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꿈을 향해서 노력하는 과정, 그 과정을 통해 열정적인 삶을 간접체험하기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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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사람을 참 구차하게 만든다. 먹을 것 앞에서 가격을 살피고, 하고 싶은 일에 가성비를 따진다. 그런 점에서 빌리의 집이 중산층 집이었다면 이야기는 어느정도는 달라졌을 것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나오며 내가 느낀 점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수작이다. 2018년도에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보았지만 그 때도 지금도 내가 받는 감동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 않았다.
내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수작이라고 꼽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어린이’의 이야기를 어린이가 직접 한다는 점, 탄탄한 스토리와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화려한 볼 거리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이 진정한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이 있다.
'어린이'의 입으로 말하는 '어린이'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는 공연은 드물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가 직접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는 공연은 더욱 드물다.
뮤지컬 <마틸다>가 라이센스 초연으로 공연되기 전까지, 어린이 뮤지컬이 아닌 한국의 상업 뮤지컬 시장에서 어린이가 어린이의 이야기를 하는 공연은 <빌리 엘리어트>가 거의 유일했다.
<빌리 엘리어트>의 어린 배우들은 대단한 힘을 가졌다. 성인 배우들도 힘들 17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한 어린이일 뿐인 빌리는 아주 잘 소화해냈다.
빌리 뿐만이 아니다. 발레걸즈와 빌리의 친구 마이클, 그리고 영화에서는 이름도 등장하지 않지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톨보이와 스몰보이까지. 여러 어린이들이 모여 내는 힘은 성인 배우들 못지 않다.
어린이들만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빚어낸 극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끝내주는 스토리와 볼 거리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토리가 상당히 탄탄하다는 사실을. 그 스토리에 다양한 볼 거리와 들을 거리들을 채워넣은 것이 바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이다.
상승과 하강이라는 구조를 사용한 빌리 엘리어트의 스토리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빌리가 꿈을 향해 날아오를 수록 아버지와 형, 마을 사람들은 탄광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이 대비가 짜릿하고 재밌다.
더불어 탭댄스, 발레 등 다양한 볼 거리가 있는데 이걸 빼놓으면 <빌리 엘리어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아마도 이런 볼 거리 때문에 이 뮤지컬을 8세 이상 관람가로 잡은 모양인데, 스토리가 상당히 심오하고 어려운 것을 생각하면 관람가를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끝이 끝이 아닌 이야기, 시작에 불과한 끝
빌리는 결국 영국 왕립 발레학교에 합격한다. 이것이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내용이다. 빌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탄광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모자에서 나오는 빛을 받으며 서있다. 그 뒷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그렇게 끝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 빌리의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열린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결말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빌리가 춤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탄광촌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다. 아니면 발레를 하지 않고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빌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되던지 빌리가 보여준 모습들은, 그 과정은 거짓됨이 없다.
만약 빌리가 결국에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빌리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향해서 노력해’라고.
[정혜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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