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사람]

글 입력 2022.01.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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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가져 본적도 없기 때문이다. 또 종교활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가 종교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종교학과'임을 부정하고, 부끄러워할 때도 많았다. 그러나 계속하여 종교학을 공부하며 이 생각들이 많이 변화하게 되었다. 종교는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모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의 삶에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종교가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종교에 관한 여러 권의 책과 영화들을 감상하며 간접적으로 종교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 속의 주인공이 가지는 종교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해볼 기회를 가졌다.

 

우선 김은국 작가의 '순교자'라는 책이다.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한 없이 나약해진다. 그리고 종교에 의지하게 된다. 목숨조차 더 이상 의미 없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에게 자신의 존재를 맡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종교는 '나약한 인간들이 의지할 수 있는 매개체'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나약하고 힘이 들 때, 더 이상 본인의 힘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함을 깨달았을 때가 있다. 이런 순간들마다 나의 어려움을 대신 해결 해 줄 수 있는 신, 즉 초월적 존재를 믿고 의지한다.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지금의 세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신을 믿고 따른다. 바로 이 이유가 비슷한 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다.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종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은 사랑받기를 두려워하며, 믿음에 확신이 없다. 따라서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종교가 부질없음을 말한다. 더 나아가 죽음을 마주했을 때, 신부가 종교의 힘을 믿으며 기도하자고 제안하지만 거절한다. 신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인간 스스로가 본인의 인생을 가꾸어 나가야 하고 그래야지만 의미가 있고 완성된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죽음의 앞에서도, 아무도 본인의 말을 믿지 않는 나약한 상황임에도 종교의 힘을 외면하는 것이다. ‘순교자’의 내용처럼 항상 나약한 인간은 종교에 의지한다고 믿었던 나에게는 새로운 충격을 주었고, 종교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살다(1952)’도 종교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종교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죽음과 자아성찰의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쳇바퀴같은 인생의 마지막 쯤에 본인의 시한부 여생을 자각한다. 그리고 별로 남지 않은 인생을 잘 살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떻게 살아가하고, 또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어떤 방법을 택했을 때 자신의 인생이 보다 가치 있게 마무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나는 죽음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었고 ‘제대로 죽는 법’을 배워야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운다는 것을 깨닫았었다. 모든 주인공들은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본인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만약 죽음을 마주하지 않고도 그런 필요성을 느끼고 고민의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그 보다 잘 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의 역할을 종교가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인간의 죽음에 대해, 심지어는 사후 세계까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과거를 성찰하고 반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돕는다. 본인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데, 의미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하는데에 종교의 의미를 둘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나에게 종교란 ‘잘 살아낼 수 있게 해주는 성찰 과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과도 비슷하다. 불교에서는 본인 안에서의 가르침, 깨달음을 얻는 것을 강조한다. 석가모니가 진리를 찾기 위해 고행을 하고 명상을 하듯 여러 노력을 하지만 결국 진정한 진리는 ‘지혜를 얻음’으로써 찾게 된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인간은 끊임없이 번뇌를 하고 업에 대해 생각하며 개인화의 과정을 얻어야 한다고 한다. 개개인 안에 의지할 존재가 필요하기에 ‘도’나 ‘삶에 대한 깨달음’ 등등의 개인화의 과정을 가지고 어려움을 이겨낼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등의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어떻게 인간이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욕망은 어떻게 움직이고 고통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모든 문제의 근원적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과 같이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죽어야 할지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수 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가치에 가장 의미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답을 찾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 역할을 종교가 해준다고 생각한다. 꼭 특정한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종교에 대해 공부를 하고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다. 실제로도 고민을 하게 해준 것 같다.

 

아직 완벽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지금으로써 나는 ‘선한 영향력’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려고 한다. 나의 능력을 키우고, 그것을 나누며 개개인에게, 또 사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계획 중에 있다. 나 자신이 멋진 사람이 되고, 조금이라도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며, 후회없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 아무리 험한 땅이라도 붓다의 발자국이 지나면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종교는 나에게 나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나의 미래를 꾸밀 수 있게 도와주었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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