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태양, 엄마에게 [사람]

글 입력 2022.01.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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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수정.jpg



오늘은 당신의 마흔여덟 번째 생일입니다. 당신의 탄생을 축복하는지 날씨도 봄의 꼬리가 살짝 보입니다.


생일을 맞이한 당신의 하루를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없는 그곳에서 누가 미역국을 끓여주던지요? 누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던지요? 누가 힘껏 안아주던지요?


내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이 한가득인데 곁이 있지 못함이 안타까운 날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괜찮은 하루를 보냈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는 항상 전하고도 부족한 마음이 있습니다. 나의 하루를 만들어준 당신에게 고맙고 나의 하루 끝에 있어주는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당신이 주는 잔잔한 사랑을 늦게 알아서 미안하고 당신이 주는 침묵 속 믿음을 무관심이라 생각해서 미안합니다.


당신이 지지해 주었기에 나의 길을 몇 번씩 의심하고 겁먹고 돌아서도 조금씩 걸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기다려 주었기에 매일 밤, 소용돌이로 가득한 나의 머리를 싸매고 울었지만 당신의 포근한 시간으로 눈물을 그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존재는 곧 당신입니다.

 

당신과 전화를 할 때면, 당신은 저에게 식사의 여부를 묻곤 하죠.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그냥 전화했다는 덤덤한 말이죠.


옛날에는 그냥이라는 말을 할 말이 없어서 대충 얼버무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그냥이라는 단어에는 정의할 수 없는 많은 감정이 섞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당신의 그냥에도 많은 의미 중 하나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공허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공허함이 나의 가슴에 묻힐 때 코 끝에는 붉은 제비꽃이 피어납니다. 숨기기 위해 숨을 참아보지만 수화기 넘어 당신도 느꼈는지 침묵으로 대답해 주었죠. 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각 당신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 곁에 내가 있으면 안식처가 되어 보려 합니다.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이 딸이기에 당신이 볼 수 없을 거 같은 장소에 글을 남겨봅니다.

 

 

[황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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