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21년, 휴학하고 인턴하겠습니다. - 4분기

글 입력 2021.12.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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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퇴사를 하게 되었다.

 

작년 겨울부터 인턴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의무감에 계속해서 지원했지만, 서류부터 버려졌던 탓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마지막 서류를 보내고 개강을 맞이했다. "휴학하고 인턴할거야"라는 다짐은 수포로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게 벌써 9달 전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1년을 분기별로 나누어 그 다짐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담아보려고 한다.

 

[에세이] 2021년, 휴학하고 인턴하겠습니다. - 3분기

 

 

 

2021년 4분기는 롤러코스터 종료 구간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위치, 신분에 많은 변화를 겪지만, 그 무엇보다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초년생 직장인으로서의 변화가 가장 큰 변곡점이라고 느껴진다. 학교라는 집단은 어쨌든 보호자가 있는 곳이고, 나를 보호해주는, 봐주는 사람이 있는 공간이지만, 직장엔 보호자가 없이 온전히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곳이다. 나에겐 그 차이가 굉장히 크게 다가왔는데, 대학생으로서 내가 꿈꾸던 직장인은 적어도 지금의 나보다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자유가 더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이 되면, 매 학기 반복되는 시험을 위해 지긋지긋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살 떨리는 면접을 보지 않아도 되고,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안정적이고 두둑한 월급이 다 해결해줄 것이다. 또한, 여유로워진 주머니 사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성취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무언가를 배우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지만 그 전제로 많은 돈을 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어서 직장인이 되어 벌게 되는 돈으로 이것저것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직장인보다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즐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생각이 달랐고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투덜대는 언니의 하소연은 그저 이른 나이에 취업한 사람의 기만으로 들리곤 했다.

 

하지만 2021년, 대학생에서 인턴으로 신분 변화를 가장 크게 겪으면서 많이 아팠고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인턴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그보다 어려운 감정들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일하면서 아직은 나에게 버거운 감정들이 찾아왔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헤아리지도 못했는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4분기,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그런 감정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채, 상처로 남았다.

 

내가 일한 곳이 나빠서가 아니라, 구성원이 못돼서가 아니라, 그냥 처음 접하는 공간과 자기효능감보다 떨어지는 역할과 책임감의 간극이 커서 개인적으로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생각해본다. 지금은 인턴 계약이 종료되어 운동하러 나가는 것 빼고는 거의 종일 집에서 지내지만, 아직도 문득 인턴 했을 때의 생활이 떠오르고, 꿈에선 다시 인턴으로 돌아가 부족했던 사소한 상황들이 연속된다. 아무래도 첫 직장에서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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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찾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난생처음 소화불량을 겪었고 인턴이 끝날 시기까지, 아니 지금도 그렇다. 열심히 운동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았던 작년과 다르게, 변화된 생활과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에 3번 운동을 해도 살이 계속 쪘고, 지금 내 몸 상태는 많이 악화되었다. 모순되게도, 인생 처음으로 입맛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기도 했다. 예전만큼 운동할 때 에너지가 많이 써지지도 않았고, 번아웃과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어 힘들지만, 점점 극복하고 있다. 극복해나갈 것이다.

 

휴학하고 인턴 하겠단 당찬 포부를 가졌던 게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분기, 2021년의 주말이 몇 번 남지 않았다. 작년 겨울, 종강할 즈음부터 인턴 자리를 찾아보며 계속 지원했던 것을 포함하면 1년이 넘은 것이다. 그 사이,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당찬 포부, 목표를 이루었다. 내가 가고 싶었던 회사의 인턴을 할 수 있었고 당당히 휴학하고 출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직원분들과 식사를 많이 하거나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순 없었지만, 재택근무도 해보고 소소한 간식도 먹고 회사 기록물들을 모두 정리하면서 10년 전 기록물들도 거의 유물 대하듯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을 할 때면, 영화 <소울>의 accountant인 테리가 생각나 그가 열정적으로 영혼을 세는 것처럼 서류들을 찾아 세보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테리했다고 토닥이면서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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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쓴 날, 날씨가 좋았다. 웃음이 날 정도로,

 

 

어찌 된 일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업무가 아니라 인턴 언니와 웃음을 참아가며 수다를 떨었던 메신저다. 이렇게 지나가 보면, 기뻤던 일만 기억난다는데 사실인가보다. 할 일이 없을 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던 3~4시 즈음엔, 언니와 메신저를 해야 잠이 깰 것 같아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웃음을 참으면서 퇴근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이렇게 돌아보면, 내가 왜 인턴을 하면서 힘들어했는지 나조차도 의문이 들 정도인데, 당시 상황에선 내가 부족한 점들만 눈에 보여 자신에 대해 아쉬움을 유독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더 많이 여유 있게 웃을 수 있었는데 그땐 그럴 수 없는 사회초년생이었나보다.

 

지금은 다시 여유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도 조바심을 버릴 순 없지만, 직장인이 되면 더 많은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던 생각은 버리게 되었다. 내 삶의 역할과 책임, 신분의 변화가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성장할 수 있는 방법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외적인 변수들로 내 상태에 흡족하거나 반성할 점을 찾는 일은 이젠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외적인 존재에 대한 평가가 사회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요소일 순 있지만, 내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 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내가 가진 분위기와 그들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서 꼭 그들이 옳은 것도 아니니 약간의 경계와 내가 가진 것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짧지만 성인이 된 후, 여러 알바와 인턴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집단에서 좋은 사람으로 각인될 수 있을까 궁리했다. 좋은 평가를 받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만큼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숫기 없고 부끄럼 많은 성격을 탓하면서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들을 본받고 싶어 했다. 잘 보이고 한 집단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는 것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 없겠지만, 나는 처음이라 그런지 유난히 그런 마음이 심했다. 그렇게 외부에 대한 자극과 반응에 있어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정작 변화는 행동으로 잘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보니 처음부터 그런 강박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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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속 어린 아이와 함께 발맞추며 걸어가는 어른이 되고 싶다.

 

 

외적인 요소에 대한 인정을 얻는 게 나를 성장시키는 방법인 줄 알았는데, 나를 성장시키는 더 좋은 방법들이 많았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의 마음을 온전히 내 것으로 지키는 일, 그리고 남의 조언을 들어 기꺼이 수용하면서도 내 마음의 70% 정도는 나의 의도로 만든 이야기로 채우는 일이 그런 방법의 하나임을 지금에야 깨달았다. 나는 너무 남의 장단에 나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었다. 이제는 어린 아이 같은 내 모습을 안으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더 중요한 건 옆에 있고 이를 얻기 위해 단단해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2021년, 그리고 2022년


 

롤러코스터는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다시 평행구간에 들어섰다가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엔 다시 시작점, 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안전 요원들이 손을 흔들면서 “아쉽지만 여기까지! 남은 하루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보내세요”라고 말한다. 우리는 머리와 옷 정리를 하고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준비를 한다. 놀이공원에 가기 전,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어 설레하다가 정작 떨면서 탑승하고 무서워서 왜 탔을까 후회도 하다가 시원한 공기에 기분 좋아하고 정신을 못 차리고 어지러울 지경에 한 바퀴가 끝나 종료된다. 그럼 아쉬운 마음 가득 내리게 되는데 이번 2021년 인턴 생활도 그랬던 것 같다.

 

인턴을 하기 전엔, 당당한 포부로 휴학하고 인턴 하는 게 내 완벽한 커리어의 시작이 될 거라 생각하며 도전했다. 그리 녹록지 않은 생활임을 깨닫고 서툰 내 행동에 속상해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끝난 인턴 생활을 아쉬움과 시원섭섭함으로 보내면서 슬슬 진짜로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살아가는 2021년은 처음 살았던 2020년보다 조금은 더 힘들었고, 좌충우돌 아주 위아래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해였지만, 처음 살아갈 2022년은 깨달음을 많이 얻은 변화의 해인 2021년을 바탕삼아 더 빵긋 웃으면서 헤쳐나가고 싶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라며 <2021년, 휴학하고 인턴하겠습니다> 에세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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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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