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징어 게임'과 '골든 글로브' [영화]

<미나리>의 외국어 영화상 논란을 떠올리며
글 입력 2021.12.2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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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내년 초 치러질 제79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Golden Globes Awards)'의 후보를 발표했다.

 

이번 9월 넷플릭스 공개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았던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역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무려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이다. 수상 여부 이전 놀라운 성과다.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골든 글로브에서 세 가지 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에 역사를 남겼지만, '작품상'은 그 선정마저 최초이다.

 

더욱이 올해 초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가 글든 글로브에서 작품상 후보에 등재되지도 못한 채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음을 떠올려 보자면, 이번 <오징어 게임>의 후보 선정은 충분히 놀라운 사실이다.

 

더해 해당 작품의 감독이 한인 이민 가정 출신일지언정 엄연한 미국인이라는 점, 그 제작사마저 미국의 '플랜 비(Plan B)'였음을 생각해 볼 때, 이번 골든 글로브의 선정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미국인이 미국에서 미국 회사와 미국 이민의 역사를 보여줬던 미국 영화가 실패한 일에, 한국어가 대사의 95%는 차지할 것이 분명한 <오징어 게임>이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작품의 수상을 점치는 이유일 것 같다. 그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었기에 이런 선택이 있었으리란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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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1월 있었던 <미나리> 사건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해당 사건은 사뭇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비록 영화의 주된 인물들이 한인 이민자들인 것은 맞으나, 1970~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바라며 미국으로 온 이민자들의 모습은 분명 존재했던 역사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이야기나 주제가 역사와 정체성을 묻는다고 하더라도, 금년 골든 글로브 작품상 후보 선정 논란은 대외적인 의심을 나타내며 논란을 제공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언어'였다. 골든 글로브 측은 규정상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었기에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로 올릴 수 없었음을 밝혔다. 그렇게 영화는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라 수상까지 이뤘으나 결국, '미국 자국의 것이 아닌'이라는 딱지를 얻었다.

 

물론 이 역시 쉽지 않은 일이고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도 훌륭한 결과일 것이나, 작품상 후보 선장을 둘러싼 논란은 상당했다. 미국인 감독, 미국 회사, 미국인 주연 배우가 있었음에도 영화는 끝내 자국의 영화를 대표할 작품으로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곧 미국 속 이민 가정의 모습을 담은 영화에게 미국 영화계를 일 년 간 대표할 상징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 해당 작품의 태생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이민자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결과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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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시작되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의 시작인 셈이다. 다만 언어가 하나의 중요한 요소일 순 있어도 모든 것을 대표할 순 없을 것 같다. 최소한 미국 골든 글로브에서는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미나리>는 미국의 모습을 담았음에도 언어로 인해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으나, 과거 골든 글로브는 이탈리아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작품 (1987)에 작품상을 주었다. 해당 작품은 청나라 최후의 황제였던 '푸이'의 일생을 담은 영화로 중국의 근대사를 담지만 '영어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영어를 제외할 경우, 미국 영화를 대표하고 보여주는 측면에서 <미나리>가 부족할 이유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 과거를 생각하여 <오징어 게임>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섣불리 점치고 싶진 않다. 단순히 보수적이었던 시상식의 과거를 떠올리며 한국의 작품은 어차피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도, <미나리>의 논란 이후 시상식이 눈치를 보며 작품상을 안길 것이란 의미도 아니다. 다만 무엇인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오징어 게임>의 성과와 인기가 대단하나,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제작은 물론 해외 수출이 어려웠을 것이고 배급 역시 소규모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제작되고 제공되는 환경이 변화하였고, 그 수용과 소비 역시 변화하였다. 아마 <미나리>가 받았던, 동시에 우리에게 던졌던 정체성의 문제일 것이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질문 역시 나왔다. 내년 있을 <오징어 게임>의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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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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