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절망에서 희망 찾기 -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도서]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꿈이, 신이 망가뜨리려는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말았다.
글 입력 2022.01.12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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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확정된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마지막 순간을 누구와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마지막 한 달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독자에게 재차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_평론가 마츠이 유카리

 

 

한 달 후, 소행성의 충돌로 모두가 죽는다.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 속에선 각기 다른 감정이 인다. 학교 폭력 피해자, 살인 청부를 받는 깡패, 사는 낙이 없는 미혼모, 거식증에 시달리는 가수가 주인공이 되어 ‘반드시 죽는 미래’ 앞에 그들은 생각하고, 선택한다.


 

“행복한 가족?”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당신, 우리가 행복한 가족으로 보여? 우리가 행복한 가족으로 보인다는 거지?” 어렸을 때 내게는 꿈이 있었다. 나와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해서 휴일에는 가족끼리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놀러 간다. 나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한 번도 써보지 않고 장난감 상자에 넣어버린 꿈.

 

하지만 마지막 순간, 내 곁에는 좋아하는 남자와 아이들이 있다.


올바르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가장 원했고 가장 증오했던 꿈이, 모든 것이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겨우 뒤섞여서 하나가 되었다.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꿈이, 신이 망가뜨리려는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말았다.

  

286p

 

 

삶의 유한함을 잊고 있을 때는 반복되는 삶이 절망적이라 느껴지지만, ‘반드시 죽는 미래’를 떠올렸을 때는 불현듯 희망이 인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이 가볍고 여유롭다. 내게 중요한 것과 놓치고 있는 것이 상기되고, 필요 없는 고민을 단숨에 소각한다. 절망에서 핀 희망. 제목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와 중첩된다.

 

내게 중요한 건 가족, 그리고 감상을 모으고 색감에 환호하는 일이다. 한 달 후에 소행성 충돌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봤을 때, 생각 끝에 도달한 가치들이다. (사실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웃과의 불통, 친구들과의 문제, 돈과 성공에 대한 집착, 나를 괴롭히는 온갖 잡념과 대상에 대한 저주는 내게 더 이상 필요치 않아졌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단란한 시간,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감성 캐기. 그냥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무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2022년의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하등 쓸모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게 아니다. 잊고 있는 가치를 이 타이밍에 꺼낼 뿐이다. 한 달 후에 전 인류가 없어지는 마당에, 살인보다는 노래도 좀 부르고, 사진도 찍고, 바다도 보고, 예능도 보는 편을 택할 것이다. 두려움에 사로잡힐 시간에 그냥 휘파람이나 부는 편이 낫다. 어쩌면 별다를 거 없이 집안일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하지나 않을까.

 

시기, 질투, 눈치, 스트레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잘 놀다 가면 그뿐인 것을.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꿈이, 신이 망가뜨리려는 세상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죽음에서 희망을 보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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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이유가 필요해. 우리가 죽어야 할 이유. 조금이라도 수긍하고 편해지고 싶어. 응? 내가 이상한 걸까?” 대부분의 사람은 받아들여야 할 죄가 없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찾는다. 벌레처럼 죽어야 할 정도의 죄목을. 이래서야 주객전도다. - 368p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앞두고 모두 자기가 살아있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그것은 선악과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거니와 폭력에서 생명의 빛을 찾는 패거리도 있다.

“괜찮아. 신이 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으니까.”

“그래. 우리는 모르는 커다란 의미가 있을 거야.”

 

두 사람은 그렇게 ‘납득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저마다 믿고 싶은 것을 믿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그 순간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 타인이 납득하고 말고는 상관이 없다.


사는 방식도, 죽는 방식도, 저마다 가슴속에 있다. - 382p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생각났다. 인간들은 신의 계획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의 타당한 이유와 해석을 만든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라 말한 드라마 속 택시기사의 대사에서도, 인간의 자유의지가 녹아내려 있다. 자유로운 의지로 나름의 생각과 나름의 의미, 나름의 정답과 나름의 생을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정답(正答)이 없어 절망적이지만, 개개인을 존중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가치인 가족과 감성을 나누는 것 역시, 필자의 사는 방식이자 죽는 방식이다. 바뀔 가능성도 충분하나 그 역시 나만이 납득할 답일 것이다. 죽음 앞에 겸허히, 남은 시간을 나름의 이유로 가치 있게.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말에 생에 대한 답답함이 해소된다.


 

최고로 아름다운, 나를 위한 무대다.

ㅡ나, 노래해야 해.

저마다 가족들과 힘껏 부둥켜안고 있었다. 쏟아지는 빛을 노려보며 나는 목이 터져라 노래한다. 이제 곧 바다 쪽에서 치솟을 무언가가 우리를 집어삼키려고 다가오리라.

 

- 392p

 

 

이들은 역설적으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내고 행복을 즐기는 방법을 깨닫는다. 공포와 분노 속에 동요하며 혼란스러운 최후를 맞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선택한 장소인 콘서트장으로 향해 음악을 즐기며 겸허히 죽음을 맞이한다.

 

생각의 최극단을 닿게 해준 도서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는 우리에게 묻는다. “반드시 죽어야만 할 때, 당신의 가치와 생각은 어디로 향해 있나요?” 그 답에서, 혼란하고 복잡한 와중에 낚아채야 할 본인만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그를 위해 살아가고, 그와 함께 살자. 답은 본인에게 있다.

 

삶의 유한함을 느끼는 것 역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방법이다. “삶은 유한하다. 그러니, 모든 발자취에 너무 의미를 둘 필요도 없고, 그게 모든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내 평판이나 남의 시선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유튜브 채널 - 말 많은 소녀)”

 

책 <멸망 이전의 샹그릴라>의 담당 편집자가 추천한 (책과 어울리는) 노래, ‘방탄소년단 진 – 에피파니(Epiphany)’도 함께 들어보길 바란다.


 

빛나는 나를 소중한 내 영혼을 이제야 깨달아 so I love me

좀 부족해도 너무 아름다운 걸 I’m the one I should love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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