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아는 샤갈, 그 너머의 세계 - 샤갈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2.01.0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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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이름, 마르크 샤갈


 

사람들 속에서 가장 재미있을 때는 언제일까?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에 편안한 안정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보다 눈이 반짝여질 때는 내가 몰랐던 지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다. 이런 새로운 면이 있었구나, 저런 것들을 그렇게 소중히 여기고 있었구나 처음 알았을 때의 그 느낌. 전과는 다른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

 

익숙한 상대에게 느끼는 낯선 감각은 지인들에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유명인, 나와 다른 세계를 산 예술가일지라도 이 새로운 감각은 유효하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샤갈 특별전(Chagall and the Bible)에서는 어쩐지 친숙했던 샤갈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을 거닐며 놀랍고 새로운 마음으로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그 이전에 모이셰 샤갈이 있었다.


 

샤갈 하면 꿈결처럼 도시를 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 속에는 애틋함이 느껴지는 연인과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동물과 악기가 자주 등장한다.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물과 사물들은 몽환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 속에서 자연스레 샤갈은 낭만과 사랑을 그린 화가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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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의 연인들, 마르크 샤갈, 1960

 

 

그의 그림 안에서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이들이 많았기에, 다양한 전시가 열리곤 했다. 하지만 전에서는 이전과 다른 그의 그림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로 ‘성서’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다.

 

샤갈과 종교화라니 낯선 느낌이 들지만, 사실 그의 삶에 종교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재였다. 러시아 제국의 도시였던 비테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의 본래 이름은 모이셰 샤갈(Moyshe Shagal)이다. 모세가 연상되는 그 이름에서, 독실한 유대인 가족들 사이에 커온 그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듯하다.

 

전시는 그가 깊이 몰두한 종교, 성서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처음부터 그의 깊은 내면세계로 달려가진 않았다. 첫 섹션 ‘샤갈의 모티프’는 그가 주로 활동하며 작품의 배경이 되곤 했던 파리를 비롯해, 연인, 동물, 악기와 같은 그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가득한 그림들이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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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샤갈의 모습에서 반가움을 느끼며 다음 공간에 들어서면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그의 내면 더 깊은 곳으로 한 걸음씩 들어서는 구성이었다. 멀게만 느껴지는 위대한 예술가 샤갈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샤갈의 생애와 고민을 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삶의 한가운데, 종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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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 마르크 샤갈, 1960

 

 

무교인 나도, 성경을 읽어보지 않은 나도 어려움 없이 흠뻑 빠져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다.

 

천천히 순서대로 전개되는 작품을 보면서 세상의 창조부터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모세의 이집트 탈출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 성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경을 몰라도 갖은 고난을 겪은 사람들과,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생애를 바친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다.

 

무엇보다 기존에 알던 종교화와 전혀 다른 그림들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샤갈이 그린 성서에 관한 그림은 주요한 인물만을 빛나게 강조하거나, 교훈 전달에 집중하거나, 종교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과는 달랐다.

 

예상하지 못한 빨강, 노랑, 파랑 선명한 색채와 굵은 선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 순간의 감정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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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밧 세바, 마르크 샤갈, 1973

 

 

샤갈의 눈으로 해석한 성서는, 엄격하고 어려운 경전이 아닌, 우리 일상 가까이에 존재하는 종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색화, 다양한 색채가 돋보이는 유화, 대형 태피스트리,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작품들을 감상하며 종교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종교를 지닌 사람도,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전시였다. 샤갈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고, 나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스스로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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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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