 수 있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여성상을 보여준다. 이 자립은 남성이 흠집 낼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단단하며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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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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