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름’과 ‘용기’ [영화]

글 입력 2022.02.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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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는 안면 기형으로 태어난 어기가 주인공이다.

 

어기는 누구보다 위트 있고 호기심 많은 과학 천재 10살 꼬마이지만, 안면 기형이라는 이유로 10살이 되기까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가족은 어기를 위해 학교를 보내고, 어기 역시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용감하게 첫 발을 내딛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싸늘했다. 어딜 둘러봐도 자신의 편이 없는 학교에서 사소한 사건으로 잭과 친구가 되고, 이후 여러 사건을 직면하며 어기는 성장해 나간다.

 

어디까지나 이 영화에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생각하자는 주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투쉬맨 선생님의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지만, 우리의 시선은 바꿀 수 있다’는 대사처럼 말이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공인 어기에만 초점을 두어 진행하지 않는다. 어기를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선까지 친절히 묘사했고, 각 인물의 시각을 일일이 다뤘다.

   

 

 

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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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기에게 헬멧은 필수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안면기형은 또래의 어린아이들에게 혐오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고, 골룸이나 괴물 따위의 별명은 늘 따라다녔기 때문에 헬멧을 내세워서라도 자신을 숨겼어야만 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거나 기피하는 것 또한 당연했고, 어기 역시 친구를 사귄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여느 친구관계처럼 누군가에게 툭 터놓고 말을 한다던가 자유롭게 놀러 간다던가 등의 일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랬던 어기가 과학시간에 조용히 용기를 냈다.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두려워 입을 닫았었는데, 문제를 풀지 못해 끙끙거리는 잭에게 자신의 답을 보여준 것이다. 발칙한 행동이지만 10살의 시각에서 보면 용감해 보이기도 하다. 이 일을 계기로 잭은 어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고,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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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은 어기가 자신에게 어떤 친구인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다가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짜 ‘친구’가 되었단 사실을 처음엔 미처 알지 못했다. 어기에겐 잭뿐이었지만 잭은 그렇지 않았다.

 

핼러윈 데이날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교실에서 놀던 잭은 어기를 욕하는 친구들의 말에 휩쓸려 뒤에서 어기가 듣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동조를 하고 만다. 당시 잭은 어기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리에서 소외될까 두려운 마음에 솔직함이 아닌 거짓말을 택했다.

 

이후 상처받은 어기가 자신을 피하자 뒤늦게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가 누구였는지 깨닫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 시작한다.

 

 

 

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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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는 어기의 친누나다. 겉으로는 부모 속을 썩일 일 없는 철든 딸이지만, 그녀도 아직 부모의 사랑이 고픈 아이다. 늘 어기만을 바라보고 보살피는 부모님의 등을 바라보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낸다.

 

그게 맞는 거라 생각했고, 그래야만 사랑하는 남동생인 어기로 인한 집안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아는 참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서운해도 참았고, 말하고 싶어도 참았고, 기뻐도 참았다. 그녀에게 솔직해지는 것은 사치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비아는 모든 걸 혼자서 처리했고, 자신이 연극을 하는 것을 구태여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부모님은 왜 알리지 않았냐며 화를 냈고 이에 비아는 어차피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었을 거라며 맡은 역할이 조명뿐이라 말할 필요도 없었다며, 그날 처음으로 쌓인 분노를 표출한다.

 

연극 당일 급작스레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 비아는 자신을 보러 온 가족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관심과 역을 빌려 진심을 전한다. 비록 대사에 불과한 글자였지만, 진심을 전하기엔 충분했다.

   

 

 

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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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비아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 온 둘도 없는 친구다. 비아는 물론, 비아의 가족과도 친한 사이이며 사실 어기의 헬멧은 미란다가 사준 것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여름캠프를 다녀온 이후로 갑자기 비아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 나이 땐 사소한 일로 친구들 무리가 쉽게 바뀌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돈독해져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기에게 전화를 걸어 비아의 안부를 묻는 장면을 보며 그녀의 진심은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지난 여름캠프 때, 가족에 관련된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비아의 부모님과 어기를 자신의 부모님과 남동생인 것처럼 말한 미란다는 거짓말이 들통날까 두려워 비아를 피하고 있었다. 처음엔 비아의 가족이 갖춰진 자신에게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준다는 사실에 가면을 썼고, 두 번째엔 진실된 자신의 모습과 사람들이 보는 모습의 괴리감이 들킬까 두려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솔직해지지 못할수록 비아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던 게 이게 아니었음을 깨달은 이후 용기를 냈을 땐 다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

 

이들의 공통점은 솔직해질 용기가 없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어기가 늘 헬멧 속에 얼굴을 가렸던 것도, 잭이 친구들 말에 동조한 것도, 비아가 꾹 참은 것도, 미란다가 비아를 피하고 다닌 것도, 전부 상대에게 솔직해질 용기가 없는 데서 생긴 방어기제다.

 

솔직함을 드러내면 다칠 거라는 걱정에, 결과가 참담할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낼 용기조차 없었던 그들이 간과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솔직함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구축된 관계든 간에 애정이 형성되어 있다면 나의 솔직함이 적어도 상대방에게 혐오로 작동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영화는 ‘다름’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용기’도 말한다. 진짜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했던 이들이 용기를 가지게 되고 진짜 자신과 마주하는 이야기,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 우리의 마음을 자극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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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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