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소리 읽는 법, 힙하게 잇다 조선 판소리

우리 전통, 올바르게 향유하기
글 입력 2021.12.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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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프로그램과 많은 아티스트들이 국악의 대중화 혹은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보는 당신, 문화 상품으로의 국악만을 인스턴트식으로 향유하고 있지는 않은가? 판소리, 혹은 넓게 국악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는 아래 책을 짧은 감상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음악, 우리 음악이 무엇이냐 물으면 대부분 국악, k팝 등이라고 서스럼 없이 말할 것이다. 하지만 국악. 나라의 음악이라는 뜻의 이 용어의 뒷면에는 다소 불편한 진실들이 뒤따른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이 용어는 한국 사회를 모두 반영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국가적 혹은 국민의 정체성을 대표할 만큼 그 그릇이 크다고 볼 수 있는가? 하물며 우리가 향유하지 않는데 우리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사실 이는 해방 이후 국가적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싶어 하는 민족주의적 사관에 기인한다. 이 책은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질문과 성찰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우리 사회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반문하면서 지난 나날들을 되돌아보게끔 도와준다.

 

이어 판소리에 대한 용어 설명을 이어나가면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전통 음악을 향유하는 여러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아마 이 부분을 읽으며 전통의 보존과 발전, 어느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전통의 전승 형태는 꼭 그 형태를 보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시대에 맞게 각색해 나가는 것 또한 하나의 해석이다. 전통의 각색 또한 오늘날의 패러다임에 맞춰 우리 역사를 향유하는 방식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나아가 오늘날 국악 문화상품을 향유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음악으로의 소리는 그가 지녔던 문화적 의미와 삶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채 해석되고 향유될 수 없다. 이를 퇴색시킨 채 서구 취향에 좌우되는 대중음악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즉, 소리를 만들고 구성함에 있어 그 목적과 효과가 주객전도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움직임들은 잠들었던 국악계를 일깨우고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의 취향에 맞춰 눈치를 볼 것이 아닌, 우리 자신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주체로서 문화를 향유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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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알 만한 장소 앞에서 한복도 아니고 현대 복장도 아닌 모호한 복장으로 아비규환과 같은 춤사위를 추는 댄서들. 이 난리통 같은 영상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 음악이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판소리가 이토록 힙한 소리였다니!' 하고 두 번 놀란다.
 
국악의 반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요와 굿을 접목한 음악으로 세계 유명 음악쇼에서 주목받는가 하면 전통 음악과 협업한 힙합을 외국인이 함께 즐기기도 하고 <조선판스타>, <풍류대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는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보여주는 국악인도 많아졌다. 대체 우리 전통 음악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빠바바 밤~! 빠바바 밤~~!" 하고 시작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알아도 <산조>와 <시나위>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생김새는 구분할 줄 알지만 아쟁과 해금은 단번에 구분하지 못한다.
 
이 책은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은 왜 인당수에 목숨을 던졌어야만 했는지, 베토벤의 음악은 익숙한데 산조 음악은 왜 공감이 안 되는 건지, 문학작품 같기도 하고 음악인데 연극 같기도 한 판소리는 언제 생기고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전통 음악을 활용하여 새롭고 힙하게 자신만의 예술을 표현하는 당찬 음악인들은 누구이며, 존재가 예술 그 자체인 명창의 소리를 소개한다. 이를 오감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QR 코드를 본문 곳곳에 심어놓은 것은 물론이다.
 
21년차 젊은 소리꾼인 저자는 '국악과 판소리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이야기의 고리'로 바꾸어 우리 음악의 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성공해냈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에게 내재된 신명과 흥을 찾을 수 있다. 알고 나면 흥겹고 재미있는 판소리, 우리가 먼저 즐기면 바로 그것이 돌고 돌아 전통이 되는 것이 아닐까.

 


[김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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