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렇게 떠난 통영 여행① [여행]

연말의 추억들
글 입력 2022.01.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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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연말 기념으로 연인과 함께 통영으로 떠났다.

 

11월에 가기로 했던 여행이었지만, 사정상 갈 수 없어 미루고 미루다 연말에 갈 수 있었다. 혹독한 추위는 아니었지만 집을 나서자마자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내 발걸음을 집으로 다시 이끌었다.

 

허전한 목을 감쌀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추위에 몸을 떨며 체력을 낭비할 생각을 하니 기다렸던 여행에 지장을 줄 것 같아 진작 멋은 포기했었다. 거의 발목에 닿을 듯 내려오는 롱패딩과 목도리로 무장하니 여행을 시작할 맛이 났다.

 

내가 사는 곳에서 약 두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통영은 꽤 한적한 곳이었다. 물론, 몇 년 전 학과에서의 문학기행으로 와 본 적이 있지만, 내 의지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아침 일찍 온 터라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중앙 전통 시장’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급하게 찾아보고 간 맛집 앞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 사람들을 제치고 식당으로 들어서니 이미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하고 직원들도 분주했다. 대기 순번을 보니 7팀이나 대기 중이었다. 결국 우리는 오랜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그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통영 시장에 가서 느낀 건, 일단 통영 하면 빠질 수 없는 꿀빵 가게가 거리에 즐비하고 있다. 즐비 된 거리 틈에는 충무김밥 가게, 굴 요리 전문점이 채우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곳 역시 굴 요리가 빠지지 않았다. 갖가지 밑반찬들 역시 죄다 바다의 내음이 가득했다.

 

굴전, 해물뚝배기, 멍게비빔밥 등이 나왔다. 메인요리로는 전복삼합철판구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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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바로 ‘동피랑’이었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사이로 다채로운 벽화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피랑 정상의 동포루에서는 서포루와 북포루가 보인다.

 

오후가 되니 살을 떨리게 하던 추위는 어디 가고, 동포루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릿속에 한가득 들어있던 복잡함이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좁은 골목길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동피랑의 벽화와 함께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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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향한 곳은 서피랑이었다. 통영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동피랑 마을과는 다르게 서피랑은 고요했다. 문학기행을 왔었던 그때 서피랑의 느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바람만 휑하니 맴돌고 있는 것만 같았다. 화사한 색감으로 꾸며놓았던 빈집 역시 태풍이 쓸고 간 것처럼 난잡하고 어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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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뒤로하고 서피랑에서 빠져나와 바로 근처인 ‘충렬사’로 향했다.

 

충렬사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다. 서피랑에 온 김에 잠깐 들렀다 가기 좋은 곳이다. 운이 좋게 전시관에서 직원이 해주는 해설까지 들을 수 있었다. 수군통제사에 충무공 이순신이 부임해 이끌었던 만큼 통영에는 이순신을 기념하는 관광지가 있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이순신 공원’이 있다.

 

거의 해질녘쯤 되어서 도착한 이순신 공원. 걸어가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어 택시를 이용했다. 기사님은 손 꼭 잡고 해넘이 보고 오세요, 말씀하셨다.

 

그렇게 도착한 이순신 공원의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니 위엄이 가득한 이순신 장군 동상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미 몇몇 사람들이 해넘이를 보기 위해 난간에 기대거나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멀리 산봉우리 사이로 강하게 내리치는 노을빛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루를 끝내려는 해가 그 빛을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쏟아내는 것만 같았다. 눈이 부셔서 좋은 명당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이순신 공원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있었다. 풀숲 근처에, 나무 근처에, 고양이들은 숨기도 하고 사람의 곁을 찾아와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올라가는 내내 일곱 마리 정도의 고양이를 만났다. 정자에 앉았다. 앉아서 지는 해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 있었다. 길고양이 한 마리도 내 옆자리에 살포시 앉았다.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해는 계속해서 넘어가고 있었다. 작은 어선들이 출항하면서 바다의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그 모든 게 한 편의 작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평온함을 주었다.

 

꼭 추천하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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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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