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서를 통해 사랑을 전하는 아티스트 샤갈 - 샤갈 특별전

글 입력 2022.01.06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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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받는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영감은 어디서 받아요?'일 것이다. 특히나 음악을 사랑하는 나는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들의 인터뷰도 많이 찾아본다. 적어도 내가 접했던 프로듀서들의 답은 그리 '거창하지'는 않았다. 일상의 모든 것은 영감이 되고, 보고 들은 음악, 사소한 계기로부터 시작하는 등 대답 자체는 다양했지만 '영감'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콕 집을 수'는 없다.


샤갈은 '영감'의 원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답을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큰 영감의 원천은 '사랑'과 '성서'이다. 러시아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샤갈은 원래 이름부터가 성서 속 모세의 이름을 따온 '모이셰 샤갈'이다.

 

1911년 24살이 되던 해 그는 그의 제2의 고향인 파리로 건너가 회화 기법을 습득하고 점차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간다. 그의 작품들을 담은 이 전시에 우연히도 크리스마스날에 방문했다. 평일에 일을 하는 와중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탁월하게 의미 있는 날짜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샤갈 특별전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섹션 1. 샤갈의 모티프

 

샤갈은 애칭 기법이라는 판화 기법을 사용하였다. 샤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도기에 그린 그림들로 구성되어있고, 낭만적인 파리의 광경들이 다양한 풍경으로 표현되었다. 에펠탑,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 샤갈의 파리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낸 작품들이 가득했다.

 

또한 그 시기를 보낸 자신의 모습을 담은 많은 자화상들을 볼 수 있었다. 샤갈의 붓터치는 과감했다. 굵고 강한 붓의 놀림이 인상깊었고, 앙리 마티스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자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렸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2의 고향 파리에서 유명한 건축물 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고 느낀 많은 소소한 것들 또한 담아내려고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는 세 명의 곡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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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예사는 비극을 담은 사람이라는 샤갈의 시선이 새로웠다. 삶의 고통에서 잠시 일탈을 꾀하는 곡예사의 모습을 통해 고통을 정열과 유희를 통해 승화시키는 샤갈의 성숙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전반적인 시선은 따뜻했고, 반면 색채의 사용은 다소 과감한 부분도 있었다. 투르넬 강변에서는 강렬한 빨강, 초록, 파랑을 사용하는데도 공격적인 면모는 없었다. 강한 주장과 개성을 보일 때 요긴하게 쓰이는 강렬한 색채 또한 샤갈은 온화함으로 감쌌다.

 

 

섹션 2. 성서의 백다섯가지 장면 & 섹션 3. 성서적 메시지

 

섹션2에서는 본격적으로 성서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이 드러난다. 성서의 색채는 보다 선명하면서 또 바랜 부분도 있었다. 채도는 높으면서도 옛 종이같은 향수가 느껴지는 색감이었다. 샤갈의 성서에 대한 불타는 애정과 그의 오래된 역사를 동시에 나타내는 듯했다.

 

방대한 양의 구약 성서가 그림으로 펼쳐졌다. 하나의 장면도 각기 다른 몇 개의 다른 버전으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자신의 본명의 영감의 원천이기도 한 모세에 대한 애정이 특히 깊어 보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 삼손의 이야기도 단순히 인물이 그려진 그림 한 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애니메이션 또는 만화처럼 시간의 경과에 따른 스토리의 흐름이 드러나는 여러 점의 그림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확연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섹션 4.

 

마지막 섹션은 보다 평화롭다. 샤갈의 인생의 말기에 탄생한 작품들은 앞선 작품보다도 평화와 안정이 두드러졌다. 샤갈은 직접 쓴 시와 함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드러냈다. 말년기에서도 샤갈은 희망을 그려냈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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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은 유대인으로서 탄압을 받기도 했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성서를 재탄생시킨 작품을 통해 굳은 의지를 드러내기도 하고, 따뜻한 그림들로 희망을 노래하고 타인에게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과거의 성서의 이야기를 통해 역경을 이겨낸 인물에 대입하여 자신의 삶을 버티기도 했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도 한 샤갈의 전시는 감동을 선사했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근래 관람한 3개의 전시 모두 지니뮤직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서는 영화에 삽입된 OST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되었고, 앨리스 달튼 브라운 전에서는 편안한 그의 그림체와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들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가 제공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샤갈 작품들의 비하인드가 되는 성서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풀어놓은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그 길이가 상당히 길었다. 나는 성서의 내용을 그림의 맥락을 이해할 정도로는 인지하고 있어서 가이드 없이 관람했다.

 

지니 뮤직의 콜라보레이션이 전과 동일하게 전시된 그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배경음악 플레이리스트로 제공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김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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