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구석 1열'에서 진심을 나누는 방법 [예능]

글 입력 2022.02.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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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시간대에 방영 중인 JTBC 예능 ‘방구석 1열’은 2018년 5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방영 중에 있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다. ‘띵작 매치’라는 코너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데 2개의 영화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소개하며 비교를 통해 각 회차별로 다른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타방송사들에서도 흥미로운 영화를 소개해 주는 주말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단순히 영화 홍보나 시선을 끄는 유튜브 식 영화 소개에 머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방구석 1열’은 영화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영화의 배우나 감독, 혹은 관련 전문가가 게스트로 나와 출연자들과 심층적이고 인문학적인 대화를 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특정 영화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비하인드와 배경, 그리고 각 장면들에 숨겨진 의미까지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유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적 담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예능과 교양이 접목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구석 1열’은 기존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프로그램명에서도 드러나듯이 출연자들은 방구석 1열, 즉 텔레비전 바로 앞에 앉아 영화를 보는듯한 세트에서 촬영을 한다. 츄리닝을 입고 출연하는 MC 장성규는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다(지금은 하차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출연자들과 마주 앉아 함께 영화를 보고 나누는 느낌을 얻는데 이는 프로그램을 편안하고 친근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영화를 흥미롭게 소개하는 데에만 그친다면 영화 홍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에 머물겠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전문가나 배우, 감독이 출연해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나눈다는 점에서 소개된 영화 자체를 이해하게 만든다. 나아가 펼쳐지는 담론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 고찰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전문가들과 함께 특정 영화를 깊게 분석하는 것은 자칫하면 루스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두 MC의 적절한 유머와 리액션, 그리고 변영주 감독의 재치 있는 입담이 프로그램에 재미와 호감을 더한다. 다시 말해 ‘방구석 1열’은 영화 소개, 인문학적 고찰, 유머까지 3박자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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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된 ‘오늘의 추천 독립영화’코너도 인상적이다. 프로그램 말미에 30초 정도 소개되는 짧은 코너지만 인지도가 있는 방송에서 매주 독립영화를 홍보하는 것은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영화적 다양성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무한다.

 

당연하게도 상업영화에 비해 독립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은 적다. 대중성보다는 작품성이나 감독 개인의 예술성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독립영화를 소개한다는 것은 해당 시간대의 시청자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메인 코너 ‘띵작 매치’에서 대체로 잘 알려져 있는 영화가 소개된다는 점에서 ‘오늘의 추천 독립영화’ 코너는 프로그램 자체가 영화적,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보다 차별화된 요소를 만드는 부분으로 작용한다. (‘방구석 1열’이 한국 영화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느껴지는 코너이기도 하다)

 

메인 코너인 ‘띵작 매치’ 외에 ‘방구석 AI의 추천 영화’와 언급한 ‘오늘의 추천 독립영화’ 코너가 있다. 2개의 메인 영화와 더불어 같이 볼만한 영화를 소개해 주는 ‘방구석 AI의 추천 영화’ 코너는 의도 자체는 좋지만 러닝 타임이 짧고 단순히 해당 영화의 정보를 알려주는 데에만 그친다. 때문에 해당 코너에서 소개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기는 힘들고 흥미 또한 떨어진다.

 

‘방구석 1열’의 방영 시청률은 주로 1%대에 머물러 있다. 안정적으로 시청률이 나온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사랑해 주는 고정 시청자가 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고정 시청자들이 선호하고 있는 현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코너의 변화나 영화적 다양성을 꾀한다면 시네필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방구석 1열 확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리뉴얼되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영화가 던지는 삶의 무수한 질문들을 친구와 이야기하듯 편하게 볼 수 있는 따듯한 프로그램이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영화를 아끼는 출연자들과 제작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영화든, TV 프로그램이든 그런 진심 어린 마음이 사람들을 동하게 만든다. 진심이 필요한 시대에서 ‘방구석 1열’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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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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