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장 개인적인 글이 가장 좋은 글이다. [문화 전반]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글 입력 2021.12.3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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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좋은 시, 좋은 문장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모두 작가의 가장 깊은 마음에서 끌어올린 진실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대부분 진정성 어린 메시지는 작가 자신의 삶에서 강렬한 체험으로 배운 것 같았다.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생생한 감정의 굴곡과 질감이 느껴진다. 심장에 깊숙하게 새겨진 자신만의 신념, 메시지를 표면으로 끌어올려서 생생하게 글에 담는 것 같았다. 하여 그들이 쓰는 글에서는 진정성과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는 그런 글을 사랑했고, 부러워했다.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배운 깨달음과 진실한 문장은 순식간에 모든 평가와 판단의 잣대를 내려놓게 만든다. 눈시울을 붉게 만들고 가슴을 울리며, 모든 것을 포용하고 안아주고 싶게 만든다. 마음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메시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한없이 진실하여야 하며, 심장에서 우러나온 것만 쓰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실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글을 쓸 때마다 내 안에서 가장 진실하고 아름다운 것을 전하려고 애를 썼다. 대부분은 가장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는 나의 심장을 수없이 난도질하며 배운 처절하고 눈물 맺힌 메시지이다. 극도로 힘들었던 영혼의 어두운 밤을 거치면서 좌절하고 번뇌하고 괴로운 시간을 견디다가 빠져나올 때, 겨우 한 움큼 쥐고 나온 금싸라기 같은 선물이다.


끝없는 고통스러운 사색의 시간을 양분 삼아서 모든 걸 쏟아 부어야 겨우 한 줄의 진정한 메시지가 나오는 것 같았다. 진실한 마음을 뽑아내기 위해서 직접 내가 겪은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후회하고 아파해야 했다. 그리고 아픈 감정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는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분석하고 냉철한 통찰을 해야 했다.


단 한 줄의 진실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고군분투이다. 마치 수많은 꽃잎을 뜯어서 갈아 넣어야 아주 티끌만 한 분량의 향수 원액이 나오는 것처럼 지혜를 얻는 과정은 수고스럽고 고되다.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괴롭다. 가슴에 꽂힌 비수를 스스로 뽑아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계속 들여다봐야만, 그 안에서 비로소 손톱만 한 분량의 가치 있는 무언가가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얼마나 미숙하고 볼품없는 알맹이였는지. 어린아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면서 스스로 접싯물에 코를 박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 자기 부정의 시간을 건너 미숙하고 부족한 측면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험에서 지혜를 추출하는 연습,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이어갔다.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수록 분명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보였다. 과거의 내가 쓴 글을 쭉 돌이켜보면 햇병아리였던 내가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체감하게 된다. 미숙하고 서투른 과거의 글이 빛나는 성장의 증거가 되어준다. 그때마다 부족한 과거의 내가 참 고맙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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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쓰는 게 어려울까? 왜 나만의 글을 쓰는 게 이토록 어려울까?

 

글쓰기의 본질이 되는 자신만의 메시지, 의견, 신념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느꼈다. 핵심 메시지가 얼마나 진실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 있느냐가 가장 관건인데, 그걸 스스로 내면에서 만드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우리는 학창 시절 동안 스스로 생각하고 사색하고 통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늘 외부에서 주어지는 권위자, 전문가, 선생님의 이론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습득하기에 바빴다. 학교 시험, 수능 공부는 대부분 주입식 암기 과목이었는데 그 방대한 분량을 암기하기에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하릴없는 사색가처럼 멍때리며 자신만의 생각, 가치관, 내면세계를 단단하게 쌓아갈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개인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면 어린아이가 무엇을 아냐고 무시당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부족하고 미숙하다고 생각하며 불신한다. 그래서 늘 부모님, 선생님, 전문가, 권위자의 의견이나 이론에 의존하고 기대며 자라왔다.


이러한 성장 배경 속에서 늘 권위자의 말을 정답처럼 받아들이고 따르기만 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스스로 경험을 통해 사색하고, 통찰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의견이나 결론을 추출한다는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구나. 싶었다.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의 말이나 주어진 지식이 아닌 온전히 스스로 생각하고 통찰하고, 그렇게 추출한 자신만의 의견을 존중하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자기 확신의 과정을 체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본인만의 독창적인 의견이나 신념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확신을 가지고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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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자신만의 신념, 가치관, 메시지가 생기더라도, 그것을 글을 통해서 드러내는 것은 두렵고 낯선 일이기도 하다. 대부분 사람이 남의 글, 남의 예술 작품을 보면서 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곧 잘한다. 사회와 학교에서 누군가의 작품을 분석하고 암기하고 평가하는 것은 늘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세계를 진솔하게 글에 담아서 표현 했을 때, 이번에는 자기 자신이 대중의 심판대 위에 발가벗겨져 올라서는 기분이다. 대중은 언제나 좋다, 싫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편하게 감상만 하는 대중의 입장일 때는 너무나 쉽게 남의 작품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작가, 창작자, 예술가의 입장이 되면 상황이 반전된다. 마치 나의 글, 작품이 푸줏간에 걸린 무력한 한우가 되어서 A+,B, C 라면서 거침없이 점수 매겨지고 평가당하는 끔찍한 기분이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들만이 글을 쓰고 자기 내면을 드러내고 창작을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표현하면 틀리다고 외면받는 세상에서 기꺼이 세상의 심판대 위에 올라서는 용기란 얼마나 멋진가. 부족하고 미숙하면 비웃음당하고 조롱거리가 되는 세상 속에서 불완전하고 부족하더라도 자신만의 세계를 들려주는 모든 시도가 진정으로 아름답고 멋지고 용기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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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외부 세상을 위한 글쓰기를 살펴보았다. 반대로 오로지 나만을 위한 글쓰기는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을 때 그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었던 유일한 창구가 일기였다.


당시에는 가슴에 쌓인 강렬한 감정과 차마 내뱉지 못한 단어가 폭발해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마치 압력솥 안에서 꾹꾹 억눌리다가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거대한 압력이 느껴졌다.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결국 가슴 안에 쌓였던 말을 글로 쓰면서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일종의 감정 분출이자 자가 치유의 시간이었다.


홀로 쓰는 시간만큼은 모든 사회적인 관념과 가면, 강박증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나의 모든 내면을 쏟아낼 수 있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모든 평가와 판단을 내려놓고, 족쇄와 가면을 벗어던지고 심정을 쏟아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그 공간이 바로 글쓰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따뜻한 곳. 온전한 나의 편이 되어주는 곳. 나의 미숙하고 부족한 생각과 감정마저도 존중받을 수 있는 곳. 자유롭게 글을 쓰는 동안 영혼이 숨을 쉬고 편안하게 휴식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의 불순물을 거침없이 쏟아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어두운 자기 고백 끝에 발견한 한 줄기의 빛나는 통찰이다. 이런 경우에는 감정의 쓰레기통에서 금싸라기를 발견한 기분이다. 최대한 맑게 정제해서 나중에 글을 쓸 때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마구잡이로 쓰는 글에서도 빛나는 보물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으니, 어떤 목적이든 글쓰기는 옳다.


세상에 보이는 글이든, 자기 치유를 위한 글이든 좋은 글에서 담고 있는 공통된 특징은 ‘진실함’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하고 미숙하더라도 자신만의 경험, 이야기, 생각, 신념, 가치관을 존중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아끼고 품어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미숙한 진심이 담긴 어린 아이 같은 글은 점차 성숙한 지혜와 본인만의 정수가 담긴 어른의 글로 찬란하게 성장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명언처럼 가장 개인적인 내면세계를 진실하게 잘 표현하는 사람이 독창적인 작가로 거듭나며, 본인만의 유일무이한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으로, 가장 진실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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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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