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부와 사랑을 위한 몬티의 유쾌한 살인일기 - 젠틀맨스 가이드 [공연]

오직 관객의 웃음을 위해 만들어진 뮤지컬
글 입력 2021.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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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은성 배우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고은성은 오디션 프로그램 '국민가수'에서 top10에 든 유일한 뮤지컬 배우다. 그가 만드는 무대엔 스토리가 있었고, 품격이 있었고,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뮤지컬 발성과 뮤지컬스러운 무대구성으로 꾸민 단편의 가요 무대를 보니 완성된 한 편의 뮤지컬은 어떤 느낌일까 많은 기대를 갖게 됐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고은성 배우의 모습이 궁금하여 극장을 찾았다. 작품의 이름은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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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2014년 토니상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싹쓸이하며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또한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누적 관람객 수 6만 3000명, 객석 점유율 92%를 기록했다

 

 


시놉시스


 

'몬티 나바로'는 자신이 어떻게 백작이 되었는지 적어놓은 일기 "젠틀맨스 가이드"를 쓴다. 극은 "젠틀맨스 가이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무대에 불이 켜지고 주인공 몬티가 등장하고 일기를 펼쳐들어 자신이 어떻게 백작이 되었는지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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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도 두 발로 직립 보행하는 날이 오고야 말리라

 


1901년 영국 런던. 청소부 어머니와 뮤지컬 배우 아버지 아래서 낮은 신분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던 '몬티'는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여의게 된다. 어느 날 자신이 영국의 제일가는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놀라운 소식을 알리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연인 '시벨라'에게 털어놓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가웠다. "네가 어떻게 백작이 돼, 네 앞의 8명이 죽어야 되는데, 그게 가능해?" 그녀는 이제 현실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부유하고 신분이 높은 남자를 만나러 간다.

 

몬티는 그녀를 보며 부와 명예가 있는 반드시 백작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하지만 백작이 되기 위해선 앞의 8명의 후계자들이 사라져야 하는데, 몬티는 백작이 되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유쾌한 코미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었다.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단순한 전개로 어렵지 않았다. 무겁거나 비극적인 내용도 없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하기 좋았다.

 

몬티는 백작이 되기 위해 살인이라는 섬뜩한 생각을 해낸다. 이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전개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살인을 하는 장면이나 방법들이 재치 있게 표현되었다. 스케이트를 타다가 빙판을 잘라버려서 갑자기 스케이트를 타던 배우들이 무대 세트 뒤로 사라진다거나 스크린 속 벌에게 쫓겨 도망 다니는 장면들로 표현했다. 때문에 이 살인 일기는 잔인하고 무섭기보다 귀여운 어른 동화를 읽는 느낌에 가깝다.

  

젠틀맨스 가이드의 기획의도가 '관객 웃기기'인 듯 이 뮤지컬은 러닝타임 내내 유머가 깔려있다. 각본부터 배우의 연기, 무대 세트까지 웃음 포인트가 많았다. 타 뮤지컬 넘버를 허밍으로 부르거나 배우들이 대화 중에 자연스레 애드리브도 한다. "참 국민적으로 잘생겼네~" 국민가수 출연 중인 고은성 배우를 능청스럽게 언급한다. 이러한 소소한 유머들은 작품에 대한 호감도를 올렸다.

 

백작이 가난한 서민들에게 부르는 노래, "아 왜 가난하고 그래~" 애덜버트 백작이 부르는 넘버의 얄미운 첫 마디는 뻔뻔스럽게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유행어를 자유자재로 쓰거나 라임을 맞춘 대본 등 이 뮤지컬엔 재미요소가 듬뿍이다.

 

재밌는 넘버와 연출이 있었는데 가장 긴박하면서 재밌었던 넘버를 소개하겠다.

 

 

 

결혼할거야, 그대랑



 

 

서재에 하나, 침실에 하나 시벨라와 피비를 두고 방문 사이에 껴버린 몬티의 넘버다. 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 들킬까 말까 안절부절못하는 몬티의 모습이 퍽 재밌었다.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마음을 방문을 열며 표현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이 상황을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는 몬티의 언변과 리액션이 재밌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던 넘버다.

 

 

 

기발한 무대연출과 즐거운 볼거리


 

<젠틀맨스 가이드>의 무대 세트엔 많은 움직임이 없었다. 바로 무대를 시시각각으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LED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LED 화면으로 생생하게 표현된 배경은 효과적으로 무대의 공간을 바꾸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씬, 빙판 위, 꿀벌이 있는 정원, 서재 등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배경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무대의 이동 없이도 모두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곧바로 무대 위 사건에 생생하게 몰입한다. 특히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놀랐던 장면 있다.

 

교회의 꼭대기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이었는데,  배우는 거새게 부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연기를 한다. 떨어지는 사람을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LED 배경은 바닥으로 바뀌고 그 바닥은 점점 가까워져 온다. 배우는 무대 앞쪽에 서있다가 떨어지는 연기를 하여 슬금슬금 LED 벽면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결국 땅에 부딪힌 배우는 LED 화면에 딱 붙어버린다.

 

실감 나는 배우의 연기와 LED 배경이 합해져 실제로 떨어지는 듯한 생동감이 들었던 장면이다. 뮤지컬은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한 배경을 표현해야 하는데, 다양한 장면을 손쉽게 연출하는 LED 화면은 영리한 무대 연출이었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위치한 것도 신선했다. 생생한 음색을 들을 수 있고 그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껏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에 있거나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 극은 오케스트라를 떡하니 관객의 눈앞에 위치시킨다. 이 오케스트라 중 한 단원은 공연에 잠깐 참여하기도 하니 유심히 살펴보시면 좋을 것이다.


 

 

매력적인 캐스팅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코미디 연기와 풍부한 성량, 아름다운 앙상블의 화음까지 보는 내내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이번 2021<젠틀맨스 가이드>의 몬티 역엔 유연석, 이상이, 고은성, 이석훈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 이 배우분들 중 관심이 가는 캐스팅이 있다면 팬심으로도 보기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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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성 배우가 왜 주연배우가 됐는지 알 것 같은 공연이었다. 고은성 배우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였다. 장난꾸러기도 됐다가 근엄한 분위기의 신사도 되며 캐릭터의 성격을 넘나든다. 또한 코미디 뮤지컬인 만큼 코믹하고 잔망스러운 연기를 무척 잘 소화했다.

 

그는 캐릭터에 완전히 이입되어 몬티 그 자체가 되어있었다. 극 초반의 몬티는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되어 가난하고 찌질한 모자란 모습이었다. 그런데 몬티의 살인 계획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며 상속자에 가까워지자 차차 복장도 근사해지며 태도와 몸짓, 표정이 바뀌어갔다. 백작이 되어 멋지고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몬티는 초반의 초라한 몬티로선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극의 마무리 부분 중, 백작이 되고 나서 피날레 자세를 취하는 그의 뒤엔 아우라가 보였다.


뮤지컬 배우는 춤, 연기, 노래 삼박자를 고루 잘 갖춰야 한다. 고은성 배우는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였다. 음색도 좋은데 풍부한 성량이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실감 나는 표정 연기, 잔망스러움, 손짓, 기품 있는 몸짓, 안정된 목소리 톤, 이 모든 것이 고은성이란 배우를 설명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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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내내 완성도 있는 코미디 뮤지컬이라고 느껴졌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배우들이었다. 모든 주연배우들과 앙상블들까지 훌륭한 연기와 무대를 보여주었다.

 

필자는 주조연 배우들과 앙상블이 다 같이 화음을 이루며 노래하는 넘버를 좋아한다. 함께 어우러진 화음에서 거대하게 몰려오는 웅장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극에서 그 희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배우 개개인의 음색에도 감동받았는데, 그 배우들이 함께 화음을 이루니 그들의 음악이 폭풍같이 몰려오며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 목소리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구나. 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감미로운 발성에 소름 끼쳤다. 엄청난 성량에 귀가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배우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능숙한 코미디 연기가 뮤지컬의 매력이 되어 기분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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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우리들을 웃게 할 강력한 뮤지컬이 찾아왔다. 맘껏 웃고 싶을 때, 완성도 있는 흥미진진한 코미디 뮤지컬을 보고 싶은데 또 감동도 받고 싶을 때 젠틀맨스 가이드를 찾아가길 바란다. 어떤 누구라도 다 웃길 준비가 되어있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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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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