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고의 반전: 황소, 황소, 황소! - 게르니카의 황소

글 입력 2021.12.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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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jpg

 


휘몰아친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게르니카> 속 황소를 찾는 주인공. 그 황소만이 자신을 구원해 주리라 믿는다. 어디에도 없다. 그 황소는.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에 더욱 집착한다. 그것만이 자신을 증명해내리라 믿으니까.

 

그러나 천재적인 그림도, 미친 듯이 그렸던 그림에 대한 열망도 사라진다. 이젠 그림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꿈속에 있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어떤 여자. ‘에린’, 그녀의 그림을 훔쳐 온다. 천재 화가의 등장. 그러나 에린은 마구 날뛰고, 진실은 요동친다.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황소의 달콤했던 감귤 향이 주인공을 부른다. 진실은 저 너머에 존재한다. 다분화된 인격을 인지하고, 죄책감을 죽이고, 꿈에서 깨어난다. 잊었던 기억을 꺼내어, 고통을 마주하기로 한다. 모든 건 고통을 똑바로 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었음을 깨닫는 주인공.

 

책의 진정한 진가는 끝에 가서야 발휘된다. 촘촘하게 그러나 절대 눈치채지 못하게 곳곳에 숨겨놓은 복선은 하나의 폭죽쇼처럼 조금씩 터지다가 팡 하고 큰 폭발을 일으킨다. 이는 독자들을 스토리에 은밀하게 개입시키고, 주인공이 느낄 절망감과 분노를 여실히 느끼게 하는데 성공했다.

 

 

 

충격적인 도입부


 

그러나 이렇게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일종의 도전을 넘어 흥미까지 잃을 수 있던 소재가 어떻게 이토록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도입부의 매력 때문이다. 도입부는 독자들에게 일단 충격을 주고 시작한다. ‘어머니는 닭을 자르던 부엌칼을 들고 거실에서 <두 남자와 1/2>을 보던 남편에게 다가갔고, 곧 한 남자를 거의 둘 또는 1/2로 만들었다.’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일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렇게 도입부부터 충격적인 전개로 이미 그 뒤의 내용은 픽션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독자들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여러 곳에 설치해놓은 복선들이 어딘지 모를 위화감을 주며 주인공을 어서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고 싶게 만든다. 어린 시절을 이미 아프게 살았다는 이유 때문인지, 커서도 유전적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이 안쓰러우면서 무언가에 쫓기는 주인공의 근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이 보인다.

 

그러나 그 위험의 정확한 근거는 독자도, 주인공도 알지 못한다. 독자는 이때부터 주인공에 이입하여 본인을 위협하는 원인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나'를 찾기 위한 여정


 

우리는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은 잊어버린다. 그러나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열쇠가 그 기억에 있다면?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 겨우 잊은 고통을 불러낼 수 있을까?

 

‘나 자신의 가장 끔찍한 면을, 잊고 싶은 가장 끔찍한 과거를 마주하는 것. 이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내는 것이 바로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인 것이다. 꿈에서 잃어버린 그림을 현실에 되살려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는 소설 속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잊힌 과거와 숨겨진 진실을 마주 보기로 한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그림을, 현실을,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고군분투의 일대기.

 

그러나 식상하지 않은 방식의.

 

내 안의 나를 인식하고, 싸우고, 꿈과 현실을 오가며.

 

끝내 삶의 주인을 쟁취한다.

 

 

 

이해하려 하지 마라


 

독자가 정신을 놓지 않을 만큼만 흔들어놓는 화려한 플롯 전개와 이미지가 그려지는 시나리오적 작법들. 특히 자주 들려오는 불길한 쇳소리나 알람 소리로 인해 구분되는 꿈과 현실처럼 이 책에서는 사운드가 연출적으로 기능적으로 잘 사용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을 것을 추천한다. 모든 것을 알고 난 뒤 보이는 단서들은 실로 놀라우리만치 대놓고 진실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눈치채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주인공 케이티를 믿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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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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