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의 인생 지도를 찾아가는 글쓰기 [문화 전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쓰는 일
글 입력 2022.01.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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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진실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고, 좋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통해서 수많은 갈래의 방향을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마주한 문제의 해답과 통찰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고, 좋은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제한된 경험과 시야로 볼 수 없는 부분을 타인의 넓은 시야를 잠시 빌려와서 보는 것이다. 비좁은 나만의 시야와 세계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목격하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의 해석과 해결책을 알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4년이 되었다. 그전에는 혼자서 끼적이는 간단한 일기조차 쓰지 않았다. 글쓰기와 거리가 매우 멀었다. 글을 쓸 일이 없었고, 써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그저 읽는 것만 좋아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아티스트웨이’ 책을 읽고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창조성을 회복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어디 한번 써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모닝 페이지는 3개월하고 그만두었지만, 그 이후로 일기, 자기성찰 글, 에세이, 웹 소설 등으로 퍼져나가며 이것저것 시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 매일 단 몇 줄이라도 감정과 생각을 관찰하며 최대한 깊이 내면을 파고드는 글을 썼다. 여유 시간이 많은 날에는 몇 시간씩 쓰기도 하였다. 글을 쓸수록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글을 쓰면서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은 인생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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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회사나 입사하고 아무 부서나 들어가서 그저 주어진 아무 일이나 했다. 무분별하게 일단 마구잡이로 넣은 입사 원서 중 반도체 관련 회사에 얼떨결에 붙었다. 반도체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냥 다녔다. 그마저도 인사팀에서 갑자기 엔지니어 부서로 발령을 해서 얼떨결에 엔지니어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전혀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고, 기본 지식도 없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옥이 시작되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억지로 꾸역꾸역 다녔다.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일을 몇 년간 했다. 매일 남몰래 울면서도 버텼던 이유는 연봉이 괜찮았고 겉보기에 좋은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날수록 나라는 존재는 완전히 사라졌고, 일꾼으로 사는 삶만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매일 새벽까지 야근했다. 업무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온종일 일만 해야 겨우 맡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응급실에도 몇 번 실려 갔다. 몸과 마음이 병들고 나서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 없는 내 인생이 도무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선택한 결과는 이처럼 쓰디쓴 맛을 남겼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압박에서 벗어나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다. 심장이 이끄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하며 바로 글쓰기가 좋은 통로가 되어준다.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칙칙한 회색 같은 나의 정체성이 점차 나만의 컬러를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예전에는 나를 떠올리면 별다른 개성도, 특징도 없는 회색빛 직장인이 떠올랐는데 지금은 나를 떠올리면 여러 가지 특성과 개성, 뚜렷한 취향, 다채로운 컬러가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 나의 다양한 측면을 발견하게 되었고 나만의 정체성을 늦게나마 단단하게 쌓아가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통로이며 나도 몰랐던 나의 취향과 성향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어느 분야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어느 분야에 열정의 씨앗이 있는지 알려준다. 즉 열정과 잠재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인생 지도의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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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전혀 몰랐던 여러 가지 재능도 찾게 되었다. 나는 시장의 흐름을 잘 읽는 편이고, 어떤 사업 아이템이 돈이 될 만한지 알아보는 시야와 감각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뒤늦게 발견한 강점을 활용해서 직접 창업을 해보고 빠르게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에도 해당 분야의 시장 흐름을 관찰하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여 먼저 제안하고 추진하면서 새로 찾은 강점을 마음껏 펼치기도 하였다.


이런 재능은 이십 대 내내 전혀 알지 못하였다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찾게 된 강점이었다. ‘나라면 ~할 텐데, 이거 왠지 나도 꽤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가볍게 한 줄씩 쓰던 일기가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작고 미약한 생각이 어느새 강렬한 직감과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처럼 꾸준히 자신을 관찰하는 일기를 쓰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게 되는지 발견할 기회가 생긴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찾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가 있다면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심지어 글쓰기는 돈도 들지 않는 무료인데 말이다.

 

*


누구도 우리 자신만큼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일상을 벗어나 아주 고요하고 차분한 공간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계속 살펴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마음에 쌓인 온갖 어두운 불순물이 쏟아지겠지만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감정 분출이 끝나고 자기 치유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온다.

 

그 이후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길을 걷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최단기간에 목표 지점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지 사색하기 시작한다. 사색이 깊어지면 사고력과 통찰력도 조금씩 자라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홀로 글을 쓰면서 서서히 자신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누구도 명확한 답을 알려주지 않는 어려운 인생 속에서 내면의 가이드가 방향을 조금씩 보여줄 것이다. 그게 내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일기를 몇 년간 매일 쓰는 이유이다.


물론 암흑 속에 갇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간도 분명히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과거의 상처와 아픔으로 망가진 마음이 오랫동안 발목을 붙잡고 끌어내렸다. 그래서 감정 분출과 자기 치유 성향의 일기만 3년간 매일 썼던 것 같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간 끝이 있고 마음속 어둠이 가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음지를 벗어나고 양지에 올라와서 진흙탕이 아닌 맑은 하늘을 보게 되었다. 맑아진 가슴에는 꿈을 심었고 작은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

 

나에게 좋은 글이란 아픈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소이자 나만의 인생 방향을 알려주는 현명한 가이드이다. 또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보편적인 고통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탐구하는 과정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면 곧이어 타인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나와 타인의 상처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지애를 느끼며 타인과 연결된다. 함께 연대하고 사랑하는 힘을 키우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면서도 동시에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서로 지지하고 사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알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을 배우게 되었다. 진실한 자신을 알아가는 모든 글은 좋은 글이다. 나비 효과처럼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과 이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니 나는 평생토록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쓸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권할 것이다. 당신도 글을 쓰면서 당신 자신과 삶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그 안에는 분명히 당신만의 아름다운 빛과 숨겨진 힘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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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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