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살바도르 달리展 : Imagination and Reality

달리는 살아있다
글 입력 2022.01.0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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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살바도르 달리전 ver.2.jpg

 


11월 27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살바도르 달리의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된다.

이번 회고전은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의 작품세계를 10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1910년대 초부터 1980년대까지 연대기별로 소개한다.


전 생애를 걸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의 걸작 140여 점을 선보이며 다방면으로 천재적이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예술 여정을 조명한다.

  

*


중학생 때 달리를 처음 접했다. 당시 진행중이었던 샤갈 전과 달리 전 중 하나를 관람하는 게 여름방학 미술 숙제였는데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달리 전시를 보기로 했다.

 

초현실주의가 뭔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다가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냥 보러 갔다 왔다. 그 때 나에게 달리는 무의식, 꿈, 환상과 같은 키워드가 아닌 “전에 보지 못했던 기발한 것”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의 나에겐 초현실주의도 달리도 낯설지 않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나름대로 아는 척하면서 관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달리에게 압도당하고 돌아왔다.


이번 전시가 어땠느냐고 물어본다면 달리를 모르는 사람이 가도, 달리는 아는 사람이 가도 만족스러울 거라 답할 수 있겠다. 달리의 일생을 정리하여 보여주었기 때문에 흐름을 가지고 차근차근 달리를 이해해나가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달리가 어땠느냐고 물어본다면 단순히 기발함과 괴짜다움, 유명세로 달리를 표현하기엔 달리는 너무나도 다채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10여 년 전의 나는 달리를 이해하기엔 어렸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깨달았다. 그때 나는 고작해야 달리의 존재를 인식했을 뿐이었다. 이번에 제대로 달리를 마주한 느낌에 다음에 다시 달리를 보게 된다면 또 다른 감상과 마주할 거란 믿음과 기대까지 생겼다.

 

 

2. 지는 밤의 그림자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jpg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유화에서 큐비즘 그리고 프로이트의 영향을 지나 초현실주의, 미국 생활과 삽화 이후에는 그의 그림 기법과 고전 작품의 재해석으로 이어졌다. 이 흐름을 통해 달리의 화풍이 자리잡고 작품의 메시지가 명확해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물을 보고 그를 괴짜라고 칭하기엔 달리는 너무나도 예술적이었다. 이제 나는 무의식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는 ‘편집광적 비판’기법으로 그려진 달리의 작품을 보면 꿈을 현실적으로 표현하여 환상 같다는 감상이 든다.

 

그 감상은 8번째 멀티미디어 섹션에서 증폭되었는데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을 통해 달리의 세상을 보니 달리의 시선을 훔쳐본 것만 같았다. 그런 상상을 가지고 독자적인 테크닉을 가지고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있다는 것을 납득하게 되었다.

 

 

섹션 04_그래픽 아티스트_전시전경, 2021 (3).jpg

섹션 04: 그래픽 아티스트 전시전경

 

 

달리의 초현실주의 작품 외에 인상 깊었던 건 삽화와 디즈니 협업 애니메이션이었다. 달리와 잘 어울렸던 돈키호테, 달리의 조국 스페인의 문호 알라르콘의 소설인 삼각 모자,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삽화 모두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선 삼각 모자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삼각모자가 권력의 상징으로도 쓰인다는 걸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무작위로 삽화가 나열되어 정말 삽화를 그림으로서만 감상하게 되는 게 아쉬웠다.

 

반면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는 이야기인데다가 책을 펼친 것처럼 한쪽에는 이야기 반대쪽에는 삽화를 나란히 두어서 어떤 장면을 그렸는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달리의 삽화를 보면 달리가 그리는 동물이 단순해 보이는 형태에 몇 개의 색을 썼음에도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와서 달리의 동물 그림을 모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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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05. 포트이가트 전시전경

 

 

디즈니와의 협업 애니메이션 데스티노는 등장하는 인물은 전형적인 디즈니인데 배경과 오브제는 무척이나 달리였다. 특징이 강한 둘의 협업이 사후, 그것도 다음 세기에서야 완성되어 공개되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데스티노에서 시적인 느낌이 섞인 초현실주의라는 느낌을 받았고 이 부분이 나에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8.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1982.jpg

<전사 혹은 ‘로스 엠보자도스’  미켈란젤로의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무덤에 있는 로렌조 데 메디치 조각상 재해석 The Warrior or ‘Los Embozados’. Lorenzo de' Medici after the Tomb of Lorenzo de' Medici by Michelangelo>, c.. 1982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내가 몰랐던 후기의 달리는 벨라스케즈와 미켈란젤로 등 고전주의 거장들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재해석은 철저히 전통적인 기법을 적용하여 이루어졌다.

 

달리라면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재해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오마주의 의미라면 원작을 존중하는 동시에 자기만의 것을 어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천재들은 죽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의 작품에 천재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처럼 달리도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있다.

  

다만 달리는 예전 사람이고 나는 21세기의 젠더감수성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 이미 옛날의 것이 되어버린 작가의 사고가 눈에 띄는 게 아쉬웠다. 여동생을 모델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한 작품이나 피에타에서 신체가 해체된 부분이 예수는 겨드랑이와 늑골인데 성모는 가슴이라는 게 특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십수 년 전에 본 달리는 서랍을 통해 여성의 욕망을 억압의 형태를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본 달리에게선 어쩔 수 없는 지나간 시대가 있었다.


그의 화풍이 예전의 것이 된 것도 아니고, 그가 유행처럼 쓸려지나 간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 너무나도 당연하게 남성중심적인 초현실주의의 흔적이 현대 사회를 사는 여성에게 떨떠름함을 느끼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초현실주의를 친숙하게 느낄 때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한 평가도 다르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만난 달리는 익숙한 듯 새로웠고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나는 달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일단 한동안은 스펠바운드와 디즈니 합작을 다시 보면서 현재의 감상에 젖어있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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