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반강제 문화예술 디톡스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01.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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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방학인데 방학이 아니에요 - 유난 떠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2022년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 다소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계절학기를 듣고 있고, 동아리에선 뭐 하나를 만들고 있고, 회화 학원에 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여러모로 할 것도 많다.

 

그래서인지 주에 영화 서너 편 이상은 꼭 봤던 지난여름과는 달리, 이번 겨울은 영 뭔가를 즐길 새가 없었다. 문화예술사의 에디터면서도 정작 문화예술을 향유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사실 고작 제대로 문화생활을 하지 못한 것도 삼 주가 채 안 됐지만, 그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사람을 만나면 그래서 이렇게 엄살을 부리곤 했다. 방학이 방학 같지가 않다고.

 

1. 사라지니 남은 것은 - 하루에 한 편 글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보겠다던 작심삼일의 각오는 져버리고 다이어리에 작품을 적어넣는 칸은 텅텅 비었다. 그렇게 빈 다이어리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몇 생각이 있다. 요즘 나는 진짜 생각이 없다.

 

평소엔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영화를 보고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쓸데없는 자잘한 망상들이 떠올랐고 글을 읽고 나면 좋은 구절이 머리에 맴돌아서 다시 되뇌고 읊었다.

 

이제는 머리가 침묵한다.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도 없다. 한 해를 보내고 실없는 사람에서 조금 현실적인 사람으로 변모한 건가 싶었는데 그저 들어오는 것이 없어서 뱉을 것도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이번 기고할 글을 쓰자니 번뜩! 하고 떠오르는 것이 영- 없었다. 결국, 주제는 내 상황을 실토하고 시인하는 것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 얼추 글을 빨리 떠올리고 쓰고 끝마치는 데에 숙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입력을 안 했다고 가동을 멈추려는 머릿속이 원망스럽다.

 

다만,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을 즐기는 역량이란 게 있다고 한다면, 역량은 타고나거나 어린 시절의 어떤 고급진 유수의 문화생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입력값과 양만큼 정해지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2. 문화는 본능? - 문화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무언가라고 일컬어지곤 한다. 다만 이번 (반강제) 디톡스를 겪으면서 생긴 의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게 한 본능이 우리에게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

 

어쩌면 누군간 필연적으로 노래를 불러야만 속이 시원하고, 그걸 누군간 들어야 행복해지는 그런 메커니즘이 있겠지 않느냐는 지극히 증거 없고 주관적인 주장을 펼치고 싶어졌다.

 

문화는 어쩌면 우리의 본능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뇌가 있으니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을 하려면 연료가 있어야 하니 문화를 즐겨야만 하는 어떠한 순환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반강제적인 디톡스를 멈추고 본능에 충실해 보려 한다. 글을 쓰지만 말고 좀 읽고, 영화를 만들려고만 하지 않고 좀 보고…… 그리고 그 얘기들은 차차 다시 써 내리고. 디톡스는 이제 그만할 땐성싶다.

 

 

[김가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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