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간결함에서 오는 단편소설의 미학 -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글 입력 2021.12.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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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_표지.jpg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문학잡지'

 

<타임>이 소개한 파리리뷰다. 파리리뷰는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포괄적이고 과감한 편집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 실험실 파리리뷰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에서 잘 쓴 단편소설 15편을 선정했다. 이 15편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있다.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한 세계를 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에서 새로운 세계들을 마주치며 좋은 작가와 시인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히치하이킹 도중 자동차와 사고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는 제목이었다.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자동차와 충돌사고가 일어나는 얘기겠거니.

 

11페이지 남짓 되는 작품을 읽은 후,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어떤 차를 누구와 타고 갔다는 건지, 서사 내내 주인공은 어떤 심리였는지, 같이 차에 탔던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본래 읽어왔던 소설과는 너무나도 다른 형식이었다. 친절하게 서사를 알려주는 장편소설과는 달랐다. 주인공의 생각과 주변인의 모습을 세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서사는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작품의 이해는 독자의 선택이 되었다. 새로운 형식의 소설에 적잖이 당황했다.

 

너무 가벼이 읽었나 싶어 주의 깊게 다시 들여다보았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인과관계가 없고 의식의 흐름에 따른 문장들이 주인공의 환각상태 그 자체를 표현할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사를 위한 문장이 아니라, 주인공의 어지러운 심리 상태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의도라 한다면 그 목적은 성공했을 것이다.

 

세 번째 다시 읽었을 때는 어떤 이야기인지 눈에 들어왔고, 문장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 남자는 세일즈맨의 차를 얻어타며 술을 나눠마시다가 남자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후 하차하게 되었다. 그 후 대마초를 하는 대학생의 차를 얻어탔다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고속도로 출구에 버려졌다. 그리고 마셜타운 출신의 가족이 있는 올즈모빌 차를 얻어탔다. 그는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다정한 가족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폭풍우 속에서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윽고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는 참극의 주인공이 되기보단 한 발짝 물러서서 구경꾼이 되고 싶어했다. 아무 데도 다치지 않은 척 건강한 척 거짓말을 했다. 중독 치료 센터에서도 그는 아프지 않은 것처럼 말했다. '그리고 당신, 어이없는 당신들, 당신은 내가 도와주길 바라지.' 주인공은 의미심장한 문장을 던지고 소설은 끝난다.


어떤 문장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마치 내가 탐정이 된 것처럼 모든 문장을 의심하고 단서를 찾고 분석했다.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이와 오랫동안 이야기하며 분석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문장을 꼼꼼히 살피며 뜯어보았다. 남은 문장은 남겨질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끈질긴 작업 끝에도 완벽히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덴 한계가 있었다. 결국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렴풋이 다가오는 느낌에 집중하고 전체적 흐름을 느끼는 것이 이 단편소설을 향유하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신이 되고 싶은 인간도 불행 앞에선 영락없는 인간이었다. 주인공은 모든 것들을 예견하고 있고 인간세계를 관망하는 신이 되고 싶었지만 사고가 일어나니 문제를 외면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은 인간이었다.

 

그는 사고가 난 반대편 운전자의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겠구나. 그는 지상의 인간의 삶을 연민 가득히 안고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자신 또한 몸과 마음이 다친 아픈 인간일 뿐이었다.


이 주인공은 서사 중 섬뜩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만 듣고도 사고를 당할 것을 예견하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라는 그의 마음을 먹었다. 가족은 주인공에게 차를 태워주며 호의를 베풀어주었지만 사고가 나자 괜찮을 것이라 외면하며 그 차에서 도망쳤다.

 

또한 반대편 차량에서 사고를 당하여 죽은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장례식장에 있었고 부인은 남편을 그곳에서 발견한다. 곧 여자는 비통함이 담긴 비명을 지른다. "살아서 그 소리를 듣다니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늘 그런 느낌을 찾아다녔다."라고 말하는 주인공을 보며 여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차가운 주인공을 보면서 인간의 냉소적인 모습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할까.

 

 

 

관습을 부수는 통렬하고 날카로운 서사


 

 

단편소설은 개념대로라면 반드시 짧아야 한다. 그것이 단편소설의 어려움이다. 그렇기에 쓰기가 매우 어렵다. 서사를 간결하게 하면서 여전히 이야기로서 기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편소설 쓰기와 비교해 단편 소설 쓰기의 주된 문제는 무엇을 생략할 것인가를 아는 문제다. 남겨진 것은 반드시 사라진 모든 것을 함축해야 한다.

 

- 제프리 유제니디스, 30p

 

 

단편소설은 짧아야 한다. 이 짧은 문장들 속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색다른 신선한 책 읽기였다. 서사를 이해하려 다시 읽을 때마다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도 재밌었다. 함축된 간결함의 예술, 시와 단편소설의 모습엔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엔 가지각색의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세계의 단편 소설들이 15편이나 담겨있다. 단편소설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독자 여러분이 이 책에서 다양한 세상과 만나길 기대한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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