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연주회 "선(先)"

글 입력 2022.02.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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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후 맞이하는 금요일, 예술의전당에서 있는 여러 공연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무대가 있었다. 2월 첫 주말까지 포함하더라도, 창단 연주회 무대가 있는 것은 2월 4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2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의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음악감독이자 첼리스트인 허정인을 필두로 하여, 이번 무대에서는 객원지휘자 이규서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젊은 연주자들의 모습을 보았다.


악장 전재성을 비롯하여 제1바이올린에 박인희, 박예나, 김정 그리고 제2바이올린에 피예나, 류경주, 신은진, 비올라에 노소희, 맹진영, 장서윤, 첼로에 이길재, 김신영, 더블베이스에 조은솔, 오보에로는 최진, 이수민, 호른에 조태준, 양지훈 그리고 쳄발로 연주자로 Arend Grosfeld가 무대에 나섰다. 이 젊은 연주자들의 첫 시작을 보기 위해, 음악당 로비는 이미 7시 전부터 북적이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연주를 기다리는 마음도 점점 기대로 부풀었다.


 



PROGRAM


J. Haydn  Divertimento in D Major (arr. Piatigorsky)

I. Adagio

II. Menuet

III. Allegro di molto


J. Haydn  Cello Concerto No. 2 in D Major, Hob. Vllb:2

I. Allegro moderato

II. Adagio

III. Rondo


INTERMISSION


W.A. Mozart  Symphony No. 29 in A Major, K. 201

I. Allegro moderato

II. Andante

III. Menuetto: Allegretto

IV. Allegro con spirito

 




보통 무대에 들어서기 직전의 대기공간 소리는 잘 안들리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는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준비하는 동안 연주자들의 목소리가 일부 들렸다. 첫 곡을 기다리는 동안 조금 재미 있었던 것은 무대 위로 나서기 직전 연주자들끼리 타이머를 맞춰 사진 찍는 소리가 객석까지 생생하게 들렸다는 점이었다.. 젊은 연주자들이, 그들의 첫 시작을 남기고자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웅성임 끝에 맞은 이번 무대의 시작은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라장조였다. 1악장은 후세대들과 다르게 아다지오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느리게 느껴지는 아다지오는 아니다. 빠르지 않으면서 우아하고 즐거운 악상이 가득한 악장이다. 서울 소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 역시 무겁지 않고 가볍게 전해주어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2악장 미뉴에트는 2악장이면서도 일견 후대의 스케르초 악장같은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춤곡다운 리듬감과 생동감이 돋보였다.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디 몰토는 전 악장 중 가장 빠르게,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현악기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고음악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게 만드는 쳄발로 사운드로 종악장의 분위기가 더욱 살아났다. 하이든의 유희적인 면모와 더불어 음악감독 허정인의 이 작품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서울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 여정으로서는 산뜻한 첫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


이어지는 1부의 두 번째 작품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첫 곡에선 없었던 호른과 오보에, 즉 관악기 편성이 추가되었다. 쳄발로를 제외하면 현악 오케스트라나 다름없는 편성에서 목관과 금관이 추가되고 나니 확연히 텍스쳐가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찰현의 소리도 물론 매력적이고 아름답지만, 소리를 좀 더 빈틈없이 메우는 것은 역시 관악기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그야말로 틈 없이 홀을 가득 채우는 소리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어서 즐거운 작품이었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는 현악부에서 먼저 주제를 제시하고, 솔리스트가 이를 더욱 화려하게 발전시켜 연주하면서 이어갔다. 그 사이사이에 녹아드는 관악 파트는 소리를 풍성하게 해주고 따뜻한 무드를 부각시켜 주었다. 길고 긴 1악장 끝에 맞은 카덴차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이 아름다운 1악장을 달려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조금은 인간적인 면이 보이기도 했지만 1악장의 말미를 아름답게 마무리해주는 카덴차였다.


2악장 아다지오는 솔리스트와 함께 1, 2 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가 반주하며 시작되었다.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는 도입부에서도 이 첫 도입부가 재현되는데, 개인적으로 2악장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특히 솔리스트를 저음부에서 받치는 비올라 파트가 아주 좋았다. 이 무드를 함께 가져가는 오보에 역시 인상적이었다. 3악장에서는 주제의 경쾌함도 좋았지만 역시 솔리스트의 파트를 빼놓을 수가 없다. 첼리스트 허정인이 맡은 첼리스트의 독주 부분은 당대보다 미래지향적인 첼로 주법들로 눈과 귀가 완전히 매료되었다. 첼리스트 허정인의 자신감 있는 연주와 이와 어우러지는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 이 모든 것을 이끌어나가는 지휘자 이규서까지 완벽한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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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후 맞이하는 2부는 온전히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에 할애되어 있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중에서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그의 나이 18세에 완곡된 작품이다. 대체 10대였던 모차르트 감성은 얼마나 깊었던 것일까. 이 작품이 10대 때 작곡되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악장은 이 작품이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조차도 들어봤을 선율을 품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 사이를 가득 채운 1악장의 전개는 성숙하고 고아하다.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는 서정적이고 우아한 이 악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잘 전해주었다.


2악장과 3악장은 안단테와 미뉴엣으로 악장의 형태나 분량 상 분명이 상이하지만 일견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면도 있다. 바로 음향의 다양한 효과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음향적으로 다양한 질감을 표현해내는 점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2악장과 3악장은 분명히 또 다르다. 2악장의 경우, 바이올린이 약음기를 활용하고 그 외 비올라와 첼로, 베이스는 그대로 연주함으로써 악기별 음향 강도에 차이를 주되 부드러운 소리와 원래 강도의 소리를 엮어내면서 장식적인 효과를 두드러지게 했다. 그 사이에 녹아든 부점 리듬을 포함해 반음계 등 섬세한 요소들까지 지휘자 이규서의 지휘 하에 아름답게 오케스트레이션되었다.


반면 3악장의 경우, 미뉴에트다운 리듬감을 살린 전개를 유지하되 셈여림에 변화를 주어 음향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생동감 넘치는 선율에 순간적으로 녹아드는 포르티시모로 3악장은 2악장과는 또 다른 형태로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마지막 4악장은 질주하는 동력으로 가득했다. 활발하게 연주하라는 주문처럼, 우아하면서도 명랑한 에너지가 가득한 4악장이었다. 피날레에 호른에서 보인 인간적인 면은 그 나름대로 또 모차르트 교향곡 29번을 완성하는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이를 기점으로 2회 정기연주회 때에는 더 정진한 금관파트를 보여주겠지. 모든 게 즐거운 4악장이었다. 관객들이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끝나자마자 브라보 연호와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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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박수가 쏟아지자,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는 빠르게 앵콜을 준비했다. 첫 번째 앵콜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피치카토 폴카였다. 작품이 작품인 만큼 관악기 연주자들을 제외한 현악기 연주자들만 선보인 앵콜이었다. 현악기 연주자들이 강렬하게 현을 뜯으면서 위트있고 센스 있는 앵콜 무대를 보여주었다.


이어진 커튼콜 뒤, 음악감독 허정인이 객석 앞으로 나왔다. 그는 두 번째 앵콜곡이 그리운 금강산임을 소개하며, 오늘 공연을 위해 후원해 준 모든 이들과 더불어 단원들에게 인사했다. 이번 무대는 코스모스악기와 스타인웨이 측의 후원이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리고 그는 음악감독으로서 관객들에게도 인사했다. 음악의 어원처럼 관객과 함께 가가대소할 수 있는 연주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처럼, 앞으로도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충분히 만들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오보이스트들이 안정적이어서 좋았는데 앵콜 무대에서 또 다른 연주를 못본 게 아쉽던 차였다. 그 아쉬움을 두 번째 앵콜곡이 바로 달래주었다. 바로 그리운 금강산의 소프라노 선율을 오보에가 맡았기 때문이다. 한국 가곡의 정수라 할 만한 이 아름다운 곡을 앵콜로 들어서 가슴이 뭉클했다.


*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회는 담백하면서 우아한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고전 시기 특유의 그 담백함을 잘 살리면서도 사이사이에 녹아 있는 하이든과 모차르트만의 텍스쳐를 잘 살려주었고, 무엇보다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그들만의 열정과 패기를 전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원숙한 연주도 좋지만, 혈기가 느껴지는 연주 역시 듣는 귀를 즐겁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아한 고전으로 첫 무대를 선보인 서울 솔로이스츠 챔버 오케스트라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그들의 연주활동을 넓혀 나갈까? 벌써부터 다음 정기연주회가 어떨지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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