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

글 입력 2021.12.19 02: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초현실주의 포스터_1108.jpg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부제로 더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처음 그림을 보았을 땐, 내가 이렇게까지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었다. 이상하게도 그림을 본 이후 자꾸 이미지가 떠올라서, 곱씹고 곱씹다 보니 그림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 누가 봐도 파이프를 그려놓은 그림 밑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문장 하나가 불러온 혼란은 말 그대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어디서 이런 영감을 얻었을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림 한 장으로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를 던져버린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나는 르네 마그리트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무작정 벨기에로 향했다. 오직 그를 만나기 위해서,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이름처럼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모아놓은 미술관이었다. 오로지 마그리트만을 위한 공간 속에서, 시나브로 나는 그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현실을 초월한 상상력에 감동한 나는 마그리트의 그림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그림이 [초현실주의]라는 거대한 미술학파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초현실주의 거장들> 展. 마그리트를 비롯하여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등을 포함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생생한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전시 소개를 읽으며 20대 초반, 벨기에에서 처음 마그리트의 그림을 접했을 때의 감동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미지01_앙드레 브르통-초현실주의 혁명.jpg

초현실주의 혁명(La Révolution surréaliste), 앙드레 브르통, 1924

 

 

<초현실주의 거장들> 展은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특정 작가에 초점을 맞춘 전시가 아니다 보니, 초현실주의의 탄생부터 특징과 맥락 등 초현실주의라는 미술학파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꽤나 모험적인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초현실주의라는 미술학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호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번째는 초현실주의의 특정 작가를 기대하고 온 사람들에겐 아쉬울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실제로 전시는 어려운 편이었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보다 해석이 필요한 작품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품 캡션조차 모호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어떤 작품이 어떤 이름인지를 찾는 것도 일이었다. 어쩌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작품의 제목이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어느 순간 제목 찾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따라서 밀도 있게 전시를 감상했냐 묻는다면, 당당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듯 하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마그리트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정말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내 사심이 가득 담긴 감상평이 시작될 것 같다. 마그리트로 시작해서 마그리트로 끝나는 감상평.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물론 지식도 없고.

 

  

이미지15_르네 마그리트-붉은모델III.jpg

붉은 모델 III (Le modèle rouge III), 르네 마그리트, 1937

 

 

이것은 신발일까, 누군가의 발일까? 윗부분만 보면 영락없는 부츠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등장하는 발가락이 혼란을 야기한다. 현실에서는 결코 불가능한 상황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마그리트의 표현력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다양한 해석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을 굳이 해석하고 싶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그 자체로 느끼는 것, 내가 생각하는 초현실주의를 감상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미지21_르네 마그리트-금지된 재현.jpg

금지된 재현 (La reproduction interdite), 르네 마그리트, 1937

 

 

이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거울을 볼 때마다 지금 나의 뒷모습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할 때가 있는데, 이런 거울이 있다면 퍽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거울에 비치는 뒷모습은 사람 한정인가 보다. 아래 함께 그려진 책을 보면 데칼코마니를 보는 듯하다. 반으로 접으면 하나가 되는 데칼코마니. 도통 무슨 거울인지 모르겠다.

 

위 두 그림을 포함하여 이번 <초현실주의 거장들> 展에서는 마그리트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히치콕의 영화도 볼 수 있다!) 다만 볼거리가 많은 전시였음에도 주제 자체로, 더불어 전시 구성의 측면에서 다소 친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따라서 대중적인 전시라기보다 평소 초현실주의라는 학파에 관심이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면 혹은 초현실주의의 미술사적 흐름이 궁금하다면 감상할 만한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전시관 내 촬영이 어렵다 보니,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필기하며 관람하시는 분들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특성상 공부의 목적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것 같다.

 

 

[김규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