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 초현실주의 거장들

글 입력 2021.12.19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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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해석하려 하지 않아도, 또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옳다.



평소 어떠한 전시를 보더라도,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뭔가 화가가 남긴 실마리를 찾아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뿌듯하기도 하고, 제대로 그 전시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본 전시는 나에게 굉장히 어려운 전시였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보며 어떠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어쩌면 바보스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오토마티즘, 자동기술법을 시작으로 발전했다. 본 전시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생각'이라고 정의되었던 그 방법은, 초현실주의 선언을 했던 브르통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만났던 환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독백에서 시작되었다. 전쟁이라는 큰 혼란을 마주했던 환자들의 독백처럼 초현실주의는 무의식적인 흐름에 기초했다.

 

그 이후로 콜라주, 데칼코마니, 프로타주 등 분산된 이미지들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이나, 다양한 표현기법들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일상의 이미지를 낯선 곳에 떨궈 낯설게 만드는 데페이즈망까지. 우리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실성, 그리고 그러한 현실의 기준이 되는 이성에서 벗어나는 과정 자체가 초현실주의였다.

 

그들이 '해석의 섬망'으로 표현한, '보는 사람마다 무언가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해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세계를 만들었다. 본 전시에 입장한 나 역시 해석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세계에 도달하였다.

 

그저 그들의 작품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또 그러한 무의식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것 자체에서 우리가 이성과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셈이다. 그러니 본 전시를 통해, 우리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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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 유리집


 

 

우리가 이 시대에 초현실주의를 마주해야 하는 이유



이러한 초현실주의는 왜 시작된 것일까. 우선 초현실주의는 1917년 기욤 아폴리네르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초현실주의가 등장하게 된 것은 1924년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이후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등장한 '다다이즘'이 있다.

 

다다이즘은 모든 사회적, 예술적 전통을 거부하고, 반이성, 반도덕을 표방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예술가들이 현실에서 벗어나 무의식에 세계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실이 지나치게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그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무의식, 꿈, 공상, 환상에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브제, 문학, 그리고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본 전시에서 마주했던 독특한 작품 중 하나는 영화 '막간'이었다.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영화로, 관객의 입장으로서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등장하는 총의 이미지, 장례식의 모습, 우스꽝스러운 질주, 되살아나는 사람까지. 그 영화를 보면서 떠올렸던 키워드는 '코미디'였다.

 

그럼 코미디의 시작은 어떤 것일까. 코미디의 시작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통해 기존의 상황을 전복시킴에 있다. 그래서 코미디의 시작에는 풍자가 있다. 기존의 사회적 체계를 코미디라는 장르 내에서 전복시킴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한다.

 

즉,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코미디'라는 장르에서는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영화 '막간'을 보며 떠올렸던 공통점이다. 다다이즘, 그리고 초현실주의, 모두가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고, 사회적 체계를 부정하기 위해 애썼다. 그들은 이러한 예술작품을 통해 단순히 무의식, 꿈, 공상, 환상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전복시키고 싶어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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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레이 - 루시앙 뒤카스의 수수께끼


 

우리의 시대는 어떤가. 참으로 혼란스러운 시대다.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리의 모든 일상은 변하였다. 마스크라는 필수품이 언제쯤 사라지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어린아이들은 마스크에 익숙해져 버렸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의 틈은 더 벌어지고 있다. 금방 끝나겠지라고 말했던 희망고문은 끝나질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쯤 끝나게 될지, 자꾸 상상하고 마스크가 없는 꿈을 꾼다. 이러한 시대에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어떤 의미를 품게 될까. 그들의 세계도 현시대와 같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감정들을 풀어내던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어쩌면 비슷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잠시 이성과 현실에서 분리될 수 있는 시간, 이번 전시가 그런 전시가 되길 바란다. 게다가 이번 전시는 원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입장할 때, 전시 스태프께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며, 원화라는 점을 짚어주셨다.

 

먼 타국에서 날아온 이번 전시 작품들을 보며, 잠시 공상과 무의식의 세계에 빠지는 시간을 통해, 지치고 힘든 혼란스러운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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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 머리에 구름이 가득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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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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