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법 [사람]

죽고 싶지 않은 자들
글 입력 2022.01.1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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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열두시 반, 우리는 인도 위에 놓여있었다. 잠시 뒤 신호가 바뀌고 우리는 하고 있던 이야기를 이어가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향하고 있는 곳은 나의 집. 이사를 한지는 꽤 됐지만 친구의 방문은 처음이었다. 동네의 끝, 버스의 종점에 위치하고 있어 갈 길은 멀었지만 그런대로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주소로만 본다면 이 근방에 낯선 이들에겐 다소 당황할 만한 이동경로일 것이다. 친구 집과 나의 집은 시가 달랐다. 말이야 그렇다는 거지 실상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다리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햇빛에 눈이 따갑다. 머리 위에서 정통으로 내리꽂는 직사광선에 저절로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다리 철창 틈 사이로 강물이 보였다. 물의 표면은 마치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가 빛을 반사해 내는 것 마냥 눈이 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저걸 뭐라고 하던데” 핸드폰으로 자판을 몇 번 두드리던 그는 머지않아 내게 그 아름다운 광경의 이름을 전했다.

 

“윤슬”


그 반짝이는 잔물결을 보고 있으면 과거 진시황이 간절히 찾아 헤매던 불멸의 약이 생각난다. 그가 불로불사의 약이라 믿고 마셨던 수은 역시도 이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니 그가 그처럼 강력한 독성 물질에 집착했던 이유가 이해된다. 하여튼 다리 밑으로 펼쳐진 저 현실 세계와 동떨어져 보이는 표면을 고요히 응시하다가 어쩌면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 이와 같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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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강 아래로 흐르는 물, 그 물살을 뚫고 더 깊이 내려가면 있는 땅, 그 땅 지하에 있는 검은 통로 속을 누군가 걷고 있을 수도 있다. 그는 이 세계 사람일 수도 있고,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일 수도 있으며, 혹은 아주 먼 과거부터 문명과 동떨어져 살아온 인간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엔 이 글까지 왔다. <해저 2만 리>를 얘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뭐 비슷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바라왔던 작은 소망이 떠올라 짧게 끄적여 보고자 한다. 거창한 건 아니지만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이건 서른까지만 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고안해낸 몇 가지 방법 중 하나였다.

 

 

죽고 싶지 않은 자들

 

 

판타지 영화를 달고 살았던 어린 시절부터 차원 이동이라는 소재는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주인공 사 남매는 옷장이라는 매개체이자 통로를 이용해 ‘나니아’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 그 세계에는 마법을 부리는 얼음 마녀가 살고 동물들이 말을 하며 그곳에서 그들은 무려 왕과 여왕들이다. 옷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눈이 밟히는 판타지 세상이 열린다는 설정에 어렸던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옷장 속에 들어가 있었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책 <지팡이 경주>의 설정에 홀딱 반하기도 했는데, 주인공이 도서관에 있던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가죽 표지에 붙어있던 펜던트를 떼어 자신의 옷을 달면 지팡이 경주가 가능한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이 외에도 절벽 끝에 위치한 별장 안에 시공간 이동이 가능한 문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책 <율리시스 무어>가 있었다. 세 명의 주인공들이 문의 열쇠를 탐내는 악당들을 피해 별장 주인이었던 율리시스 무어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공간을 넘나들었는데, 왜 아직도 영화로 나오지 않았는지 의문일 정도로 상당히 짜임새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

 

*

 

실제로 차원 이동이라는 설정은 너무 많이 쓰여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설정이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와 책 곳곳에 쓰여 그것이 꼭 이야기되는 본 주제는 아닐지라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 한 페이지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던 <나니아 연대기>도, 어쩌면 <해리포터>도 현실 세계에서 마법 세계로 향한다는 차원이동물로 볼 수 있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도 동굴을 넘어가면 하루가 반복되는 세상이 존재하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런 차원이동물을 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과 현실도피라는 문제를 결합해 바라봤다. 전쟁 중인 현재에서 벗어나 옷장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나, 가정 폭력에 가까운 양육에서 도망쳐 평범한 사람은 믿지 않을 마법 세계로 향하는 주인공이 사실은 현실의 괴로움과 비참함이 만들어낸 망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무서운 이야기 2>의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고병신’(고경표)은 교생실습을 망치고 옥상에서 죽고 싶어 하지만 겁이 많아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걸 본 한 학생이 그에게 다른 차원으로 가는 방법을 말해준다.

 

 

준비물: 10층 이상의 건물에 있는 엘리베이터

 

1. 엘리베이터를 탄다. (탈 때는 무조건 혼자여야 한다.)

2. 엘리베이터에 탄 채 4층, 2층, 6층, 2층, 10층을 눌러 이동한다. (이때 누군가가 타면 실패한다.)

3. 10층에 도착하면 내리지 않고 5층을 누른다.

4. 5층에 도착하게 되면 젊은 여자가 탄다. (절대 말을 걸면 안 된다.)

5. 여자가 타면 1층을 누른다.

6. 누르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내려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간다. (올라가고 있는 도중에 다른 층을 누르면 실패한다. 그만두고 싶다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이다).

7. 9층을 지나치면 거의 성공한 것이다.

 

참고: 당신이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이 방법을 통해서 도착한 세계에는 사람이 당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5층에서 탄 여자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실행해 옮기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여기 있다. 나는 실행에까지 옮기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시도해볼까 구상하기는 했다.

 

물론 아직까지 믿고 있는 괴담은 하나 있다. 얘기가 길어졌지만 이게 바로 서른 살에 죽겠다던 내가 현실을 부정하며 고안해낸 방법이다. 버뮤다 삼각지대로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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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버뮤다 삼각지대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차원의 문이 아님을 이제는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그곳이 신비의 아틀란티스로 향하는 입구일지도 모른다는 마음과 만약 아니라면 다시 살아 돌아오면 된다는 마음이 뒤섞여 여전히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남아있다.

 

대단한 방법을 기대하고 오셨다면 그 마음속에는 어린 동심과 낭만이 있으심이 분명합니다. 어릴 적 만들었던 네버랜드로 향하는 기차표를 스무 살이 넘도록 갖고 있는 저로서는 더 이상 전해드릴 이야기는 없고 차원 이동이나 세계관과 관련된 몇 작품을 적어봅니다.

 

 

책 : <율리시스 무어>, <타라 덩컨>, <지팡이 경주>

영화 : <콘택트>(1997), <인터스텔라>(2014),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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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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